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4. 10:29ㆍ율려 이야기
[주해악부]에 실린 한양풍물가 입니다.
한양풍물가
하늘과 땅이 열리니 해와 달이 생겼어라.
하늘에 별이 밝게 비추니 오행이 되었도다.
나무와 풀, 곤충이 생겨날 제 인물이 번성하다.
중국의 다섯 명산이 우뚝 솟아있고 네 강이 훤하게 너른데
곤륜산 한 줄기가 동해로 들어올 제
멀리 뻗친 높고 낮은 산맥은 몇 만리며 구비는 몇 구비인가.
백두산 봉우리가 일어나 함경도를 넘어서서
강원도 내달려서 경기도로 돌아 들어올 때
북극을 바치고 있는 듯 연꽃을 깎아 놓은 듯
도봉산에 머물러서 층층이 오는 기세
신선들이 모여 있는 듯 상아로 만든 홀이 벌려 있는 듯
삼각산 일어설 제 천년을 다스릴 것인가, 만년을 다스릴 것인가.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몸을 서리고 있는 듯 기이하다.
북악이 입수되고 종남산이 안산이라.
청룡은 낙산이요 백호는 길마재라.
강원도 금강산은 외청룡 되어있고
황해도 구월산은 외백호 되어있고
제주의 한라산은 외안이 되어있고
적성의 감악산은 뒤를 막아있고
두미와 월계에서 나린 물이 용산 삼개 한강 되고
그 물줄기 내려 흘러 오두재에 합해져서
강화의 마니산이 앞을 가로 막았구나.
하늘이 내시니 왕의 도읍, 해동에 으뜸이라.
나라 이름은 조선이오, 서울은 한양이라.
단군의 옛 풍속이요 기자가 남긴 풍습이라.
의관도 화려하고 문물도 거룩하다.
백성들의 집은 억만 채요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은 사십리라.
동편은 종묘되고, 서편은 사직이라.
경복궁 창덕궁과 창경궁 큰 전각이
하늘에 솟았으니 만호 천문 깊을세라.
인정전 근정전은 백성들 다스리는 궁전이오,
희정당 대조전은 왕이 평소에 거처하는 곳이구나.
영화당 석거각은 춘당대에 붙어 있고
옥류천 깊은 곳은 별세계가 되었구나.
주나라 임금이 경치를 바라보던 곳은 못 보와도 여기로다.
궁궐 안의 동산의 기이한 꽃과 이상한 풀, 깊은 궁중에 봄이 늦었도다.
흰 새들은 깃털에서 광채가 나고 암사슴은 평화로이 땅에 엎드려 있네.
어수당 맑은 연못에서는 가득히 고기가 뛰어 노는구나.
임금이 계시는 화려한 전각과 봉황 모양 누각은 겹겹이 쌓여있고,
학과 기린을 그린 집들은 층층이 겹겹으로 포개있다.
아로 새긴 들보들과 높게 솟은 푸른 서까래, 붉은 기동
입춘날 대궐에 붙이던 시에 하였으되
태평하고 태평하고 또 태평하니 또다시 이와 같이 태평하길 바라노라.
살미 살창 새긴 문과 좁고 좁은 가는 살로 만든 대청의 긴 창살문
푸른색으로 칠한 방, 아름다운 집은 영롱하고
붉은 난간에 걸린 예쁜 무늬 발은 번성하고 화려하다.
금천교 돌로 된 난간에는 부용 모란 새겨 있고
장춘각 나무다리 무지개 모양으로
은하수를 걸쳐 놓은 듯 옥황상제 사는 나라로 통하는 듯
첩첩한 대문 옆 중행랑의 복도는 구불구불 몇 백 간인가.
낮고 높은 층층계단 빙문이 기이하다.
임금님 다니는 길 한 가운데 봉황 한 쌍과 공작을 새겼구나.
전각마다 한 가운데 세 층 임금님 옥좌 높이 쌓고
가운데 닷집 쌓아 아로 새긴 단청하고
오봉산 해와 달을 그린 병풍 해도는 몇 만 리인가.
오봉이 솟았으니 해가 돋고 달 돋는다.
한편에는 보불병풍 엄숙하고 위엄 있게 그린 도끼
간신과 흉악한 일을 물리치는 기상 제왕의 위엄이요.
한편 병풍 그렸으되 칠월편 농시 짓고 길쌈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자세히 그렸으니 임금이 백성을 불쌍히 여겨 지산이 다치게 한 것처럼 하는 덕택
구중궁궐 깊은 곳에 어이 알아 그리셨는가.
기둥마다 세상 살피는 거울 붙여 눈과 귀를 밝게 하시는고.
상방검 태아검은 맑은 날 우레와 벼락처럼 위엄과 노기가 당당하다.
일을 잘 아는 내시들은 승전과 차지와 장번이라.
건장한 무예청은 붉은 색 군복 입고 쪽빛 전대를
십팔기에 매우 능숙하니 기상이 사납고 날래구나.
밤이면 호랑이 무늬 두건, 호랑이 무늬 군복 삼모장의
파수마다 앉았으니 호분군 되어있고,
맵시 있는 전별감은 이팔청춘 아이로다.
당당홍의 붉은 색 두건, 쪽 빛깔 넓은 띠를
가슴에 눌러 띄고 빛 좋은 순금 동곳
큰 대자 새겨 내어 모양 좋게 꽂아 있고
사모와 각띠를 맨 사알과 사약, 융복을 입은 무감과 통장
별감 무감들은 영리하고 똑똑하여 합문에 등대하고
각 처소 내인들은 안 일을 맡아했는데
지밀 침방 수방이며 생것방 소주방이
여러 가지 일을 각각 맡아 아침저녁 문안이며
임금 옷을 만드는 바느질이며 임금 드실 것을 맡아하는 것이 직분이라.
운주라 모단 너울 두록대단 드림이며
홍융사 오색 실로 만든 술, 매듭 빛 좋게 늘어지고
남소화주 긴 너울은 누른 꽃잎으로 촘촘하다.
설한단 남치마와 불빛 모단(모란) 족두리며
어여머리 늦은 낭자 오두잠 금죽절과
긴 원삼 짧은 당의 요지연에 모셨는 듯
여자가 화장하는 것도 아주 뛰어나고
붉고 푸른 의상은 곱고도 화려하다.
항아가 이 세상으로 귀양을 왔는가, 속태도 전혀 없네.
나이 많은 무수리는 적은 머리 긴 저고리
검푸른 무명 넓은 띠에 문패를 비스듬히 차고
각궁 노복 모양들은 벙거지 넓은 갓끈
두루마기 반물 드려 소매 길게 하여 입고,
내병조 근장군사 문마다 지켜 있어
잡인을 금하며 모든 일을 맡아 보살피니 가죽 채찍 손에 들고
이리 뛰며 저리 뛰니 기상의 호륵하다.
정원의 육승지는 후설지신 되어있어
대궐안의 크고 작은 일과 백 가지 각기 다른 일을
내외 공사 함께 하여 임금에게 청하고 파하기를 일삼으니
영채도 갸륵하고 맡은 일도 중대하다.
옥당 각신 한림과 주서를 맡은 이는 주경야대 일이로다.
나이 어린 이름난 사람은 중요한 벼슬자리에 있도다.
별군직 선전관은 보기 좋은 비단조복
다홍대단 붉은 소매 달고 순금밀화 쌍 단추며
그 위에 갑사관대 수박빛이 곱기도 하구나.
오위장 충익장과 문부장 수문장은
호반의 벼슬이라. 관대 속의 군복 입고
육백 금군 호위군관 내삼청의 번을 들어
무예도 갸륵하고 치마도 날쌔도다.
의정부 삼상네는 백성을 사랑하시는 모양
평교자 느슨한 줄에 낮은 키의 하인들
고이 먹여 가실 제 호피 꼬리 따를 쓴다.
대로 엮은 파초선을 햇빛을 반쯤 가려
길에 잡인을 금하던 소리도 크지 않고 걸음도 느리다.
거룩하다. 햇볕이 뜨거워도 일산(日傘)을 펴지 않는 것은 윗사람의 도리로다.
이 호 예 병 형 공은 육경이 되였구나.
호기 있는 대사마는 백보 밖에 인배를 세우고
건장한 뇌자기수 원앙진 작대하여
쌍쌍이 비키라 외치는 소리 날래고도 맑고 시원하다.
외바퀴 높은 초헌 키 큰 구종들이
손을 들어 밀어 갈 제, 좌우의 색구와 견배
매우 사나운 별배들이 날개처럼 벌어 서서
세층 벽제소리 기구도 엄격하고 위엄이 있네.
