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7. 23:03ㆍ美學 이야기
한국의 美 -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27) 담양 소쇄원 우리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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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 (24) 中·日 원림과의 비교
中, 호화로운 경관에 기암괴석 … 日, 깔끔하고 섬세한 人工美
한국의 원림을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하여 평가절하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기암괴석과 연못을 중심으로 호화로운 경관을 이루는 중국이나, 일본의 원림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섬세함으로 이루어진 세련된 아름다움을 한국과 비교하여 수준이 낮다고 비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의 자연환경이나 선조들이 지녔던 조형의식이나 지적 감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서 원림의 근본이념이 된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조화와 순응의 지혜로움 그 자체였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원림은 기암괴석을 쌓는 중국정원이나 나뭇가지를 잘라내어 인위적 아름다움을 찾는 일본정원과 다르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주에 위치한 중국의 대표적인 원림 졸정원은 전체부지의 6할 정도에 이르는 인위적인 넓은 연못, 여럿이 연결된 연못속의 섬, 녹음이 우거진 언덕, 태호석으로 꾸며진 가산과 다양한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중국최대를 자랑하는 사가원림이다. 졸정원이 조성된 시기는 명대의 왕헌신이 관직에서 추방되고 실의에 빠져 고향에 돌아 온 1509년으로 그 건립시기와 배경은 소쇄원과 비슷하다.
졸정원은 넓은 중국의 정원답게 12,500평에 이르는데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구역별로 각각 형식을 달리 하고 있다. 더욱이 연못에 면한 건축물들은 여러개의 다리와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주변을 거니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관상지점을 설정하고 관상로를 조성하였는데 이는 상대적인 대비와 자연의 경치를 차경하는 등의 기법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 1100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에는 수많은 정원이 있다. 대표적인 정원은 금각사정원을 비롯하여 2조성정원, 용안사방장정원, 은각사정원 등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정원구성 요소들을 지니고 있는 곳은 은각사정원이다. 足利義政이 1482년에 조영한 별장형식의 산장인 東山殿을 禪寺로 바꾼 것으로 지금은 사찰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전형적인 일본정원으로 무로마치시대에 만들어진 池泉廻遊式庭園이다.
몇 동의 정자처럼 보이는 불교전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넓은 연못과 그 안의 섬, 섬과 뭍을 연결하는 다리, 정원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구릉, 수많은 수목 등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정원이다. 錦鏡池 안에 있는 中島는 仙人洲가 떠 있는 모습이다. 연못을 만들기 위해 호안에는 많은 돌을 사용하였고, 연못가운데에 있는 浮石은 조그마한 기암들이 사용되었다.
半島나 中島에 가설된 돌다리도 주변경관과 잘 어울린다. 깨끗한 연못의 수면에는 연못가에 있는 건물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새하얀 모래로 이루어진 枯山式庭園의 바닥은 물결모양이 표현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있는 원추형으로 만들어진 月臺는 일본정원의 참신한 독창성을 지닌다. 이는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선을 수행하는 승려들의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함축된 공간이기도 하다.
한중일 동양3국의 정원은 나름대로 특징이 뚜렷하다. 이는 자연환경과 자연을 인식하는 조형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적 정서로 보면 자연을 흉내 내려고 인위를 가하는 것은 과장과 허세이며, 지배의 대상으로 여겨 다듬거나 꾸미는 것은 경망스러움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주는 善, 그 자체에 적응하며 동반하는 지혜가 바로 한국적 조형의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그 실질적인 예를 소쇄원이나 창덕궁 후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천득염(전남대·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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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 (24) 전문가 조사: 한국의 최고 원림
유교이념과 자연의 조화
소쇄원의 아름다움과 함께 학자들의 찬사를 받은 곳이 창덕궁의 후원이다. 최고의 원림으로는 소쇄원을 꼽았지만 창덕궁 후원 또한 우리 한국의 미를 가장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정원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소쇄원보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97년)으로 지정되었던 것도 창덕궁 후원의 가치를 더해준다.
15세기 초에 조성된 창덕궁 후원은 13만 5천여평의 넓이로 자리하는데 건물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부용지 주변, 애련지 주변, 관람정 주변, 옥류천 주변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연못과 그 주변에 방형, 육각형, 다각형, 부채형의 ‘건축기법이 특이하고 기묘한 정자가 여러 동 있으며’ 건축들은 ‘소박하고 꾸밈이 없어 그 주위의 자연 경치와 잘 어울린다’(장경식)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창덕궁의 후원은 낮은 야산과 골짜기등 본래의 지형적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꼭 필요한 곳에만 다양한 연못, 정자, 괴석 등의 인공을 가하고 있지만 주변과 괴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움은 결국 한국인의 전통 미의식과도 맥을 잇고 있다.
한국인의 미의식, 즉 친자연의 경향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곳으로 ‘인위적인 기교나 정형화된 규칙성 장식, 겉치레 등의 인공적인 요소가 최소화 된’(임석재) 창덕궁 후원을 앞세워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창덕궁 후원은 한국 정원의 典型으로 ‘중국이나 일본에 있는 정원을 만드는 전문 책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우리나라 정원의 특징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수학)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그 역할 면에서 창덕궁의 후원은 ‘왕가의 휴식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고 후원조성의 원리상 정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원기회복과 재충전의 공간’(이종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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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소쇄원 ★★★★★★★★★★ ㅣ 창덕궁 후원 ★★★★★★ 경주 안압지 ★★★★★
※ 추천해주신 분들: 김동현 한국전통문화학교,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렬 한예종, 김지민 목포대, 이강근 경주대, 장경호 기전문화재연구소, 정영호 단국대 박물관, 주남철 고려대, 천득염 전남대 이상 총 9명 가나다순.
※ 출처-교수신문 2006.12.11.
▼ 눈 내리는 겨울, 좌측에서 바라본 광풍각 모습이다.
▼ 소쇄원 계곡, 낮게 흐르는 계곡물은 넘실넘실 흐르다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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