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1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2009. 12. 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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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끄는 말
자응 (慈應:지리산 칠불사 스님)
예로부터 지리산 화개동은 전통적으로 발효차인 작설(雀舌:잭살-방언)차를 만들어 민간에서는 겨울에 감기에 걸렸을 때나 혹은 과로하여 몸살이 났을 때 대추나 돌배, 감, 인동넝쿨, 박 등을 같이 넣고 달여 약으로 사용하였고, 사찰에서는 참선(參禪)하는 스님들이 좌선하는 중 졸음을 방지하고 참선중의 고단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발효차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조선 후기의 유명한 다승이신 초의선사(艸衣禪師:1786~1866)가 저술한 한국 다도에 있어 불후의 고전인 <동다송:東茶頌>에 의하면 서기 1828년(순조28년) 무렵 지리산 화개동에 위치한 칠불사 선원스님들이 발효차를 만들어 마신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 지리산 화개동(花開洞)에 차나무가 사오십 리에 걸쳐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 차밭 중에는 이보다 넓은 곳은 없다. 화개동에 옥부대(玉浮臺)가 있고 그 밑에는 칠불선원(七佛禪院)이 있는데, 그곳에서 좌선하는 스님들이 항상 늦게 늙어 쇠어버린 찻잎을 따서 땔나무 말리듯 햇볕에 말려서 나물국 끓이듯 솥에 달여 마시는 데 색은 붉고 탁하며 맛은 심히 쓰고 떫다.”
智異山 花開洞 茶樹羅生四五十里 東國茶田之廣 料無過此者 洞有玉浮臺 臺下 有七佛禪院 坐禪者 常晩取老葉 曬乾然柴 煮鼎如烹菜羹 濃濁色赤味甚苦澁 라고 하시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이 있습니다.
초의스님은 주로 전남 해남군에 있는 대흥사에서 오래 사셨는데 나이 43세 때인 1828년 무자년(戊子年) 여름 우기(雨期)에 스승을 따라 지리산 칠불사에 오셨다가 당시 칠불사에 소장되어 있던 청나라의 모환문(毛煥文)이 엮은 백과사전 격인 <만보전서: 萬寶全書>에서 차에 관한 부분인 <채다론: 採茶論>을 베껴 45세(1830년)때 발문(跋文)을 쓰고 <다신전: 茶神傳>이라는 제목으로 다서(茶書)를 만들어 차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초의스님은 지리산 칠불사에는 짧은 기간만 머무르셔서 칠불사를 중심으로 한 발효차(醱酵茶)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작설차(발효차)를 끓이면(煮茶法자다법) 색깔이 붉고 떫은 맛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녹차의 쓴맛이나 떫은맛과는 달리 뒷맛이 개운하며 상큼한 매력이 있습니다. 또한 발효차를 끓이지 않고 요즘처럼 다관에 우려서(포다법泡茶法) 마시면 밝은 황금빛 색깔에 그윽한 향기와 풍미가 일품입니다. 아마 당시 칠불사 상황이 사찰이 화재로 인하여 한창 복구 중이었기 때문에 상주하는 스님들이 제때에 찻잎을 따지 못하고 좀 늦게 따서 참선하는 스님들답게 담백하고 소박하게 만들어 마신 것 같습니다.
지리산 화개동은 발효차(작설차)에 관한 한 유구한 전통을 가지 있고 예로부터 차를 사랑하던 많은 수행승(修行僧)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필자도 지리산(智異山)이 좋아서 반야봉(般若峰) 남록 화개동천(花開洞天)에 위치한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 칠불사(七佛寺)에 입산하게 되었고 또한 옛날 칠불사 스님들의 전통에 따라 발효차를 만들어 칠불선원의 참선 정진하는 스님들의 차 양식을 마련하고 가까운 지인들의 시주은혜에 보답하는 계기로 삼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스님들이 절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녹차의 맛에 빠져 들었다가 사찰 식생활의 특성상 채식식단에는 대부분의 스님들이 녹차의 냉한 성질 때문에 위장에 부담을 느껴 녹차는 별식처럼 가끔씩만 마시고 대부분 대만이나 중국에서 생산된 오룡차나 보이차 등 발효차로 옮겨가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산중의 사찰에서는 차 생활은 필수적입니다. 스님들이 마시는 차를 준비하는 소임(다각:茶角)이 따로 있고 공양 후에 차 마시는 시간이 의무적으로 정해질 정도로 음다(飮茶)생활이 수행의 일부분이며 일상 다반사(茶飯事)입니다. 즉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이 일과(日課)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선 수행에서 얻는 선열(禪悅)과 차를 마시는 희열(喜悅)의 오묘한 조화는 그야말로 선다일여(禪茶一如)이며 다선일미(茶禪一味)인 것이어서 고려 무신정권 때의 대문장가이자 다인(茶人)인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한 사발의 차는 곧 참선의 시작”이라 읊으며 차(茶)를 통해서 참선(參禪)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소승(小僧)은 우리의 전통 발효차를 복원하고 보급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끼고, 칠불사에서 내려온 전통 발효차의 복원과 오늘 날의 제다환경에 적합한 제다법의 개선에 관심을 쏟는 한편 수입되는 발효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 발효차 알리기에 주력해 왔습니다.