무장네 모양들은 은안준마 좋은 말에
빼그어 높이 앉아 흉허복실 마상 모양
웅호의 기상이요, 변방의 잘 다스릴 장수로다.
도감은 오천병마 수영문 되었구나.
대명적 복색으로 모단전건 젖혀 쓰고
선기대의 날랜 군사는 한 칼로 백만의 적을 당해낼 수 있데.
전주작 되여 있어 몸기는 붉은 기요
금위영 삼천병마 별무사가 건장하다.
좌청룡 되여 있어 몸기는 푸른 기요
어영청 삼천병마 가전 별초 되어있고
우백호 되여 있어 몸기는 한 기로다.
총융청 삼천 병마 무예는 당해낼 적이 없네.
북현무 되었으니 몸기는 검은 기요
용호영 호위군관 백발백중 하는구나.
중앙이 되었으니 몸기는 누런 기다.
좌포장 우포장은 금난치적 일을 삼고
오부의 부관원은 사송이 직분이요,
경조부 평시서는 백성을 다스리고 시장을 관리하는구나.
의금부 삼당상과 도사는 열이로다.
춘추필법 가지구서 벼슬길에서 쫓겨나고 귀양 가길 일삼으니
필십 명 의금부의 하급관원들은 알도에 눈을 박아
상투 끝에 젖혀 쓰고 철릭 위에 검푸른 빛의 까치옷
흰 실로 줄을 놓아 인군 왕자 써서 입고,
죄인을 가두던 옥은 수도부라 약법삼장 일을 삼고
호조는 판탁지라 돈과 곡식으로 세금을 매기는 일을 맡아 있어
삼당상 육낭청의 별례방이 주장이오,
회계하는 계사들은 문안과 편지 쓰는 관리가 되었고,
공조는 일을 처리하는 부서라, 모든 일을 총괄하여 살피고
응역하기 일삼으로 외여선공 매여 있고
예조는 남궁이라 선왕제례 본받아서
군왕의 진퇴범절 종사 산천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며
제례작악 일삼으로 통례원 거느리고
병이조 동서편은 문관과 무관을 가려 뽑아
내지이며 외직이며 정경 아경
도백 유수 주서 한림 각 신하들과
옥당승지 대간이며 묘사전궁 관원이며
능참봉 수봉관과 봉사 직장 감역이며
동몽교관 부도사며 군자 판사 광흥수와
능령이며 선혜 낭청 각사제주 부제주며
이조전랑 홍문정자 병사 수사 방어사며
영장중군 통제사와 첨사만호 병우후며
사도참군 권관이며 선전관 부장들과
별군직 수문장과 훈련판사 주부들과
도총도사 경역이며 내금장 오위장과
창검초관 협연초관 문음무 열읍 수령
비천이며 병이빗을 택인비망(備望) 일삼으니
임무는 크고 책임은 무거워라.
형조는 대사구라 포장을 영통하여
각색 금난 의견을 맞추니 기강이 거룩하다.
하복의 내승 주부 도제주며 부제주라.
거덜이며 견마부는 초립의 넓은 갓끈 누른 사 더그레며
푸른 긴 옷 벙거지며 이마(理馬)와 마의(馬醫)들은 말에게는 백락이라.
백총마 청총마며 오추마 자류마며 연사라. 추마와 돈점총이 어승마라.
동서간 너른 마구 계마천필 하였구나.
나라의 사정을 물으니 좋은 말로써 답을 하네. 천승지국 장할시고.
하루 날 닷새 날은 내외구마 한데 모아 조마 거동 할 적이면
한편에는 바라를 울리고 한편에는 북을 울리며
말을 경계하여 갈 제 노량이며 나는 품은 행운유수 모양이라.
장악원 협률랑은 음악 익히기를 일삼으니
이원 제자 천여 명이 무동 악공 되였어라.
긴 곡조는 신명이 오시는 듯
여민락 보허자는 백성과 함께 즐김이 한이 없다.
포구락 북춤이며 학춤이며 몽금척과 쟁강춤
배떠나기 화려하고 거룩하다.
그 중에 처용무는 경주에서 왔다고 하네.
오색빛 운화의에 복두를 바로 쓰고
너른 소매 긴 한삼을 곡조마다 나부낄 제
붉은 얼굴 봉의 눈은 반쯤 웃는 모양이라.
천관이 이 세상에 내려왔는가 보기에 신기하다.
선혜청은 전곡부라 춘추대동 전세들과
물건 실어 나르는 배 강에 대고 각 고을 색리(吏) 호위하여
말에게 싣고 소에게 실고 큰 수레에 잔뜩 실어
선머리는 들어오나 끝머리는 강에 있다.
풍등대유(豐登대유) 하였으니 국가의 복된 징조로다.
십년동안 먹을 곡식 저축하니 진진상인 하였어라.
중추부 영판부는 추밀사 되어 있고,
홍문관 대제학은 문장제술 문형(文衡)이요,
성균관 대사성은 국자선생 되어 있고,
사간원 사헌부는 바른 소리로 끝까지 간하는 모양 엄숙하다.
세시제향 봉상시며 우양고시 전생서며
어보(寶)차지 성서원과 의대진배 상의원과
수라 백미 사도시며 금은보패 내탕고며
기용 병장 내수사와 각색 지속 장홍고와
채소 공상 사포서며 해물 공상 사재감
과일을 올리던 장원서와 등유를 올리던 내섬시며
약물을 올리던 약방이며 각색 공상 공상청과
재목 맡은 수어청과 군량 맡은 양향청과
의장기명 제용감과 사기어선 사옹원과
모든 관리에게 녹봉을 주던 광흥창과
군병들에게 급료를 주던 군자감과
제가 시서 승문원과 척신공의 돈령부며
시지 자문(咨文) 조지서며 칙사 대접 예빈시며
천문택일 관상감과 민간질병 활인서며
청학(淸學) 왜학(倭學) 사역원과 의학주장 전의감과
종실선파 종친부와 도위첨위 의빈부며
불망공신 충훈부며 양노조신 기로소라.
설관분직 하였으니 임현사릉 거룩하다.
사학이 분배하여 유학을 교훈하니
명륜당 대성전은 우리나라 반궁(泮宮)이라.
일백 명 태학사는 공자님 위패를 모셔 있고
행단의 늦은 춤은 연비여천 하는구나.
국가의 근본이오 초헌하는 도리로다.
돈경각 높은 집에 만 권 책을 쌓아놓고
주송야강하니 성현의 풍채와 태도로다.
추로지향 분명하고 정주지학 장하도다.
남편은 숭례문과 동편은 흥인문과
서편은 소의문과 북편은 창의문이 사관이 되었으니,
수문장 호군부장 수문군 영통하여 칼을 꽂고 신측하다.
여덟 길로 통하였고 연경 일본 닿았구나.
우리나라에서 나는 물건들도 부끄럽지 않건마는
다른 나라 물건들과 서로 합해지니 백각전 장할시고.
칠패의 생선가게에는 각색 생선 다 있구나.
민어 석어 석수어며 도미 준치 고등어며
낙지 소라 오적어며 조개 새우 전어로다.
남문 안 큰 모전에 각색 실과 다 있구나.
청술레 황술레 건시 홍시 조홍시며
밤 대추 잣 호두며 포도 경도 오얏이며
석류 유자 복숭아며 용안 여지 당대추다.
상미전 좌우의 집들에 십년지량 쌓였어라.
하미 중미 극상미며 찹쌀 좁쌀 기장쌀과
녹두 총태 붉은팥과 밑에 중태 기름태라.
되를 들어 자랑하니 민무기색 좋을시고.
수각다리 넘어서니 각색 상전 벌었어라.
면빗 참빗 얼레빗과 쌈지 줌치 허리띠며
총전 보료 모탄자며 간지 주지 당주지로다.
큰 광교 넘어 서니 육주비전 여기로다.
일 아는 여리꾼과 물화 많은 전시정은
큰 창옷에 갓을 쓰고 소창옷에 한삼 달고
사람 불러 흥정할 제 경박하기 측양 없다.
백목전 각색방의 무명이 쌓였어라.
강진목 해남목과 고양나이 강진나이며
상고목 군포목과 공물목 무녀포와
천은이며 정은이며 서양목과 서양주라.
지전을 살펴보니 각색 종이 다 있구나.
백지 장지 대호지며 설화지 죽청지며
선익지 화초지며 깨끗하구나, 백면지며
상화지 자문지며 초도지 상소지며
천년지 모토지와 모면지 분당지와
궁전지 시축와 각색 능화 고을시고.
베전을 살펴보니 각색 마포 들어쳤다.
