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세포는 정규군, B세포는 특수무기 장착한 제임스 본드

2020. 1. 7. 15:50건강 이야기



T세포는 정규군, B세포는 특수무기 장착한 제임스 본드

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센터장



면역세포 종류와 역할

   후천성 면역반응(acquired immunity)은 주로 림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항원 특이적 반응으로 외부물질을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림프구의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는 B세포(B lymphocyte), T세포(T lymphocyte), 그리고 NK세포(natural killer cell)이다.

   B세포가 활성화 되면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되어 결국 항체(antibody)를 만든다.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살해하는 T살해세포(cytotoxic T cell)로 분화되거나, 다른 면역세포들을 조절하는 T도움세포(helper T cell)로 분화한다. NK세포는 일부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을 담당한다.


   후천성 면역은 전쟁터 현장이 아닌 특수요원들이 활약하는 상황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B세포는 국정원 출신의 ‘제임스 본드(B)’를 상상하자! 바이러스와 세균(적)이 침투하면 현장에 투입되어 항체라는 ‘특수무기’를 사용하여 감염원(적)을 제거하고 다음 침입을 대비한다.

T세포는 군대 소속의 ‘정규군’이라 상상하자! MHC-I이라는 ‘적 표식’이 확인 되면 T살해세포라는 ‘현장요원’이 적을 직접 제거하거나, MHC-II이라는 ‘적을 제거한 아군의 표식’이 확인되면 T도움세포라는 ‘지원요원’이 활약하여 ‘제임스 본드’와 함께 후속조치가 이루어진다. B세포와 T세포 이 둘은 면역반응이라는 상황에서 서로 면밀히 소통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는 HIV라는 바이러스가 바로 ‘T도움세포’를 감염시켜서 그 기능을 못하게 하는 질환이다. AIDS는 결국 우리 몸의 방어기능인 ‘면역 반응을 무력화시키는 질환이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1. B세포와 체액성 면역

   B세포는 림프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체액성 면역에 관여한다. 즉, B세포막에 부착되어 있는 항체가 항원에 대한 특수한 감수체로 작용하고, 항원과 만날 경우 B세포는 형질세포로 변형되어 항원에 대항 할 ‘항체’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은 항체와 같은 의미로, ‘체액성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구형단백질’이라는 뜻이다. 수명이 짧은 형질세포는 항체 생산으로 침입자를 성공적으로 제거한 후 죽어서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 B세포는 장기간 생존하는 기억세포로 남아서 같은 항원에 또 다시 노출될 때 더 빠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항원에 최초로 노출 되었을 때 형질세포에 의한 항체 생산이 느리고 강도가 약한 것을 1차 면역반응(primary immune response)이라 하고, 기억세포에 의해 최초의 항원 노출에 빠르고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2차 면역반응(secondary immune response)이라 한다.

2. T세포와 세포성 면역

T세포는 골수에서 이동한 미성숙 전구세포로부터 흉선(thymus) 안에서 만들어진다. 림프구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일부 체액성 면역에도 관여한다. 이들은 항원에 의해 증식되고 T작동세포(T effector cell)와 장기간 생존하는 기억T세포(T memory cell)로 분화된다.
T작동세포에서 T살해세포, T도움세포로 분화되어 직접 암세포와 세균 등을 공격하거나, B세포와 함께 1차 면역반응에 관여한다. 기억T세포는 ‘예비 상태’의 세포로 존재하다가, 동일한 항원에 노출 되면 강하고 빠른 2차 면역반응에도 긴밀히 관여한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면역학 박사와 혼조 다스쿠(Tasuku Honjo) 일본 교토대 분자면역학 명예교수가 선정되었다. 이들은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어떻게 속여서 살아남는지 과정을 밝혔다.

T세포(면역세포)에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면역 관문 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 CTLA-4, PD-1)’라는 스위치가 있다. 정상적으로 스위치가 작동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확인하여 제거하게 된다. 하지만, 암세포는 교묘하게 여기에 결합하는 단백질(PD-1 protein)을 만들어서 T세포의 PD-1 수용체에 결합시켜 버린다. 그러면 T세포의 기능은 무력화된다. 면역항암제는 이런 교묘한 암세포의 PD-1 단백질보다 먼저 T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T세포는 기능을 회복하여 암세포를 제거하게 되는 것이다.

암이 성장하는 과정을 차단하거나 독성으로 직접 암세포를 죽이는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없던 환자를 상대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경우, 약 30%의 환자에서 암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효과를 내고 있어 새로운 항암치료 분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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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9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