다행이도 이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발효차를 찾고 있고 차를 만드는 이들의 열의도 대단하여 제대로 법제된 차만 만든다면 조만간 외국에서 수입되는 차를 제치고 우리의 전통 발효차가 제자리를 찾아 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녹차는 특별한 몇 곳을 제외 하고는 보편적으로 마시게 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1960년대부터 겨우 민간에 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녹차는 성질상 법제를 잘 하지 못하면 위장에 부담을 주고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위장이 약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마시기에 적합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발효차도 잘못 만들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발효차를 잘 만들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채다해 온 찻잎을 신선하게 관리해야 하고 시들리고 발효시킬 때 통풍과 온습도에 유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차가 쉬기 쉽고 또한 건조과정에 자칫 하면 곰팡이가 나기 쉬우며 전반적으로 제다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차 만들기의 작업환경이 좋지 못하면 만들어진 차가 껄꺼럽고 잡내가 받치며 물 비린내, 쉰 냄새, 군둥내, 매캐한 맛이 나게 됩니다. 차는 냄새에 매우 민감하고 성질상 섬세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제다의 전 과정에 정성과 세심함이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찻잎이 온전치 못하면 아무리 만드는 기술이 좋아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찻잎을 얻기 위해서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차나무에 대접을 잘 해줘야 합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해서는 절대로 좋은 찻잎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찻잎도 적당히 따야 합니다. 너무 많이 채취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차나무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독성을 내 뿜습니다. 아프리카의 산양이 그들의 주식인 아카시아 나뭇잎을 산양의 개체수가 늘어나서 너무 많이 먹어 치우는 바람에 아카시아 나무가 독성을 내뿜어서 산양이 그 잎을 먹고 결국 몰사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인간들도 욕심을 부리면 아프리카 산양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차나무는 신령스러운 식물이어서 우리 인간들의 정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나무를 잘 대우하고 아끼면 반드시 우리에게 보답할 것입니다.
칠불사 전경
[출처]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1|작성자 선농자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2
![]() ![]() 2009. 12.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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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다 과정
(1) 채다( 採茶: 찻잎 따기 )
찻잎은 따는 시기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첫물차가 가장 좋고 두물차가 그 다음이며 세물차는 품질이 좀 떨어진다. 찻잎을 따는 시기는 절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차나무가 자라는 위치나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남쪽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곡우 전에 일찍 채취할 수 있고, 차 생산의 북방한계에 가까운 곳이나 남쪽이라 하더라도 고지대의 산이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 등에서 찻싹이 늦게 올라오므로 그 때를 맞추어 따야 한다. 발효차는 녹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찻잎이 좀 더 자랐을 때 따는 것이 일반적이다.
찻잎은 아침에 이슬이 있을 때 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하고 오전에 딴 찻잎과 오후에 딴 찻잎을 구분해서 법제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찻잎 따기를 그쳐야 한다. 찻잎을 딸 때에는 잎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찻잎 따는 앞치마에 너무 많이 찻잎이 담겨 찻잎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대바구니나 숨을 쉴 수 있는 도구에 찻잎을 따서 보관하는 것이 좋고, 따서 채엽한 차를 너무 많이 오래 보관하면 찻잎이 떠서 차의 신선한 기운이 사라진다. 따라서 가능하면 채다한 차를 수거해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두껍지 않게 두어야 한다.
참고로 필자가 만드는 자혜차(慈慧茶)의 경우 하루에 네 번 차밭에서 채엽한 찻잎을 받아 오는데 오전 아홉 시 쯤 간식시간, 정오 무렵 점심시간, 오후 세시 반 쯤 간식시간, 그리고 마지막 채다를 마칠 때이다. 자혜차는 차밭과 차 만드는 공간이 연접해 있어서 채엽하는 차밭이 멀리 떨어진 곳 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
(2) 위조(萎凋: 시들리기 )
찻잎을 따오면 발효차는 녹차와 달리 차솥에 덖거나 찌지를 않고 시들리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 일쇄위조와 실내위조의 방법이 있다. 일쇄위조(日曬萎凋)는 햇볕이 좋을 때 깨끗한 마당이나 햇볕이 잘 드는 정갈한 곳에 대나무 채반이나 돗자리 혹은 멍석을 깔고, 찻잎을 얇게 널고 적당히 시들려지면 뒤집으면서 골고루 시들린다. 이 때 자칫하면 뜨거운 햇볕에 찻잎이 화상을 입기 쉬운데 물기가 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잘 뒤집어야 한다.
한편 실내위조(室內萎凋)는 통풍이 잘 되는 실내에서 해야 하는데 일쇄위조에 비해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딘 단점이 있으나 위조시간을 조절하기 용이하고 따라서 일쇄위조에 비해 마음이 덜 바쁘다. 찻잎을 시들리기 위해서는 우선 적당한 크기의 광목천을 멍석이나 돗자리 모양으로 재단해서 찻잎 시들리기용 보자기를 세탁소 옷 수선하는 곳 등에 부탁하여 여러 개를 만들어 준비한다. 새로 만든 보자기는 새 천의 냄새가 나지 않게 깨끗하게 세탁을 해서 건조시킨다. 실내공간도 바닥에 난방이 되는 곳과 통풍이 잘 되는 마루와 같은 공간이 함께 있으면 날씨 변화에 따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온 찻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천을 깔고 골고루 넌다. 처음에는 얇게, 뒤에는 두껍게 널게 되는데 마치 멍석에 곡식 말리듯이 하는데 처음에 널어 놓았다가 적당히 시들면 찻잎을 걷어서 다시 골고루 펴서 널어 주는데 횟수를 반복할 때마다 두께를 약간씩 두껍게 한다. 찻잎 시들리기를 잘 해야 발효가 이상적으로 되고 차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시들려진 찻잎을 손으로 한 웅큼 쥐어보아 찻잎의 수분이 줄어들어 뻣뻣한 느낌이 없이 말랑하게 느껴져야 이상적이다. 너무 시들려서 잎이 말라도 안 되고 덜 시들려서 찻잎이 뻣뻣히 살아 있어도 안 된다. 찻잎이 시들리는 과정에서 발효차 특유의 향기가 발생하는데 적당히 위조를 한 후에 교반기를 이용하여 적절히 마찰을 주면 차향이 이상적으로 만들어 진다. 이 때 살청기(殺靑機)에 열을 가하지 않고 찻잎을 넣어 회전시켜도 좋을 듯하다. 소량으로 차를 만들 때에는 대나무 채반에서 손으로 적당히 요청(搖靑)하면 좋다.