농포 세포 중산치와 함흥 오승 심의포며
육진장포 안동포와 계추리 해남포와
왜베 당베 생계추리 문포 조포 영춘포며
길주 명천 가는 베는 바리 안에 드는 베다.
청포전 살펴보니 당물화가 버려 잇다.
중침 세침 수바늘과 다홍삼승 청삼승과
녹전 홍전 분홍전과 삼승 고약 공단 고약
감토 모자 회회포와 민강 사탕 오화당과
연환당 옥춘당과 가진 당속 벌여 있다.
선전은 수전이라 돈 많은 시정들이
호사도 혼란하고 인물들도 준수하다.
각색 비단 벌였으니 화려도 장하구나.
공단 대단 사단이며 궁초 생초 설한초며
금계제파일륜홍하니 발 돋았다. 일광단과
일년명월금소다하니 달이 밝은 월광단과
추운담담영유유하니 보기 좋은 운문대단
춘풍도리화개야하니 번화로운 도리 불수
매화만국청모적하니 매죽문 각계주며
용귀호동운유습하니 혼란할사 용문갑사
상사불견 이 내 마음 임 그리운 상사단과
은한성희일도통하니 통해주 이름 짓고
명괘금방제일인하니 장원주 되어 있고
산천초목 번성하니 넌출진 포도대단
만경창파 조개비단 보기 좋은 금선단과
노군 호로단과 천세만세 만수단과
역발산기개세는 초한 시절 우단이라.
알록달록 광월사며 알송달송 아롱단과
한 량 두 량 팔양주며 한 쌍 두쌍 쌍문주며
수건감 흑저사며 이불감 남추라며
볼기감 자지상직 휘양감 검은 궁초
어물전 살펴보니 각색 어물 벌여 있다.
북어 관목 꼴뚜기며 민어 석어 통대구며
광어 문어 가오리며 전복 해삼 가자미며
곤포 메욱 다시마며 파래 김 우무가시라.
도자전 마로 저재 금은보패 놓였구나.
용잠 봉잠 서복잠과 간화잠 장포잠과
앞뒤 비녀 민죽절과 개구리 앉힌 쪽비녀며
은가락지 옥가락지 보기 좋은 밀화지환
금패 호박 가락지와 값 많은 순금지환
노리개 볼작시면 대삼작과 소삼작과
옥나비 금벌이며 산호가지 밀화불수
옥장도 대모장도 빛 좋은 세 가지 실로
꼰술 푼술 가진 매듭 번화하기 측냥없다.
광통교 아래 가게 각색 그림 걸렸구나.
보기 좋은 병풍차의 백자도 요지연과
곽분양 행락도며 강남 금릉 정직도며
한가한 소상팔경 산수도 기이하다.
다락벽 계견사호 장지문 어약용문
해학 반도 십장생과 벽장문차 매죽난국
행축을 볼작시면 구운몽 성진이가
팔선녀 희롱하여 투화성주 하는 모양
주나라 강태공이 궁팔십 늙은이로
도롱이와 삿갓을 숙여 쓰고 곧은 낚시 물에 넣고
때 오기만 기다릴 제 주문왕 착한 임금
어진 사람 얻으려고 손수 와서 보는 거동
한나라 상산사호 갈건야복 도인 모양
네 늙은이 바둑 둘 제 제세안민 경영이라.
남양의 제갈공명 초당의 잠을 겨워
형익도 걸어 놓고 평생을 아자지라.
한소열 유황숙이 삼고초려 하는 모양
진처사 도연명이 오두미 마다하고
팽택령 하직하고 무고송이반환이라.
당학사 이태백은 주사청루 취하여서
천자호래불상선을 역력히 그렸으며,
문에 부칠 신장들과 모대한 문비들을
진채 먹여 그렸으니 화려하기 측양 없다.
구리개 좌우집의 신롱유업 써 붙이고
각색 약이 다 있구나. 수세제중 하리로다.
인삼 사삼 현삼이며 황련 황금 황백이며
진피 청피 대복피며 감초 자초 하고초며
우황 타황 구황이며 웅담 구담 사담이며
침향 정향 당사향과 용뢰 용안 용골이며
소합환 광제환 태을환 소침환과
청심환 안심환과 포룡환 만응환과
운모고 우황고며 우동고 신이고며
제중단 옥추단과 벽운단 자금단과
은설 금설 진주설과 은박 금박 호박설과
민강 귤병 금전병과 녹용고 경옥고라.
상백초 제만민은 염제씨 공덕일세.
물중지대 장할시고 제왕의 도읍이라.
화려가 이러할 제 놀이인들 없을소냐.
장안소년 유협객과 공자왕손 재상의 자제
부상대고 전시정과 다방골 제갈동지
별감 무감 포도군관 정원사령 나장이라.
남북촌 한량들이 각색 놀음 장할시고.
선비의 시축놀음 한량의 성청놀음
공물방 선유놀음 포교의 세찬놀음
각사 서리 수유놀음 각집 겸종 화류놀음
장안의 편사놀음 장안의 호걸놀음
재상의 분부놀음 백성의 중포놀음
각색 놀음 벌였으니 방방곡곡 놀이철이라.
놀이처 어디멘고 누대 강산 조흘시고.
조양누 석양누며 명설누 춘수로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류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옥천암 석경루와 한북문 진관이며
경강정 내달아서 창랑정 압구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령안 읍청루라.
구경 가자 구경 가자 승전놀음 구경 가자.
북일령 군자령의 좋은 놀음 벌였구나.
눈빛 같은 흰 휘장과 구름 같은 차일
차일 아래 유둔 치고 마루 끝에 보계판과
아로 새긴 서까래의 각 영문 사초롱을
빈틈없이 달아 놓고 좁쌀 구술 화초등과
보기 좋은 양각등을 차례 있게 걸어 놓고
난간 밖에 춘화 가화 붉은 비단 허리 매어
빙문진 유리병의 가득이 꽂아 놓고,
각색 총전 몽고전과 만화 등메 담방석의
백통타구 옥타구며 백통요강 은재떨이
왜찬합과 당찬합과 모란병풍 영모병풍
산수병풍 글씨병풍 홍융사 구멍 뚫어
이리저리 얽어매고 별감의 거동 보소
난번별감 백여 명이 맵시도 있거니와
치장도 놀라울사
편월상투 밀화동곳 대자동곳 섞어 꽂고
곱게 뜬 평양망건 외점박이 대모관자
상의원 자지팔사 초립 밑에 팔괘 놓고
남융사 중도리며 오동입식 껴서 달고
손벽 같은 수사 갓끈 귀를 가려 숙여 쓰고
당홍생초 고운 홍의(紅衣) 숙초 창의 바쳐 입고
보라누비 저고리의 외올뜨기 누비바지
양색단 누비배자 전배자 받쳐 입고
금향수주 누비토수 전토수 받쳐 끼고
중동치레 볼작시면 우단 대단 도리불수
각색 줌치 모이 접어 나비매듭 벌매듭의
파리매듭 도래매듭 색색이로 꿰차고
오색비단 괴불줌치 약낭 향낭 섞어 차고
이궁전 대방전과 금사향 자개향을
고름마다 걸어 차고 대모장도 석장도며
밀화장도 백옥장도 안팎으로 빗기 차고
삼승보선 수눅 파서 맵시 있게 하여 신고
제제창창 앉은 모양 절차도 갸륵하다.
금객 가객 모였구나.
거문고 임종철이 노래의 양사길이 계면의 공득이며
오동복판 거문고는 줄 골라 세워 놓고
치장 차린 새양금은 떠는 나비 앉혔구나.
생황 퉁소 죽장고며 피리 저 해금이며
새로 갈인 큰 장구를 청서피 새 굴레의
홍융사 용두머리 단단히 조여 매고
태극 그린 큰 북가의 쌍룡을 그렸구나.
왕대를 가로 질러 흰 무명 십여 척을
고리 뀌어 매어 달고 다홍상모 긴 북채라.
각색 기생 들어온다.
예사로운 놀음에도 치장이 놀랍거든
허물며 승전놀음 별감의 놀음인대 범연히 치장하랴.
어름 같은 누런 전모 자지갑사 끈을 달고,
그림 같은 허튼 머리 반달 같은 쌍얼레로
솰솰 빗겨 고이 빗겨 편월 좋게 땋아 얹고
모단 삼승 가리마를 앞을 덮어 숙여 쓰고
산호잠 밀화비녀 은비녀 금봉차를 이리 꽂고 저리 꽂고
당가화 상가화를 눈을 가려 자주 꽂고
도리불수 모초단을 윗저고리 지여 입고
양색단 속저고리 가진 패물 뀌어 차고
남갑사 은조사며 화갑사 긴 치마를 허리 졸라 동여 입고
백방수주 속속곳과 수갑사 단속곳과
장원주 너른바지 몽고삼승 겉버선과
언동상전 휴운혜를 맵시 있게 신어두고
백만교태 다 피고 모양 좋게 들어온다.
