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새 그림에 담긴 시대 – <유압도>

2015. 12. 31. 00:31美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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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쌍의 새 그림에 담긴 시대 – <유압도>

 

 

    2009년 제 24회 아시아국제우표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당시에 이를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되었는데, 이 기념우표에는 19세기 조선을 대표할 만한 두 화가의 새 그림이 실렸습니다.

 


필라코리아 2009 제24회 아시아국제우표전시회 기념우표


 

   당시 우정사업본부의 보도자료에는 “장승업의 장끼와 까투리를 소재로 한 쌍치도(雙雉圖), 독수리를 그린 호취도(豪鷲圖)(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와 홍세섭의 따오기를 그린 주로도(朱鷺圖), 오리를 소재로 한 유압도(遊鴨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를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조선 말기의 화단은 장승업의 그림 같은 청나라 풍이 유행하기도 했고, 또 김수철이나 홍세섭 같은 이들에 의한 새로운 감각의 그림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두 사람의 그림이 너무도 다르면서도 또 각각의 멋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미술사적인 의미를 떠나 그림만 보자면 홍세섭의 새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기념우표에 실린 홍세섭의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영모도 8점 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병풍으로 제작되었던 듯한 이 시리즈의 그림은
① 매작도(까치)
② 주로도(덤불해오라기? 따오기?)
③ 백로도
④ 유압도(청둥오리)
⑤ 해로도=야압도(가마우지)
⑥ 낙안도=비안도(쇠기러기)
⑦ 노안도(늙은 기러기)
⑧ 숙조도(겨울 새)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래 국박 전시장 사진의 오른쪽부터 순서대로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 전시장면

 



홍세섭 <영모도> 8점 국립중앙박물관


 

 

   8폭 모두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그 조화, 구성, 강약과 리듬감, 현대적인 감각, 새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연출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새들이 제각각 표정을 짓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기념우표 중 홍세섭의 주로도


 

 

 

   이 8점의 그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유압도입니다. 청둥오리 두 마리가 물길을 만들어 내며 헤엄치고 있습니다. 서양화법이 들어오고 서화에 새 바람이 불었던 시기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참신하면서도 안정적인 그림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담묵과 농묵의 조화만으로 생동감 넘치는 화폭을 만들고 있습니다.

 

 

 


홍세섭 <유압도>

 비단에 수묵 119.7cm x 47.9cm 국립중앙박물관


 


   홍세섭의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은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명화오백년>이라는 전시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박물관 창고 속에 묻혀있었기 때문에, 문인화가였던 그가 어떻게 해서 이러한 영모화를 그리게 된 것인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후대에 어떻게 이어졌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한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홍병희도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고, 큰할아버지인 홍대연도 유명합니다. 사대부 집안이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장안에서 그의 그림이 큰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그에 대해 알려진 게 적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간송미술관 소장의 <진금상축珍禽相逐(진귀한 새가 서로 뒤쫓다)>도 이 국박 소장의 유압도와 비슷합니다. 앞의 물새가 따라오라고 말하듯 뒤를 돌아보는 구성은 같지만 화면이 다소 답답하고 새의 표현도 다소 덜 깔끔합니다. 화제에 시를 서로 나눴던 ‘조동석’이라는 이에게 주었던 그림임이 나타나 있습니다.

 

 


 

 


홍세섭 <진금상축>

종이에 수묵 38.2 x 39.0 cm 간송미술관


 

 

   연습삼아 잘 그리던 그림을 영모도에 넣은 것인지, 영모도에서 그려 보니 좋아서 친구에게도 그려준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담백한 화풍이 근대에 잘 이어져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남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습니다. 


 


글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15.12.30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