찻잎을 따와서 너무 시간이 지나서 위조를 하거나 위조시 쌓아놓은 찻잎의 두께가 너무 두껍거나 또는 찻잎 시들리는 바닥이 차고 날씨가 좋지 않아 위조시간이 많이 지체될 경우 차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차맛이 무겁고 차탕의 색깔이 어두워지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대단위 공장에서 많은 양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행하는 인위적인 기계식 열풍위조는 찻잎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을 손상시키므로 고급 발효차에는 부적당 하다.
(3) 유념(柔捻: 찻잎 비비기 )
찻잎이 잘 시들려지고 나면 찻잎 비비기를 하는데, 소량일 경우 멍석이나 돗자리에서 손으로 비비는데 적당한 양의 찻잎을 두 손으로 잡고 가볍게 비비기 시작해서 점차 비비는 강도를 놓이는데 중간에 한 번씩 비비다가 풀어서 다시 뭉쳐 비빈다. 마지막에 찻잎에서 약간의 진액이 나오면 끝이 난다. 찻잎의 양이 많으면 손으로 비비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 때 유념기(柔捻機)를 이용한다. 유념기에 잘 시들려진 찻잎을 잘 펴서 넣고 유념을 시작하는데 이 때 찻잎의 양이 유념기에 비해서 너무 적으면 유념이 잘 안된다. 유념하는 시간은 찻잎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첫물차의 경우 시간이 짧고 두물차 세물차 순으로 유념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찻잎을 유념기에 넣고 어느 정도 돌리다가 중간에 유념기 뚜껑을 조금 더 조여서 강하게 유념을 하면 차잎이 효과적으로 비벼진다. 차가 잘 발효되려면 찻잎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비벼져야 하고 또한 찻잎이 으깨어져서 가루가 나지 않아야 한다. 차탕의 색깔을 홍색에 가깝게 하려면 유념기의 뚜껑을 약하게 조이고 유념하는 시간을 늘린다.
(4) 띄우기 (발효시키기)
잘 비벼진 찻잎을 가지고 발효(醱酵)를 시켜야 하는데 발효의 방법에 있어 저온발효와 고온발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저온발효는 상온에서 대바구니나 채반에 비벼진 찻잎을 적당한 두께로 널고 그늘에 말리면서 발효를 진행시킨다. 찻잎의 양이 많을 경우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 가면서 발효시킨다. 이 때 습기가 많거나 통풍이 잘 안될 경우 차의 변질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온발효의 경우 온돌방에 불을 뜨뜻하게 넣고 발효를 하게 되는데 자혜차의 경우, 뜨뜻한 온돌방에 두툼한 솜으로 된 요(시트)를 깔고 그 위에 광목천으로 만든 발효용 보자기에다 차를 시루떡 찔 때처럼 모양을 만들어 쌓고 역시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띄우는데 이 때 차 양의 두께를 5~6센티미터 정도 되게 하고 띄우는 시간은 대략 8~10시간 정도로 한다. 찻잎 띄우는 시간이 짧으면 풋풋한 향이 좋고, 찻잎 띄우는 시간을 길게 하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잘 비벼진 찻잎을 발효시키기 위해서 차 보자기에 시루떡 모양의 판을 만들 때, 우선 찻잎을 비빌 때 생긴 멍울을 잘 풀어야 한다. 그리고 골고루 잘 털어서 공기층이 충분히 형성되도록 찻잎을 쌓고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해야 한다. 너무 얇으면 차가 빨리 말라버려 차맛이 가볍고 향이 적게 되며, 너무 두꺼우면 가운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되어 비정상적 발효가 일어나 차맛이 나빠지게 된다.