내의녀 침선비며 공조라 혜민서며
늙은 기생 젊은 기생 명기 동기 들어온다.
설만장안학정홍하니 외로울사 일점홍이
정부만리수타향하니 바라볼사 관산월이
앵전고지연입루하니 소리 좋은 연앵이며,
청천삭출금부용하니 의젓한 부용이며,
천리애제녹영홍하니 탈색할사 영산홍이,
구봉침 잠간 보니 화려할사 채봉이며,
옥출곤강 금생려수 보배로운 금옥이며,
선성재수홀사양하니 신기롭다 초선이며,
낙양장안 봄 늦었다 번화로운 만점홍이,
강성오월낙매화하니 향기롭다 매향이며,
녹죽의의천고절하니 절개 있는 죽엽이며,
경수무풍야자파하니 곱고 고운 백능파라.
운빈화안금보요니 설부화모 참치시라.
차례로 늘어 앉아 놀음을 재촉한다.
화려한 거문고는 안족을 엉겨 놓고
문무현 다스리니 농현(弄絃) 소리 더욱 좋다.
한만한 저 다스림 길고 길어 구슬프다.
피리는 침을 받고 해금은 송진 긁고
장고는 굴레 조여 더드럭을 크게 치니
관현의 좋은 소리 심신이 황홀하다.
거상조 나린 후에 소리하는 어린 기생
한 손으로 머리 받치고 이마를 반쯤 숙여
우조라 계면이며 소용이 편락이며
춘면곡 처사가며 어부사 상사별곡
황계타령 매화타령 잡가 시조 듣기 좋다.
춤추는 기생들은 머리에 수건 매고
웃영산 늦은 춤의 중영산 춤을 모라
잔영산 입춤 추니 무산선녀 내려온가.
배따라기 북춤이며 대무 남무 다 춘 후의
안 올린 벙거지의 성성전 증두리의
주먹같은 밀화증자 매암이 새겨 달고
갑사군복 홍수 다라 남수화주
긴 전대를 허리를 잔득 매고
상모단 노는 칼을 두 숀의 빗기 쥐고
잔영산 모는 새면 항장의 춤일런가 가슴이 서늘하다.
보기의 번화하고 듣기에 신기하다.
춘성 사백 구십교와 대도 청루
십이중의 집집이 관현이요 거리거리 노래로다,
연풍해전가가주요 춘만강성처처화라.
동도부며 서도부며 임고대 제경편과
제왕국도 지은 글이 번화가 장하건만
자성제인 어린 소년 우리 한양 제일이라.
임자는 그 뉘신고.
하늘이 내신 임금 적덕백년 태조대왕
홍무의 등극하사 례악법도 소중화라.
선리仙李) 건곤 거룩하다.
계계승승 성자신손 즐겁구나 우리 성주.
어질기는 요순이요 효롭기는 문무로다.
주나라 구여시와 한나라 사중가는
아마도 우리나라 수무족조 즐겁구나.
해마다 정월이면 태묘사직 다니신 후
능행령 내리시니 남도거동 되신다네.
남도는 황성부라 두 능을 모셨으니
건릉과 현륭원의 춘전알령(춘전알령)이 낫다.
병판은 군령 대령
각영문 장신네는 군장점고 신칙하고
백각사 관원들은 군복 융복 치장하고
백각사 하인들은 능행 복색 재촉하니 택일은 삼월이라.
능행도 하시면서 춘성경 하시련다.
호조의 별례방은 계사를 영통하여
각색 장색 거느리고 능소로 바삐 가고
주교대장 전령하여 주교를 신칙한다.
전세 대동 실은 배와 두대박이 외대박이
당도리 먼정이며 중거루 낙거루를
십리장강 널은 물의 머리맡에 늘어세우고
선장이며 지위 목수 주야로 일을 할 제,
주교별장 군복하고 이리 가며 저리 가며
등패를 영통하여 결곤신칙 일을 몬다.
배 위에 장송 깔고 장송 위에 반송 깔고
그 위에 모래 펴고 모래 위에 세사 펴고
그 위에 황토 깔고 좌우에 난간 짜고
팔뚝 같은 쇠사슬로 머리를 걸어 매고
양 끝에 홍전문과 한 가운데 홍전문의
홍기를 높이 꽂고 좌우의 뱃사공은
청의 청건 남전대의 오색기 손에 들고
십리 주교 벌었으니 천승군왕 위의로다.
주교대장 주교별장 신칙호령 엄위하다.
유도대장 영문하고 종노마로 한 가운데
차일을 높이 치고 차일 밑에 유둔 치고
유둔 아래 군막 치고 군중이 호령한다.
신시에 취군하여 돈화문 밖 다 모인다.
경야를 하려하고 어한제구 가졌구나.
길마재 한 봉화의 남산 봉화 응하여서
일제히 네 자로가 변방무사 보하였다.
초경 삼점 인정 소리 이십팔수 응하였고
전루를 몰아 처서 오경이 벌써 되니
서른세 번 파루소리 그치면서
초엄도가 앞도가며 한성부 꼭뒤도가
사헌부가 도가 끝에 선진이 동군한다.
기대장 앞을 서니 마군의 머리로다.
오마대 마군들은 항오가 엄숙하다.
별대마방 선기대며 천총 파총 기총이며
각초 초관 모양들은 제방 위색 물을 들여
더그레며 수기 쥐고 원앙진 보군작대
전초후초 좌초우초 전사후사 좌사우사
삼항으로 행군하니 초기가 앞을 섰네.
범 같고 곰 같으니 군상이 씩씩하고 뛰어나다.
도감이 선상이라 대장의 기구 보소.
견전 쓴 겹전배의 영기 순시 곤장 주장
청도기 앞을 서고 대기치 벌려 섰다.
관이영전 승기전의 월도 든 휘자수며
금안준마 좋은 말에 상모 달고
주락 달고 흰 무명 된밀치며 흰 무명 마혁 달고
안 올인 벙거지의 상모의 공작우며,
비단 군복 우단 요대 환도 차고 등채 집고
밀부 병부 껴서 차고 동개의 미전 꽂고
다홍대단 큰 수기의 삼군사명
네 글자를 두렷이 새겨내어 보기 좋게 써서 꽂고
그 뒤의 문무 낭청 그 뒤의 중군 서고
교련관 집사들이 뒤를 막아 호위한다.
그 담은 용호령이 교기 밑에 병조판서
누른 수기 붉은 글자 본병 이자 써서 들고
단정이 가는 모양 대사마 원수로다.
금려사령 금군별장 육번금군 작대하고 어전기치 늘어섰다.
청도 일 쌍 앞선 후의 좌청룡 우백호며
남주작 북현무며 동남각 남동각과
동북각 북동각과 서남각 남서각과
서북각 북서각과 홍신문 흑신문과
청신문 백신문과 황신문 황신기며
홍고초 청고초며 백고초며 흑고초며
황고초 등사기며 남신장 북신장과 동신장 서신장과
칠성기 표미기며 초요기 금고기라.
물색도 좋거니와 오군미목 분명하다.
삼항 분입 완행으로 내호소리 이어졌네.
가전의 좋은 복색 교룡기를 부축하여 호위하고
둑과 담에 양산 서고 좌우의 수정절월
은증자 금증자며 은몽동이 금몽동이
각색 의장 벌여 서니 선부의 복색일세.
관약지음 화려하고 우모지미 현란하다.
호륵한 어전 전배 재개창 시위하고
모단전건 홍더그레 화약통 남날개며
오라 사슬 칼에 걸고 행보 좋게 가는구나.
다홍대단 홍형기는 곤장 주장 섞어 서고
금헌화 대답소리 보보이 령 전한다.
오전등예청 홍사초롱 신전이며 월도로다.
선전관 별군직과 별운검 총관들과
별감 무감 내시와 무예청 통장들과
협연초관 창검초관 금헌낭청 내금장과
내구마 외구마는 법안 지어 앞에 서고
경기감영 세 패들은 홍철릭 공장 우의
가는 소리 권마성이 맑고도 고울시고.
숭례문 밖 나아시니 계라 차지 선전관이
자주 걸어 기여 와서 취타를 청한 후의
겸내취 패두 불러 취타령 나리니
겸내취 거동 보소.
초립 위에 적우 꽂고 누런 철릭 남전대의
명금 삼성 한 연후에 고동이 세 번 울며
군악이 이러나니 엄위한 라발이며 애원하는 호적이라.
정기는 표표하고 금고는 당당하다.
