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5. 20:04ㆍ차 이야기
[옛것을 만지다](3) 이도다완, 일본 국보가 되다
레이디경향 입력 2014.03.10. 17:37 수정 2014.04.17. 14:41
직경 15cm, 높이 약 9cm. 그릇의 굽은 사람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높고 구연부가 밖으로 눕지 않아 차를 마시면 옆으로 새지 않는다. 바닥은 달걀이 세워질 정도로 움푹하게 들어가 말차 거품을 내기 쉽다. 크기에 비해 가벼워 찻잔으로 더없이 좋다. 일본이 더 사랑했던 우리의 백자 사발, 이도다완. 그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
일본의 국보인 이도다완(井戶茶碗)이란 찻잔은 우리나라 조선 초기 백자 사발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군인들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것으로 그 전까지 '막 사용한다'라는 의미로 '막사발'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릇이 일본으로 건너가 차 문화의 정수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 초기의 모든 사발이 이도다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도다완은 진주 지역 지리산 자락 부근에서 만든 사발로 다른 지역의 것보다 직경이 2cm가량 적어 그 크기와 무게가 찻잔으로 쓰기 매우 적당한 형태를 띠고 있다. 또 사용하면 할수록 찻물의 색이 잔의 몸체에 배어 찻잔에 마치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다운 경치를 이룬다 했다. 그래서 많은 전통 도예가들이 이 찻잔을 재현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이 투박한 백자 사발에 온 인생을 거는 이들도 많다. 아름다운 역사를 재현하는 그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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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이도다완, '기자에몽'은 찻잔의 미적 형태만으로 보물이 된 것은 아니다. 그 주인이 찻잔과 그 사용 내역을 기록한 '찻잔 족보'를 함께 남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누구와 이 찻잔에 무슨 차를 마시며 어떤 이야기를 했다'라는 내용이 족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찻잔 하나에 얽힌 수백 년에 걸친 스토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기자애몽'은 국보로 지정받은 것이다. 만약 이 똑같은 형태의 당시 찻잔이 지금 출토된다고 해도 국보로 지정될 수 있을까? 족보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큰 값으로 거래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족보가 있는 찻잔'은 수억 원에 팔리고 족보가 없는 찻잔은 천만 원 정도로 시세 형성이 돼 있다.
이상문의 고미술품 올바로 보기, 재현 도자기 냉정히 따져보자
오래된 물건을 시대별로 분류해 연구하면 그 시대의 생활상과 정치, 경제를 알 수 있다.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울수록 모든 기물이 뛰어난 예술성을 갖고 있다. 이는 그림이나 글씨도 마찬가지다. 가끔 감정 하다 보면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그대로 만든 재현품 도자기의 가격을 묻는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값어치는 측정할 수가 없다. 시대적 가치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물건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은 대단할 이유가 없다. 가끔 외국인 고미술 애호가들을 만나면 하는 말이 있었다.
"한국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있지만 한국자기는 없는 것 같다."고미술품은 역사와 세월을 견디며 그 시대를 알려주는 유물로서 평가받는 것이다. 지금 고려청자와 똑같은 그릇을 만들지 못해서 고려청자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만들어내는 고려청자는 과거의 것과 무척이나 똑같아 감정하는 나 자신도 구별하기 어려워 걱정스러울 정도다. 고려청자는 고려시대에 끝이 났다. 조선백자도 마찬가지다. 재현품은 5백 년, 1천 년이 지나도 문화재가 될 수 없다. 물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통해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들도 많다.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작품은 언젠가 한국의 훌륭한 문화재가 되고 청자, 백자처럼 세계적으로도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도움말 / 이상문(고미술품 감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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