발효가 잘 되려면 적절한 습도와 온도의 유지가 지속되어야 하며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관건이 되는데, 발효실의 통풍이 되게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적절히 시켜야 하며 발효할 때 사용하는 요와 이불은 반드시 천연 목화 솜으로 만든 제품이어야 한다. 만일 카시미론 이불이나 화학섬유 담요 등을 쓰게 되면 발효 중의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 되어 차맛이 변질된다. 또한 발효실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발효가 비정상적으로 일어나 차가 쉬게 되고 결국 아까운 차를 버리게 된다. 발효차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띄우는 과정을 실수하지 않고 잘 해야 좋은 차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유념한 찻잎을 대나무로 된 둥근 채반에 올려서 공간을 좀 띄우고 천을 덮어서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 시키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5) 건조
찻잎이 잘 띄워지면 건조에 들어가는데 발효실에서 나온 찻잎을 잘 풀어서 처음에는 가능한 얇게 널어 발효된 찻잎의 습기를 자연스럽고 또한 신속하게 제거하여 차의 변질을 막아야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 꺼덜하게 차가 마르면 다시 걷어서 조금 두껍게 널어 건조시킨다. 이 후에는 건조대를 이용하여 채반에 펴서 그늘에서 자연건조 하게 되는데 이 때 잘못하면 차에 곰팡이가 생겨 차를 못 쓰게 만든다. 비가 오거나 하여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방에 불을 때서 말리거나 전기식 건조기를 이용해야 한다. 발효된 차를 건조할 때 통풍이 매우 중요하며 고급차는 자연건조가 바람직하며 전기식 건조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차가 가지고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다. 또한 건조과정이 끝난 차는 찻잎이 부러질 정도로 습기를 제거해야 숙성 과정에서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자혜차의 경우 나무로 된 건조대와 알리미늄 샤시와 스텐레스 망으로 된 채반, 그리고 채반 위에 사용하는 가아제 베 또는 무명으로 만든 보자기를 풀을 먹여 다리미로 다려서 사용 하는데 차를 채반에서 건조할 때 차가 망으로 빠지지 않고 건조과정에서 찻잎의 뒷면에서 분리되는 차의 솜털 즉 차 먼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
(6) 숙성 (뜸 들이기)
차가 발효된 후 건조 과정을 거치면 뜸 들이기에 들어가는데 밥솥에 밥을 해도 뜸이 들어야 먹을 수 있듯이 발효차의 경우도 뜸이 들지 않으면 향과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차 소비자들이 봄에 녹차를 구매할 때 발효차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아 아직 뜸이 들지 않은 발효차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고, 특히 하동 야생차 차문화 축제 때 너도 나도 덜된 발효차를 선보이는 광경을 많이 목격하였는데 뜸이 들지 않은 차는 풋내가 나거나 맛이 아리며 향이 조악(粗惡)하다. 발효차는 반드시 뜸을 들여야 제 맛이 난다. 따라서 발효차의 품평을 제대로 하자면 가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혜차의 경우 100일 이상 숙성시킨다. 숙성은 공기가 통하는 항아리가 이상적이며 부득이 한 경우 김치 저장용 비닐 포대를 사용하는데 이 때 비닐 포대를 완전히 밀봉하지 말고 조금 숨구멍을 두어야 한다. 숙성 용기에 담겨진 차는 보관실로 옮겨야 하는데 보관실은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잘 되며 습기가 차지 않아야 하고 온도의 변화가 적은 곳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마철을 잘 넘겨야 되는데 비가 올 때에는 보관실의 창문을 잘 닫아 습기가 차지 않게 해야 하고
날이 개이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게 해야 한다.
(7) 저장 및 포장 (마무리 작업)
차가 뜸이 들면 보관실에서 꺼내어 차 먼지(찻잎 뒷면의 솜털, 대개 발효시 찻잎에서 분리되며 건조 과정에서 많이 제거된다. 고급 첫물차 일수록 솜털이 많다.)를 제거하여 차탕을 맑게 하며 차맛을 부드럽게 하고 또한 찻잎의 형태를 가지런하게 하여 포장을 용이하게 하며, 차의 발효 건조 숙성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한 균류를 살균하기 위해 은근한 약한 불에 30분 정도 열처리(焙乾배건)하고 나서 숨 쉬는 항아리에 밀봉하여 장기 보관하고 필요할 때 마다 포장하여 사용한다.
봄에 만들어진 발효차는 여름에 숙성 과정을 거쳐 찬바람이 나는 가을쯤이면 먹을 수 있는데 동지 무렵부터 한 달 정도가 향과 맛이 절정을 이루며 다음에 봄이 되면서 약간 씩 싱거워지는데 보관만 잘하면 가을에 다시 발효차가 나올 때까지 훌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보관이 잘 된 차는 3년 까지는 조금씩 맛과 향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4년째부터는 다시 맛과 향이 살아나서 부드럽고 그윽해진다. 이는 자연건조 과정에서 공기 중의 미생물이 활성화하여 후 발효가 진행됨으로서 새로운 발효차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지리산 자락의 전통 발효차는 제다 방법에 따른 분류로 보자면 위조 즉 시들리기 후에 살청 과정을 거치는 오룡차 류의 청차(靑茶) 계열이 아니고 위조에 이어 살청을 하지 않고 유념, 발효로 이어지기 때문에 홍차(紅茶: 완전 발효차)에 가까운 부분 발효차로 볼 수 있다. 차의 탕색은 끓이면 홍차에 가까운 주홍색이지만 차관에 우려 마시면 밝은 황색이나 갈색이 된다. 또한 이 차는 선발효차(先醱酵茶 : 찻잎의 효소가 활성화되어 만들어 지는 차 - 청차 홍차 류)이지만 장기간 숙성하면 후발효(後醱酵)가 진행되어 새로운 차원의 발효차로 변신하여 보이차와 같은 효능도 겸비한다고 볼 수 있다.
차잎이 발효된 후 건조과정의 한 부분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2
![]() ![]() 2009. 12.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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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다 과정
(1) 채다( 採茶: 찻잎 따기 )
찻잎은 따는 시기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첫물차가 가장 좋고 두물차가 그 다음이며 세물차는 품질이 좀 떨어진다. 찻잎을 따는 시기는 절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차나무가 자라는 위치나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남쪽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곡우 전에 일찍 채취할 수 있고, 차 생산의 북방한계에 가까운 곳이나 남쪽이라 하더라도 고지대의 산이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 등에서 찻싹이 늦게 올라오므로 그 때를 맞추어 따야 한다. 발효차는 녹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찻잎이 좀 더 자랐을 때 따는 것이 일반적이다.