한 가운데 취고수는 흰 한삼 두 북채를
일시에 수십 명이 행고를 같이 치니
듣기에도 좋거니와 보기에도 엄숙하고 위엄이 있다.
앞에는 빈 가교요 뒤에는 타신 가교
무예청이 호위하고 그 밖에 별감 무감
모도 다 홍철릭의 고적위 꽂았으며
가교의 나옵시니 홍양산이 앞에 섰다.
그 밖에 협연군이 자개창 뒤를 막고
그 밖에 나장이는 주장 들고 시위하고
대령포교 사오 명은 흰 옷을 입고 수가하고
약방 내각 정원 옥당 군복하고 따라가고
위의의 산반들은 철릭으로 배종하고
후상은 금위대장 삼천병마를 모두 다스리고
원앙진 행군하여 삼십팔 면 대기치에
난후취 취타하고 후진 되여 가는구나.
돌모로 지나 섰다. 로랑을 당하였네.
주교대장 결진하고 강문을 굳게 막아
나는 새를 건너게 할소냐.
행보 좋은 선전관이 신을 손에 쥐고
홍영기 앞세우고 주교령 들어가서 표신을 전한 후의
방포 삼성 전문을 열고 대가가 들어오신다.
명금취타 대진하니 어룡이 다 놀랜다.
언기고 승기전의 삼군이 호령하니
풍운이 변화하고 용사가 비등하다.
규규한 무부들은 공후 간성 되였어라.
군제가 정숙하고 항오가 정제하다.
하루 지나 이틀 지나 삼일만의 환궁하사
별단 시상 하신 후의 과거령 나리시니
알성의 용호방 야한대로 뵈신다네.
이때는 어느 땐고.
춘삼월 호시절에 춘풍이 만화방창 하였어라.
금천교 버들 빛은 벽라만사 드리운 듯
옥류천 두견 빛은 홍금천폭 가리온 듯
천사만록 방비하니 가지가지 봄빛이다.
금성류색천문효요 옥동도화만수춘을
운리제성 쌍봉궐의 우중춘수 만인가를,
춘당대 높은 언덕 영화당 너른 뜰에
배설방 군사들과 어군막 방직이가
삼층 보계판을 광대하게 널리 묻고,
십칠냥 어차일을 반공의 높이 치고
흰 휘장 둘러치고 다홍공단 어군막을
유둔 밑에 바쳐 치고 오봉산 일월병풍
용상 위에 교의 놓고 용문석 어포진
광하천간 넓게 깔고 층층섬돌 어로에는
행보석 늘어 펴고 뜰아래 큰 북 놓고
북 위에 안탑 무고, 한편의 향로 놓고
색스러운 어사화며 보기 좋은 거문고며
녹의홍상 무동들은 쌍쌍이 늘어섰다.
선비의 거동보소. 반물 드린 모시 청포
검은 띠 눌러 띠고 유건의 붓 주머니
적서복중 하였으니 수면앙배 하는구나.
기상이 청수하고 모양이 조촐하다.
집춘문 월근문과 통화문 홍화문의 부문을 하는구나.
건장한 선접군이 짧은 도포 제처 매고
우산의 공석 싸고 말독이며 말장이며
대로 만든 등을 들고 각색 글자 표를 하여
등을 보고 모여섰다.
밤중에 문을 여니 각색 등이 들어올 제
줄불이 펼쳐진 듯 새벽별이 흐르는 듯
기세는 백전일세. 빠르기도 살 같도다.
현제판 밑 설포장의 말뚝 박고 우산 치고
휘장 치고 등을 꽂고 수종군이 늘어서서
접마다 지키면서 엄포가 사나울사.
그 외의 약한 선비 장원봉 기슬이며
궁장 밑 생강밭에 잠복 치고 앉았으니
등불이 조요하니 사월 팔일 모양이라.
동동일출대명긍하니 오색운중 가육용을
창검군 앞을 서고 선진이 늘어섰다.
총관각신 모단 든 백관 걸어서 배종한다.
의장이 앞을 서고 양산이며 교룡기며
병조판서 금헌낭청 오위장 우림장과
가전의 시위 소리 길고도 늘어진다.
장악원 일등 악생 당홍관대 야자대의
선악을 길게 내니 여민동락 화할시고.
옥교로 오실 제 양산이 해를 가려
비슥이 받으시고 뒤에는 현무선을
충의가 들어서며 키 큰 봉도별감
가진 시위 경필 소리 갸륵하고 엄위하다.
협연시위 무예청은 고개 숙여라 하는 소리
듣기에도 청숙하고 보기에도 경조하다.
청양문 나아실 제 대답소리 웅장하다.
관풍각 지나시고 관덕정 지나 서서
보탑에 전좌하사 군병 방위 정한 후의
어악이 일어나며 모대한 환시네가
어제를 고이 들고 현제판 임하여서
홍마삭 끈을 매어 일시에 올려 다니
만장중 선비들이 붓을 들고 다라는다.
각각 제 집 찾아 가서 책행담 열어 놓고
해제를 생각하여 풍우같이 지어내니
글 하는 거벽들은 구절구절 읊어 내니
글씨 쓰는 사수들은 시각을 못 머문다.
글 글씨 없는 선비 수종군 모양으로
공석에도 못 앉고도 글 한 장을 애걸한다.
부모 선생 권할 할 제 이런 토심 모르던가.
경객의 선장 들어 위장군이 외는구나.
한 장 들고 두 장 들어 차차로 들어간다.
백장이 넘어서는 일시에 들어오니
신기전 모양이요 백설이 분분하다.
수건수 몇 장인가 언덕 같고 뫼 같구나.
사알 사약 무감별감 정원사령 우장군이
열장씩 작축하여 전자관 전자하고
주문 명관 시관 앞에 수 없이 갖다 놓네.
차례로 꼬놀 적에 비점 치고 관별한다.
그 외의 낙고지는 짐짐이 져서 낸다.
학고에 오른 글장 먹으로 등을 쓰네.
글씨는 명필이오, 지은 글은 문장이라.
이두의 글이런가, 희지의 글씨런가.
이같이 공부할 제 장원이 못 될소냐.
과거를 다 본 후의 선비의 거동 보소.
우산 접어 둘러메고 공석 싸서 앞에 끼고
장원봉 언덕 위에 잠복이 모여 서서
방이 나기를 기다릴 제 보계판을 바라보니
시관들과 육방승지 어전에서 탁방한다.
설포장 지우고서 정원사령 불러내어
성명 삼자 써서 주니 정원사령 거동보소.
잗주름 방패 철릭 통양갓 젖혀 쓰고
달음박질 내려올 제 만군중 선비 마음
심독희 자부하여 가만히 듣는구나.
여럿이 묶어 소리를 질러 이름 세 자를 부른다.
덕을 쌓은 어느 집 자손 글 용한 어느 선비
십 년 동안 죽을 공부 오늘 등과하였는가.
바삐 불러 올라갈 제 망건을 고쳐 쓰고
도포를 갈아입고 “여기 있다.” 소리 하니
수십 명 원령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부축하고 올라가니 어약룡문 되였구나.
과거에 급제한 신은들은 차차로 불러올려
어전의 예방승지 진퇴를 시키고서
사은 삼배 하신 후 얼굴에 희묵하고
몸에는 홍삼이오, 머리에는 어사화라.
좌우의 백관들이 금관의 금잠 꽂고
홍황나 고은 조복 금환후수 달았으며
양 옆에 패옥소리 걸음마다 쟁쟁한다.
시위군병 갑주하고 춘당대 넓은 뜰에
득인진하 되는구나. 통례원 인의들이
산호를 높이 하니 천세 천세 천천세라.
구경도 장할시고 문물도 거륵하다.
장원낭 개를 주고 그 남은 신은들은
사복마 좋은 말에 무동 주어 내보내니
궐문 밖 나올 적에 기구도 장하도다.
아침의 선비더니 저녁에는 선달이라.
화류춘풍 대도상에 세마치 길군악에
무동은 춤을 추고 벽제소리 웅장하다.
득의 양양하니 탐화랑 되었구나.
남녀노소 관광하고 누가 아니 칭찬하겠는가.
세상 선비 들어 보소.
나무 먹고 물마시며 공부하는 생활 어렵다고 하지 마소.
정성이 지극하면 쇠도 뚫는다는 옛말이 그를 손가.
때때 모르는 것을 물어 얻고 글을 외며 옛 성현의 글을 읽어 마음을 닦아
충군효친 근본을 삼고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재주 닦아
용과 봉을 붙들고 하늘을 날듯 이름을 날리고 입신양명 하게 하소.
예악 법도 이러하니 거룩하구나, 한양이라.