찻잎은 아침에 이슬이 있을 때 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하고 오전에 딴 찻잎과 오후에 딴 찻잎을 구분해서 법제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찻잎 따기를 그쳐야 한다. 찻잎을 딸 때에는 잎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찻잎 따는 앞치마에 너무 많이 찻잎이 담겨 찻잎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대바구니나 숨을 쉴 수 있는 도구에 찻잎을 따서 보관하는 것이 좋고, 따서 채엽한 차를 너무 많이 오래 보관하면 찻잎이 떠서 차의 신선한 기운이 사라진다. 따라서 가능하면 채다한 차를 수거해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두껍지 않게 두어야 한다.
참고로 필자가 만드는 자혜차(慈慧茶)의 경우 하루에 네 번 차밭에서 채엽한 찻잎을 받아 오는데 오전 아홉 시 쯤 간식시간, 정오 무렵 점심시간, 오후 세시 반 쯤 간식시간, 그리고 마지막 채다를 마칠 때이다. 자혜차는 차밭과 차 만드는 공간이 연접해 있어서 채엽하는 차밭이 멀리 떨어진 곳 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
(2) 위조(萎凋: 시들리기 )
찻잎을 따오면 발효차는 녹차와 달리 차솥에 덖거나 찌지를 않고 시들리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 일쇄위조와 실내위조의 방법이 있다. 일쇄위조(日曬萎凋)는 햇볕이 좋을 때 깨끗한 마당이나 햇볕이 잘 드는 정갈한 곳에 대나무 채반이나 돗자리 혹은 멍석을 깔고, 찻잎을 얇게 널고 적당히 시들려지면 뒤집으면서 골고루 시들린다. 이 때 자칫하면 뜨거운 햇볕에 찻잎이 화상을 입기 쉬운데 물기가 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잘 뒤집어야 한다.
한편 실내위조(室內萎凋)는 통풍이 잘 되는 실내에서 해야 하는데 일쇄위조에 비해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딘 단점이 있으나 위조시간을 조절하기 용이하고 따라서 일쇄위조에 비해 마음이 덜 바쁘다. 찻잎을 시들리기 위해서는 우선 적당한 크기의 광목천을 멍석이나 돗자리 모양으로 재단해서 찻잎 시들리기용 보자기를 세탁소 옷 수선하는 곳 등에 부탁하여 여러 개를 만들어 준비한다. 새로 만든 보자기는 새 천의 냄새가 나지 않게 깨끗하게 세탁을 해서 건조시킨다. 실내공간도 바닥에 난방이 되는 곳과 통풍이 잘 되는 마루와 같은 공간이 함께 있으면 날씨 변화에 따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온 찻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천을 깔고 골고루 넌다. 처음에는 얇게, 뒤에는 두껍게 널게 되는데 마치 멍석에 곡식 말리듯이 하는데 처음에 널어 놓았다가 적당히 시들면 찻잎을 걷어서 다시 골고루 펴서 널어 주는데 횟수를 반복할 때마다 두께를 약간씩 두껍게 한다. 찻잎 시들리기를 잘 해야 발효가 이상적으로 되고 차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시들려진 찻잎을 손으로 한 웅큼 쥐어보아 찻잎의 수분이 줄어들어 뻣뻣한 느낌이 없이 말랑하게 느껴져야 이상적이다. 너무 시들려서 잎이 말라도 안 되고 덜 시들려서 찻잎이 뻣뻣히 살아 있어도 안 된다. 찻잎이 시들리는 과정에서 발효차 특유의 향기가 발생하는데 적당히 위조를 한 후에 교반기를 이용하여 적절히 마찰을 주면 차향이 이상적으로 만들어 진다. 이 때 살청기(殺靑機)에 열을 가하지 않고 찻잎을 넣어 회전시켜도 좋을 듯하다. 소량으로 차를 만들 때에는 대나무 채반에서 손으로 적당히 요청(搖靑)하면 좋다.
찻잎을 따와서 너무 시간이 지나서 위조를 하거나 위조시 쌓아놓은 찻잎의 두께가 너무 두껍거나 또는 찻잎 시들리는 바닥이 차고 날씨가 좋지 않아 위조시간이 많이 지체될 경우 차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차맛이 무겁고 차탕의 색깔이 어두워지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대단위 공장에서 많은 양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행하는 인위적인 기계식 열풍위조는 찻잎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을 손상시키므로 고급 발효차에는 부적당 하다.
(3) 유념(柔捻: 찻잎 비비기 )
찻잎이 잘 시들려지고 나면 찻잎 비비기를 하는데, 소량일 경우 멍석이나 돗자리에서 손으로 비비는데 적당한 양의 찻잎을 두 손으로 잡고 가볍게 비비기 시작해서 점차 비비는 강도를 놓이는데 중간에 한 번씩 비비다가 풀어서 다시 뭉쳐 비빈다. 마지막에 찻잎에서 약간의 진액이 나오면 끝이 난다. 찻잎의 양이 많으면 손으로 비비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 때 유념기(柔捻機)를 이용한다. 유념기에 잘 시들려진 찻잎을 잘 펴서 넣고 유념을 시작하는데 이 때 찻잎의 양이 유념기에 비해서 너무 적으면 유념이 잘 안된다. 유념하는 시간은 찻잎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첫물차의 경우 시간이 짧고 두물차 세물차 순으로 유념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찻잎을 유념기에 넣고 어느 정도 돌리다가 중간에 유념기 뚜껑을 조금 더 조여서 강하게 유념을 하면 차잎이 효과적으로 비벼진다. 차가 잘 발효되려면 찻잎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비벼져야 하고 또한 찻잎이 으깨어져서 가루가 나지 않아야 한다. 차탕의 색깔을 홍색에 가깝게 하려면 유념기의 뚜껑을 약하게 조이고 유념하는 시간을 늘린다.
(4) 띄우기 (발효시키기)
잘 비벼진 찻잎을 가지고 발효(醱酵)를 시켜야 하는데 발효의 방법에 있어 저온발효와 고온발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저온발효는 상온에서 대바구니나 채반에 비벼진 찻잎을 적당한 두께로 널고 그늘에 말리면서 발효를 진행시킨다. 찻잎의 양이 많을 경우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 가면서 발효시킨다. 이 때 습기가 많거나 통풍이 잘 안될 경우 차의 변질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온발효의 경우 온돌방에 불을 뜨뜻하게 넣고 발효를 하게 되는데 자혜차의 경우, 뜨뜻한 온돌방에 두툼한 솜으로 된 요(시트)를 깔고 그 위에 광목천으로 만든 발효용 보자기에다 차를 시루떡 찔 때처럼 모양을 만들어 쌓고 역시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띄우는데 이 때 차 양의 두께를 5~6센티미터 정도 되게 하고 띄우는 시간은 대략 8~10시간 정도로 한다. 찻잎 띄우는 시간이 짧으면 풋풋한 향이 좋고, 찻잎 띄우는 시간을 길게 하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잘 비벼진 찻잎을 발효시키기 위해서 차 보자기에 시루떡 모양의 판을 만들 때, 우선 찻잎을 비빌 때 생긴 멍울을 잘 풀어야 한다. 그리고 골고루 잘 털어서 공기층이 충분히 형성되도록 찻잎을 쌓고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해야 한다. 너무 얇으면 차가 빨리 말라버려 차맛이 가볍고 향이 적게 되며, 너무 두꺼우면 가운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되어 비정상적 발효가 일어나 차맛이 나빠지게 된다.
발효가 잘 되려면 적절한 습도와 온도의 유지가 지속되어야 하며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관건이 되는데, 발효실의 통풍이 되게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적절히 시켜야 하며 발효할 때 사용하는 요와 이불은 반드시 천연 목화 솜으로 만든 제품이어야 한다. 만일 카시미론 이불이나 화학섬유 담요 등을 쓰게 되면 발효 중의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 되어 차맛이 변질된다. 또한 발효실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발효가 비정상적으로 일어나 차가 쉬게 되고 결국 아까운 차를 버리게 된다. 발효차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띄우는 과정을 실수하지 않고 잘 해야 좋은 차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유념한 찻잎을 대나무로 된 둥근 채반에 올려서 공간을 좀 띄우고 천을 덮어서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 시키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5) 건조
찻잎이 잘 띄워지면 건조에 들어가는데 발효실에서 나온 찻잎을 잘 풀어서 처음에는 가능한 얇게 널어 발효된 찻잎의 습기를 자연스럽고 또한 신속하게 제거하여 차의 변질을 막아야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 꺼덜하게 차가 마르면 다시 걷어서 조금 두껍게 널어 건조시킨다. 이 후에는 건조대를 이용하여 채반에 펴서 그늘에서 자연건조 하게 되는데 이 때 잘못하면 차에 곰팡이가 생겨 차를 못 쓰게 만든다. 비가 오거나 하여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방에 불을 때서 말리거나 전기식 건조기를 이용해야 한다. 발효된 차를 건조할 때 통풍이 매우 중요하며 고급차는 자연건조가 바람직하며 전기식 건조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차가 가지고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다. 또한 건조과정이 끝난 차는 찻잎이 부러질 정도로 습기를 제거해야 숙성 과정에서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자혜차의 경우 나무로 된 건조대와 알리미늄 샤시와 스텐레스 망으로 된 채반, 그리고 채반 위에 사용하는 가아제 베 또는 무명으로 만든 보자기를 풀을 먹여 다리미로 다려서 사용 하는데 차를 채반에서 건조할 때 차가 망으로 빠지지 않고 건조과정에서 찻잎의 뒷면에서 분리되는 차의 솜털 즉 차 먼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
(6) 숙성 (뜸 들이기)
차가 발효된 후 건조 과정을 거치면 뜸 들이기에 들어가는데 밥솥에 밥을 해도 뜸이 들어야 먹을 수 있듯이 발효차의 경우도 뜸이 들지 않으면 향과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차 소비자들이 봄에 녹차를 구매할 때 발효차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아 아직 뜸이 들지 않은 발효차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고, 특히 하동 야생차 차문화 축제 때 너도 나도 덜된 발효차를 선보이는 광경을 많이 목격하였는데 뜸이 들지 않은 차는 풋내가 나거나 맛이 아리며 향이 조악(粗惡)하다. 발효차는 반드시 뜸을 들여야 제 맛이 난다. 따라서 발효차의 품평을 제대로 하자면 가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혜차의 경우 100일 이상 숙성시킨다. 숙성은 공기가 통하는 항아리가 이상적이며 부득이 한 경우 김치 저장용 비닐 포대를 사용하는데 이 때 비닐 포대를 완전히 밀봉하지 말고 조금 숨구멍을 두어야 한다. 숙성 용기에 담겨진 차는 보관실로 옮겨야 하는데 보관실은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잘 되며 습기가 차지 않아야 하고 온도의 변화가 적은 곳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마철을 잘 넘겨야 되는데 비가 올 때에는 보관실의 창문을 잘 닫아 습기가 차지 않게 해야 하고 날이 개이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게 해야 한다.