어와 벗님네야. 한양 구경 가자구나.
한양은 어디멘고. 우리나라 국도로세.
하우시 도산도수 시획구주 하셨으니
제요제순 도읍터는 평양 포판 그 아니며
문왕 무왕 도읍터는 기산 풍호 그 아닌가.
동서한의 내려와서 역대 제왕 전수하니 중국의 땅이로다.
동방에서 나게 하였으니 동국이나 알리로다.
태백산의 신단수 아래 내려오시어 요임금과 단군이 같이 서시어
조선에서 스스로 일어나시니하사 각 일천 년 평양이라.
삼한적은 그만두고 우리 나라 서울이 여기로다.
대명 홍무 임신년에 나라 이름을 조선으로 부르게 하시어
한양이 우뚝 솟게 하셨으니 매우 빛나고 흡족하도다.
금척이 길몽이요 옥척의 상서로운 징조로다.
오만사년 누릴 도읍 한양성중 거룩하다.
산천 누대 성곽 연못 위 글에 하였으니
다시 할 말 아니로되 예의동방 장하구나.
우리 나라에서 나기를 원한단 말은 중원사람 말이로세.
추차언이관지하면 제일강상 가지로다.
산악 수기 받았나니 충효인물 총총하다.
범절이 이러하니 천하 제국 제일일세.
하늘의 운세와 땅의 이로움을 얻었으며 사람들의 화합도 되었어라.
현송지음 끊이지 않으니 수사지풍 분명하고
인의지도 찬연하니 성현지국 되였어라.
삼황적 해왈 달이오 오제적 하늘과 땅이라.
문무적 문명이오 한당적 문치로다.
포판이 아니 되면 기산이 여기로세.
북악에는 기린이 놀고 남산에는 봉황이 운다.
성서로운 조짐이 되는 별과 구름은 분명하게 눈에 떠오르네.
태고시절 못 보거든 우리 세계 자세히 보소.
이런 국도 이런 세상 옛날부터 지금까지 또 있으랴.
엎디어 비나이다. 북극 전에 비나이다.
우리 나라 우리 인금 본디 백세 무강후를
천지와 평생 함께 하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가시에 왈
북래일맥진청구하니 (북으로 온 한 맥이 청구를 지정하니)
선리장춘영세휴를 (선니의 긴 봄이 영세의 아름다웠더라)
왕기천년삼각입이요 (왕기는 천년의 삼각산이 섰음이요)
인풍만리오호류를 (인풍은 만리의 오호슈가 홀너더라)
지금예악방추로요(이제의 이르러 예악은 나라의 추와로요)
종고의관속은쥬를 (예로 쫓은 의관은 풍속이 은과 주러라)
주상성명동일월하니 (주상의 성명이 일월과 같으시니)
가등팔역태평구를(노래가 팔역의 오르매 태평메 나릴너라)
경복궁영단가(景福宮詠短歌)
어하 우리 동포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고려 왕씨 운이 진하니 이씨 조선 그 아닌가.
아태조 등극 초의 왕조를 정하실 때
계룡산의 시역하다가 한양의 배포하시니
삼각산이 주산이요 관악산이 주산이라.
관주산성 수락산은 동북으로 둘러있고
길마재 말리재(만리재)는 정서에 둘러있고
종남산 누에머리 안미사로 둘러있고
백악산 범의 머리 반용사로 둘러있고
청학이 하절하니 두 날개를 떨쳤더라.
송파나루 지나와서 두목개 되어있고
한강수 내려와서 양화도 되어있네.
제일강산 좋은 땅에 천만세를 기약하고
궁성을 창건하니 경복궁이 여기로다.
전조후시 벌여 넣고(놓고) 억만 장안 굽어보니
육조 아문 벌여 있고 오영문이 잉궐하다.
성첩은 석성이요 주위는 백여리라.
동서는 삼천보요 남북은 사천보라.
광화문은 정문(正門)이요 금천교는 첫 다리라.
근정전 지나와서 사정전니(이) 여기로다.
강영전(강령전) 교태전은 정북의(에) 벌어(여)있고
문소전 영생전은 좌우에 연하였고
건춘문은 정동(正東)이요 영추문은 정서로다.
청원봉 월하대와 경회루 연지되어
옥정이 이륙이요 연못이 다섯이라.
이러한 좋은 터에 명왕성군 일어나서
시화세풍 팔역중에 국태민안 몇 해던고.
슬프다 선묘조의 시운이 불행하여
임진년 큰 난리에 왜적이 창궐하니
경성이 함몰함에 궁궐이 해신이라.
대가는 서순하고 인민은 어육이라.
천지간 변복하니 종사가 창망이라.
그 때는 못 보아도 그 아니 통분한가.
천문이 순환하니 국조가 창전이라.
대명황제 은덕으로 다행히 회복하니
열성조 지나와서 몇 백년 되었으되
병자호란 이어 겪고 무신병화 지나와서
국용이 탕갈함에 민력을 앗기시사
시화세풍 좋은 때도 오히려 미황하다.
오호라 익종대왕 성신문무 총명하사
종묘를 벗 받으시어 문치를 숭상하사
충년의 대의하사 백도가 창신이라.
이 궐을 경기하사 조만의 창건터니
신민이 무록하여 조세에 붕하시니
창오산 저문 구름 궁검을 통두하고
정호(鼎湖)의 슬픈 바람 용수를 막반이라.
구절터 너른 곳의 시시로 구경하니
종일은 울울한데 성첩이 의구하다.
왕사를 생각하면 뉘 아니 한심하며
물색을 볼작시면 뉘 아니 통분하랴.
천추의 흉한 원수 언제나 갚아보며
백세 깊은 한을 언제나 씻어볼까.
내 나이 칠십이라 성군만 바라드니
어여불사 우리 성성 등극하신 이년 후로
거룩할사 우리 태묘 속렬하신 경사로다.
만민을 애휼하사 출척을 삼가시고
탐묵을 제어하니 팔역이 고무하고
삼정을 탕감하니 백성이 안낙이라.
사사에 어진 정사 연이니 간축하사
일월같이 밝은 빛이 천지가 가이 없고
하해같은 깊은 은택 갈수록 한이 없네.
조정의 돕는 이는 뉘라서 착하신가.
운현궁 복덕방에 태상선인 계시도다.
고기직설 들었드니 이윤 주공 참 보와 돠네(보았다네).
백폐가 구소하니 만화방창이라.
의정부 중추할 제 을축 삼월 그날이라.
동방노인 그 뉘런가 비피(비파) 안니(아니) 신통한가.
신왕 등극 그 아닌가 경복궁 개전하면
성자신손 그 아닌가 국조장원 억만년을.
나이 어리신 우리 성상 그 아니 거룩한가.
선왕의 끼친 뜻을 이 궐을 대정하시어
사월 삼일 출영하니 대왕대비 전교로다.
일시의 전파된니 만민이 열희러라.
국용이 탕갈하니 재력이 걱정이라.
출처없는 이 전곡을 천백만을 엇지(어찌) 할고.
묘당의 경륜 없고 조야에 근심 터니
영출한지 미사일(未四日)에 원납전 모여든다.
부자는 부자대로 빈자는 빈자대로
공경 이하 대서민인 가가부녀 각읍 수령
다투어 선납하니 그 수를 모를러라.
하조로 받자하니 십여일에 몇 만 금인가.
십이일 친일하사 십삼일에 시역하니
은구 찾기 첫 정사요 개천치기 급무로다.
동네 동네 패를 짜고 가가호호 수전하니
기계는 가래 괭이 군정은 노소 없이
머리에는 종이 고깔 손에는 각색 기치
고깔 없는 저 군사는 엇지(어찌) 알아 분별할고.
홍기 청기 조각기를 상투에도 꽂았더라.
기호는 무엇이며 쓴 글자는 무엇인고.
아무 고을 아무 동네 부역기에 영솔기라.
희희호호 좋은 거동 자원부역 삼일일세.
구파발 군 왔다더니 재동 계동 들어왔네.
모화관 장터드니 남동궁니(남동궁이) 금죽하다.
삼청동 사백이요 장동군이 오백여 명
서강 삼게(개) 일천오백 반촌 군사 백오십.
양주 고양 왔다드니 여주 이천 들어온다.
파주 장단 왔다드(더)니 길주 명천 들어온다.
교화 시흥 온다드(더)니 수원 송도 들어온다.
새벽부터 서로 모여 평명에 들어오며
광화문 들어가서 역처에 나아가서
군첩에 기록하고 곳곳이 서로 맡아
위엇차 하는 소리 일시에 시작하니
쌍가래의 수십여명 외가래에 십여명
백광이 천광이며 백요령 천북이라.