(7) 저장 및 포장 (마무리 작업)
차가 뜸이 들면 보관실에서 꺼내어 차 먼지(찻잎 뒷면의 솜털, 대개 발효시 찻잎에서 분리되며 건조 과정에서 많이 제거된다. 고급 첫물차 일수록 솜털이 많다.)를 제거하여 차탕을 맑게 하며 차맛을 부드럽게 하고 또한 찻잎의 형태를 가지런하게 하여 포장을 용이하게 하며, 차의 발효 건조 숙성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한 균류를 살균하기 위해 은근한 약한 불에 30분 정도 열처리(焙乾배건)하고 나서 숨 쉬는 항아리에 밀봉하여 장기 보관하고 필요할 때 마다 포장하여 사용한다.
봄에 만들어진 발효차는 여름에 숙성 과정을 거쳐 찬바람이 나는 가을쯤이면 먹을 수 있는데 동지 무렵부터 한 달 정도가 향과 맛이 절정을 이루며 다음에 봄이 되면서 약간 씩 싱거워지는데 보관만 잘하면 가을에 다시 발효차가 나올 때까지 훌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보관이 잘 된 차는 3년 까지는 조금씩 맛과 향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4년째부터는 다시 맛과 향이 살아나서 부드럽고 그윽해진다. 이는 자연건조 과정에서 공기 중의 미생물이 활성화하여 후 발효가 진행됨으로서 새로운 발효차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지리산 자락의 전통 발효차는 제다 방법에 따른 분류로 보자면 위조 즉 시들리기 후에 살청 과정을 거치는 오룡차 류의 청차(靑茶) 계열이 아니고 위조에 이어 살청을 하지 않고 유념, 발효로 이어지기 때문에 홍차(紅茶: 완전 발효차)에 가까운 부분 발효차로 볼 수 있다. 차의 탕색은 끓이면 홍차에 가까운 주홍색이지만 차관에 우려 마시면 밝은 황색이나 갈색이 된다. 또한 이 차는 선발효차(先醱酵茶 : 찻잎의 효소가 활성화되어 만들어 지는 차 - 청차 홍차 류)이지만 장기간 숙성하면 후발효(後醱酵)가 진행되어 새로운 차원의 발효차로 변신하여 보이차와 같은 효능도 겸비한다고 볼 수 있다.
차잎이 발효된 후 건조과정의 한 부분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3
![]() ![]() 2009. 12. 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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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맺는 말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의 전통 발효차를 복원하고 현 시대 상황에 맞게끔 계승 발전시킨다는 동기에서 출발한 자혜차는 여순 반란 사건과 한국 동란 등 역사의 격변기에 아군의 작전상 이유로 소실(燒失)된 칠불사를 폐허에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게 하신 제월 통광 (霽月 通光) 큰 스님께서 모든 이에게 자비(慈悲)와 지혜(智慧)가 구족(具足)하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자혜차(慈慧茶)라 명명(命名)하시고 칠불사의 전통 발효차 복원과 계승 발전에 지대한 관심과 격려를 해 주시고 좋은 환경의 차밭을 조성하고 가꾸어 온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칠불사의 전통 발효차 제다법을 기록하게 된 동기는 서기 2008년 7월 14일 쯤 이현기 화개면 면장과 산업계장이 직접 제가 기거하는 처소로 찾아와서 현재 하동 녹차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시고 지리산 전통 발효차의 맥을 계승하여 차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차 농가의 영농교육의 일환으로 필자에게 발효차에 대한 강의를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족한 제가 나선다는 게 부담이 되어 사양하다가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발효차에 관심이 있는 차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용감하게(?) 나가기로 하였습니다만 더운 여름 날씨에 몇 사람 오지 않을 것 같아 차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별 준비 없이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전하는 마음에서 가볍게 생각하고 강의 당일인 7월 17일 오후 산업계장의 안내로 강의 장소인 면사무소 이층에 가보니 빈자리가 없어 서서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서 이런 종류의 강의 경험이 전무(全無)한 저로선 좀 당황스럽기도 했고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내내 열띤 관심을 보여주신 주민 여러분께 두서없이 강의하여 미안한 마음이 많았던 중 한밭제다 이창영 님께서 발효차의 제다법에 관한 기록의 필요성을 제안하여 면장님이 제게 요청하여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발효차의 제다법은 일정하기 보다는 다양하여 만드는 분들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발효차가 공존하는 것이 현실인데, 각자의 개성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차가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발효(醱酵)와 부패(腐敗)를 구분 못하고 제다환경이 부실해서 잘못 만들어진 차는 반드시 개선을 해서 화개골, 더 나아가 지리산 자락 전체의 발효차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부응해야 우리나라 차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녹차를 주로 만드시는 분들께서는 혹시 우리의 전통 발효차가 새로이 조명되고 각광을 받게 되면 녹차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까 우려하실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기우에 그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녹차와 발효차는 차의 성질이 달라서 경쟁적이라기보다 상호 보완관계에 있고 차를 사랑하는 차 애호가들에게 훨씬 풍요로운 차 생활을 선물할 것이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차의 수요층을 확대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녹차는 애인 같고 발효차는 마누라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취향이 사람에 따라 다르고 또 분위기에 따라 같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녹차는 별식(別食)에 해당하는 것 같고 발효차는 늘상 먹는 밥과 같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먹는 밥도 필요하고 또한 별식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재 수입되는 차의 현실을 보면 대개 발효차 계통인 오룡차나 후발효차인 보이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차가 아주 귀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엉터리 제품을 비싼 값에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도 하루 빨리 우리의 전통 발효차를 제대로 만들어 수입 발효차를 대체해야 하고 그렇게 하자면 우전(雨前), 세작(細雀)을 녹차로 만들고, 녹차로서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작(中雀)이하 대엽으로만 발효차를 만든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국 복건성 무이산의 유명한 발효차인 대홍포(大紅包)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낙찰되는 것이 매스컴에 알려진 사실이고 고급 보이차가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화개골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자락은 기후나 토질, 지형상 우수한 품질의 차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입니다. 차나무를 정직하고 정성스럽게 가꾸고 바람직한 제다법으로 양(量)보다 질(質)로서 고급 발효차를 만들면 많은 차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지난 여름 하동녹차연구소에서 지리산 전통 발효차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출처]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3|작성자 선농자
4. 차를 만들며 일반적으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합니다. 즉 문화의 힘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되고 정치나 경제, 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리라는 예상을 많은 전문가들이 앞 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차문화(茶文化)는 삶의 여유와 멋을 찾으려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문화의 꽃으로 자리매김 하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그리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산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웰빙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또한 증가할 것이고 그 중심에 차(茶)가 있을 것입니다. 문화는 전통(傳統)을 대단히 중시하는 만큼 차문화의 전통 또한 매우 중요 하리가 생각됩니다. 불교가 국교이던 고려시대에 꽃을 피웠던 우리의 차문화가 조선시대로 넘어 오면서 쇠퇴하고 사찰과 일부 사대부(士大夫)들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되어 오다가 근래에 다시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차문화와 더불어 차의 생산지로서 오랜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는 지리산 화개동천(花開洞天)은 예로부터 유서깊은 쌍계사(雙磎寺), 칠불사(七佛寺) 등을 중심으로 사찰 차문화의 전통이 이어져왔고 화개동 일대를 중심으로 <작설- 잭살:방언>이라는 독특한 발효차를 만들어 온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개동천의 맨 꼭대기에 자리한 칠불사는 사찰 특유의 발효차 맥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중요한 무형의 문화자산을 잘 계승하고 발전시킬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칠불사에서는 사원(寺院) 차문화의 정수(精髓)인 헌다의식(獻茶儀式)을 발효차가 나올 무렵인 음력 9월 9일 중구절(重九節)에 매년 행하고 있는데, 고려때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보면 8세기 경 신라 경덕왕 재위 시 충담스님이 해마다 삼월 삼짓날과 구월 중구일에 경주 남산 삼화령의 미륵부처님께 차공양을 올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유구한 역사의 전통인 것입니다. 청량한 가을 날, 잘 익은 발효차를 차관(茶罐)에 넣고 열탕으로 우려 다완(茶椀)에 가득히 따라서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과 차를 사랑하시던 옛 선사(禪師)들의 부도에 헌다할 때에는 도량에 가득히 퍼지는 차 향기가 봄, 여름 내내 차를 만들고 차밭을 가꾸면서 흘린 땀방울과 노고를 비로소 희열로 바꾸어 줍니다. 칠불사의 옛 스님들의 부도에 헌다할 때 맨 먼저 시작하는 곳이 칠불사에서 만년에 수행하시고 열반에 드셨던 조선 중기의 유명한 선승이신 부휴(浮休:1543~1615)대사 부도인데 차를 너무 좋아 해서 손수 차나무를 심고 가꾸며 직접 차를 만드셨던 부휴스님의 시 한 수 옮겨 봅니다. 獨坐深山萬事輕(독좌심산만사경) 掩關終日學無生(엄관종일학무생) 生涯點檢無餘物(생애점검무여물) 一椀新茶一經券(일완신차일경권) 깊은 산속 홀로 앉으니 만사가 부질없어 사립문 닫아놓고 종일토록 무생을 배운다네 생애를 돌아보니 남아있는 물건은 다른 게 없고 오직 한 사발의 햇차와 한 권의 경전뿐이라오 ※ 학무생(學無生): 나고 죽음이 없는 경지인 생사해탈을 위해 수행정진 한다는 뜻
헌다를 마치고 부휴선사의 다시(茶詩)를 낭송했다
부휴당 선수(浮休堂 善修 1543-1615) 산거잡영(山居雜詠) 굽어보고 우러러 천지사이에 잠깐 동안 한 때의 나그네 되었구나 숲을 헤쳐 새로 차를 심고 솥을 씻어 저녁 밥을 지어 먹노라 달밤에는 밝은 달 희롱하고 가을 산에서 가을 저녁 보낸다 구름 깊고 또한 물도 깊어 찾는 사람 없어도 스스로 기뻐하네 俛仰天地間 暫爲一時客 穿林種新茶 洗鼎烹藥石 月夜弄月明 秋山送秋夕 雲深水亦深 自喜無尋迹 송운에게(寄松雲) *송운(松雲): 사명대사 아침에는 차잎을 따고 저물면 섶나무 줍고 또한 산과(山果)까지 거두니 아주 가난하지는 않다네. 향 사르고 홀로 앉아 별다른 일 없으면 정다운 이와 나눌 새 이야기 생각나네 朝採林茶暮拾薪 又收山果不全貧 焚香獨坐無餘事 思與情人一話新 [출처]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4|작성자 선농자 |
[출처] 지리산 전통 발효차 만들기 2|작성자 선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