참바 샊(색) 져다놓고 삼태기 지게 메여
사오좌 나무 베어 십여 파 고래실에
우물도 일변치며 댓돌을 메여가네.
개천도 사방치며 연못도 일변치며
제일당 중 좋은 터와 각사 각궁 이전터라.
승정원 상의원에 예문관 홍문관에
방방이 찾아내어 처처에 개척하니
제 일일은 수백명 제 이일은 천여명
제 삼일은 삼사천 명 제 사일은 칠팔천 명
제 십일 되던 날은 누만명이 더 되더라.
우리나라 어진 바람 사면으로부터 오네.
부정기명 각각 지고 가래 괭이 지고 와셔
처처에 장설하니 곳곳에 의깍이라.
밥고리 떡고리에 오색 갖은 술항아리
청보 홍보 각각 덮어 오락가락 연속하니
상하귀천 다 모인다. 형형색색 우습더라.
화랭이 춤 거동과 주정꾼의 미친 거동
제기차고 노는 거동 잡가 타령 뛰는 거동
터 닦을 때 시종(始終)소리 성쌓을 때 회군(會軍)소리
사방팔면 중광대는 천태만상 요지 구경
온갖 사람 다 모인다. 각객 풍류 다 왔더라.
무동패 들어오니 제금도 무수하다.
광대패 들어오니 장구 북 무수한데
거사패 들어오니 소고 더욱 무수한데
초막산민 들어오온니 꽹가리도 무수하고
각처 악공 들어오니 피리 생황 무수하다.
징 치고 제금 치고 북 치고 소고 치고
선소리 두세 놈이 뛰놀며 소리하네.
소래하며 화답하니 원근이 요란하다.
잠시를 쉬지 않고 엇지(어찌) 그리 하자하며
잠간도 그치지 않고 엇지(어찌) 그리 지성이냐.
장악원 좋은 풍류 여민락하여 보소.
구경꾼 가득하니 저절로 짓이 나며
국사의 충심 있어 저절로 한사하니
국은을 못 갚아서 네 그리 망사한다.
거룩하고 거룩하고 즐겁고도 즐겁도다.
국사의 수고하나 수고한들 엇지(어찌) 하며
왕사에 근로하니 근로한들 엇지(어찌) 하나.
저절로 그리하니 천의 아니 부합하며
저절로 즐겨하니 향성지심 거룩하다.
저절로 용악할 제 나도 자연 용악하고
저절로 즐겨할 제 나도 절로 즐겨하고
뉘라서 가르치며 뉘라서 강권하리.
무지한 솔개미도 돌을 물어 내더리네.
화급금수 들어었니 어룡출청이 아닌가.
백수솔무 들었드니 봉황래의이 아닌가.
거룩하다 우리 역군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 대궐 지여내어 우리 임금 향복하고
이 대궐 고쳐 지여 우리 나라 태평하며
성자신손 이어 나서 억만년 무강하면
그 아니 좋을시고 그 아니 다행할까.
성덕을 생각하며 한 가래 더 더 보소.
성은을 소래하여 한 괭이 더 파 보소.
뛰놀고 소리할 제 절이라도 하고 싶어
땀을 흘려 수고하니 상이라도 주고지고.
이 같은 큰 역사를 전(錢)으로 하여내며
이 같은 큰 대궐을 밥으로 지어낼까.
팔도 백성 여차하면 불일성지 하리로다.
우리 나라 신민이나 귀천상하 있겠는가?.
너희 들은 저렇건만 우리는 한유(閑遊)하니
조신된 이 부끄럽다. 사부병색 부끄럽다.
요순적 백성이냐 우탕적 시절인가.
백발이 다 되도록 지리히 살아오다
태평천지 다시 보니 그 아니 좋을손가.
좋기도 가이 없고 즐겁기도 가이 없네.
대원군 향하시니 더구나 장관일세.
구경군 옹위하고 만군정 만군기
정승 판서 보국이요 각영 장신 당상일레.
다 같이 구경하니 동락태평 이 아닌가.
이러한 우리 백성 탐악하고 몹시 하데.
늙은 부모 못 섬기고 처자권속 부황 나면
할 길 없어 흐루하고 유리개걸 하게 되면
그 아니 불쌍한가. 그 아니 한심하며
인간천지 수령방백 이내 말씀 들어보소.
나라를 생각거든 이 백성 편케 하고
임금을 위하거든 이 백성 사랑하소.
그 너른 대궐터를 일시에 개척하니
한 길 두 길 묻힌 층계 처처에 닦아내고
옥전 금전 상하 석축 일시에 들어나고
사방을 개척하고 어로를 닦아내니
웅위한 저 기상이 완연이 들어나네
좋기도 좋거니와 시원하기 측양 없네.
와륵을 모아 싸니 처처에 조산일세.
대궐터에 서있는 고목 몇 만 주가 늙었더냐.
주추를 들고 나서 반근착궐 괘씸하더니
일조에 작별하니 사사히 시원하다.
서적을 평정한들 이에서 더 좋을까.
날마다 역군들은 갈수록 잘 오도다.
안동군 금자 고깔 뚝섬군 오색 고깔
십팔후사 가정기는 기치 중 제불이요
각전기도 장하거니와 오강기도 찬란하다.
흰 기치 흰 고깔 정동군이 기특하고
연희변의 조수군은 면주전복 소기치라.
당로에는 종이고깔 변하여 채색비단
깃대는 책책이요 고깔은 꽃송일세.
고깔이 즐성하니 아마도 고이하데
부처의 도술인지 미륵의 찬조런가.
시시로 피리부니 듣기도 한가하다.
금천교 개척하니 누운 사자가 일어서고
오전각 개척하니 서린 용이 완연하다.
기괴하게 새긴 돌은 둥근 구멍 고이하다.
양전에 두석분은 아마도 부엌일세.
연지대 사방흠은 벼루가 정녕하고
사방 구멍 모란석은 세수기가 참말인가.
난리를 겪었으니 묻힌 보물 많다더니
우물에서 얻은 돌은 형상도 고이 하다.
이목구비 분명하니 룡 아니면 사자런가.
부러진 망주석은 이전에 무엇이며
동서의서 성상소는 상소하던 곳이라 하네.
연못치는 저 군정은 조심하여 살펴보소.
오색룡 조각배는 가라앉아 썩었다데.
비상하다 수진보작 그도 아니 큰 상선가.
북두남산 천세수를 이 잔으로 들어 보세.
화산도사 수중보를 지봉인사 옥청용을
기지를 닦은 후에 도성을 그려내니
내전 외전 구중궐을 몇 만 간이 수가 없데.
당초에 규모설시 정정방방 장하더라.
오천터 돌처 보니 영대로 돌아오니
월하대 바라보니 채상대 올라보니
경개도 괴이하고 풍경도 가이없네.
청원봉 지나가서 경회루 찾아가니
간수는 삼십오요 석주는 사십팔 개.
저물어서 나갈 때는 더구나 장관일세.
장설 걷어 지고싣고 진법으로 항오(행오) 있데.
광화문 바라보고 근정전 지나가매
귈내 관원 걸어 나오고 구경꾼 모여섰네.
흔중치막 남중치막 홍선 쳥선 손에 들며
홍철 남철릭의 초립쓰고 주립 셨네(썼네).
각색 수건 좌우 손에 이리 저리 갈라쥐고
쌍쌍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나가다가
돌아서면 춤을 추고 오래 서서 다시 노네.
북소리 제금소리 피리소리 생황소리
이 소리 저 소리 이 거동 저 거동
한 패 놀고 지나가니 또 한 패 지나가네.
사직골 금강산은 선녀도 좋거니와
삼장법사 손오공과 저팔계 사승 등이
좌우로 벌어 서서 서천으로 향하는 양.
애고개 연화대는 선녀 학춤 기이하네.
성균관 연화대는 화관선녀 금주하네.
자꼴 아두터에 백사동도 기묘하네.
곤당골 호렵도에 융복기생 일색이네
팔역천지 태평시에 억만장안(億萬長安) 화기(和氣)로다.
[註解 樂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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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칼을 품은 춤 세도정권을 겨누다ㅣ이상각 지음 |서해문집
죽어서야 왕이 된 비운의 왕세자
효명세자는 조선의 제23대 국왕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의 맏아들이다. 1827년(순조 27) 2월 18일부터 1830년(순조 30) 5월 6일 급서할 때까지 약 3년 3개월 동안 부왕 순조의 명으로 대리청정에 임하면서 조선을 경영한 실질적인 국왕이었다.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3년, 그 짧은 시기는 양난으로 멸망 지경에 이른 조선이 영·정 시대를 거쳐 재기할 수 있던 유일한 기회였다. 부패한 관료와 양반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의 반발은 홍경래의 난으로 대표되는 민란으로 속출했고, 천주교로 대변되는 서구세력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던 상황에서 그가 시도한 개혁의 의미는 실로 자중했다. 죽어서는 문조익황제(익종)로 추존될 정도로 뜨겁고 강렬하던 효명세자가 꿈꾸고 시도한 개혁의 비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칼을 품은 춤, 세도 정권을 겨누다
효명세자는 무엇보다도 안동 김씨 세도정권의 일방독재로 쇠약해진 왕권 회복에 힘썼다. 국왕 부부를 위해 여러 차례 진찬과 진작을 거행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아울러 그는 할아버지 정조처럼 탐관오리를 엄하게 다스리고, 과거제도를 정비하는 등 다양한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전 방식으로는 고착된 현실을 타파할 수 없다고 깨달은 그는 이전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예악禮樂’이란 무기를 꺼내든다. 마치 성군 세종이 즉위 초기부터 예악을 정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처럼.
이에 효명세자는 부왕에 대한 효성을 빌미로 전례없이 화려한 궁중연회를 주관하면서 치사와 전문을 직접 지어 올리기도 하고 이름만 남은 옛 정재呈才(국가 행사와 연회에 쓰이는 무용)들을 자신의 악장으로 되살려내기도 했다. 또 ‘춘앵전’을 비롯해 수많은 정재를 직접 새로 만들거나 재창작했다. 지금까지 전하는 53종의 궁중 정재 중 무려 26종이 이때 효명세자가 새로 만들거나 되살려낸 것이다.
그런데 효명세자가 이처럼 유명무실하던 궁중 의식과 정재를 왕권 강화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실로 창의적이고 혁명적이다. 이전의 정재들이 국가 창업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춤이던 데 반해 효명의 정재는 국왕의 권위와 왕실의 영광을 재현하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나는 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싸우겠다. 칼을 품은 춤으로 바위를 녹여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작게는 무기력한 왕권을 회복할 것이고 크게는 피폐한 조선을 바로잡을 것이다.”
다시, 조선을 춤추게 하리라
그런 과정을 통해 효명세자는 신권의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안동 김씨 세력의 일방통행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권 내내 전국을 휩쓴 기근과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져들고, 강고한 세도정권에 충성하는 탐관오리들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세자는 절망감에 휩싸인다.
그 와중에 세자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 세도정권은 맹공을 퍼부음으로써 세자의 노력을 신권정치의 틀 안에 가두어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심신의 피로를 이겨내지 못한 세자는 갑자기 숨을 거두었고, ‘효명孝明’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치장되어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아울러 조선의 중병을 치유하고 왕권을 회복하려던 원대한 포부도 깨끗이 지워졌고 파탄 지경의 정재를 발전시켰다는 예술적 허명만 남았다. 그의 개혁이 물거품이 되면서 박규수를 비롯해 새 조선을 꿈꾸던 젊은 지식인들도 아득한 절망에 빠졌고 밀려들어오던 서구 열강의 포효를 들으며 전율해야 했다.
조선 ‘화조가’ 세자-궁녀의 로맨스? [동아일보] 2013.03.22
신경숙 교수 “궁녀가 지은 가사에 효명세자 화답… 두 문장 하사한 합작품”
20세기 초까지 구전됐던 조선시대 가사(歌辭) ‘화조가(花鳥歌)’의 지은이가 확인됐다. 화조가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세자와 궁녀의 합작품이었다.
신경숙 한성대 국문학과 교수는 21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소가 소장한 19세기 고서 ‘ㅱ가사’ 등에서 화조가가 효명세자(孝明世子·1809∼1830)와 조맹화라는 궁녀가 함께 지은 가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효명세자가 대리청정하던 시절에 진찬(進饌·왕실 연회)에서 지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화조가는 4음보 1행을 이루는 한글 가사. 실린 책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일반적으로 전체 44∼48행 안팎이다. 태평성대를 맞아 왕실을 찬양하고 꽃과 새를 벗 삼아 살겠다는 내용이다. 1947년 ‘조선민요집성’에는 주로 영남에서 전해진 내방가사로 소개됐다. 다만 학계는 가사에 집춘문과 춘당대 같은 궁궐 구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궁궐 사정을 잘 아는 이가 지었을 것으로 짐작해 왔다.
그러나 신 교수는 화조가가 실린 고서 17종을 검토해 지은이를 유추할 수 있는 흔적 3가지를 발견했다. 먼저 가사 모음집인 ‘ㅱ가사’에 실린 ‘화쵸가’ 서두에 “진쟝각 죠맹화는 화쵸가를 지은지라”는 대목이 나온다. 진장각(珍藏閣)은 창덕궁 연경당 터에 있던 건물로 선대 임금과 중국 황제의 어진(御眞)을 모시던 곳이다. 또 단국대가 소장한 19세기 두루마리 필사본은 제목 자체가 ‘익종대왕(효명세자) 화소가’다.
1940년 조선어학회가 발행한 ‘한글’ 8권에도 단서가 있다. “우에 두 귀글(2행)은 인종대왕(익종의 와전) 지으시고 사십육귀(46행)난 주맹희라 하는 궁녀 지은 게라”라는 부가설명이 나온다. 신 교수는 “세 자료를 종합하면 궁녀가 지어올린 가사에 세자가 화답해 두 문장을 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민간으로 퍼지며 출처가 불분명해졌다는 설명이다.
남녀가 유별한 유교사회, 그것도 궁중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조명철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지엄한 조선 왕실에서 세자와 궁녀가 공개적으로 함께 글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며 “신분을 뛰어넘은 ‘은밀한 로맨스’로 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시대상을 감안할 때 이 작품은 ‘정치적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효명세자는 순조의 맏아들로 태어나 21세에 갑작스레 훙서(薨逝)했다.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19세기 초, 병약한 임금을 대신해 왕권을 회복하려 애썼다. 짧은 대리청정(4년)이었지만 인재를 등용하고 법 집행이 엄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장각 같은 주요 처소의 궁녀라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화조가는 왕실을 찬양한 ‘헌정사’였을 가능성이 높다. 가사 속 “요순성대 다시차자 태평화조 잔채(잔치)한다”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리청정을 요순시대로 묘사한 것이다.
뒷자락에 나오는 ‘대명화(大明花)’와 ‘대보단(大報壇)’도 같은 맥락이다. 대명화는 안평대군이 명나라에서 하사받은 꽃, 대보단은 창덕궁의 명 황제 제단을 말한다. 둘은 조선 임금이 ‘절대불변의 군신관계’를 강조할 때 즐겨 쓰던 정치적 아이콘이다. 명과의 의리를 지키듯 왕에게 충성하란 뜻이다. 조맹화도 이를 상기시키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명민한 효명세자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겨우 두 문장을 달았으나 메시지는 심오하다. ‘어와 가소롭다 남아평생 가소롭다/청츈사업 바랏드니 백두옹이 대단말가’는 얼핏 보면 노년의 한탄으로 들린다. 10대 세자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신 교수는 “세월이 금세 흐르니 청춘사업(국정 쇄신의 대업)을 서두르겠다는 반어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구전요로 묻힐 뻔한 가사에 왕권강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안타깝게 사그라진 왕세자의 복심(腹心)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효명세자(이상각 지음.서해문집. 264쪽. 1만1천900원) [연합뉴스] 2013.04.24
조선 후기의 국정지도자로서 수준 높은 예악(禮樂) 정치를 펼친 효명세자(1809-1830)를 조명한 책.
효명세자는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한창 기세를 올리기 시작할 때인 1809년 조선 제23대 왕인 순조의 맏아들로 태어나 왕권을 강화하려는 순조의 염원과 기대를 한몸에 지고 1827년(순조 27년)부터 대리청정을 했던 왕자였다.
3년 3개월에 그친 대리청정 기간 효명세자는 왕권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화려한 궁중연회와 춤을 통해 전달하는 예악 정치를 펼친다.
효명세자 [한국일보] 2013.04.26
이상각 지음. 조선 후기 궁중연회와 춤을 통해 수준 높은 예악(禮樂) 정치를 펼친 효명세자를 조명했다. 서해문집ㆍ264쪽ㆍ1만1,900원.
효명세자(이상각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울신문] 2013.04.27
19세기 조선멸망사에서 주요한 인물로 꼽히는 이가 효명 세자다. 음악을 많이 만졌기 때문에 음악 쪽에서는 연구가 제법 있는데, 이것이 정치사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음악을 통해 세도정치를 무너뜨리고 왕권을 강화하려 들었던 인물로 효명 세자를 그려낸다. 1만 1900원.
다음블로그<mooncourt>에서 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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