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측스님 - 해심밀경소

2013. 9. 12. 12:32경전 이야기

 

 

 

 

      

“원측 스님 탄생 1400주년에 출간돼 보람”

‘해심밀경소’ 교감 역주한 백진순 박사

 

2013.07.24

 

‘해심밀경소’ 8품 중 4품 완역
‘원측 스님 연구 기폭제’ 평가


상세한 역주와 교감 특징
모든 인용문 찾아 일일이 대조
새 철학적 주제·의미 등 소개


“원측은 동아시아 대사상가
원효처럼 재평가될 날 올 것”


 

 

▲백진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해심밀경소’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인류사에 남을 탁월한 학문적 성과’라는 견해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라 출신의 유식학자인 원측(613~696) 스님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고승이었다.

중국불교역사상 최고의 교학 전성기라 불리는 7세기 당나라에서

규기(632~682) 스님과 더불어 법상종 양대학파의 시조로 숭상됐다.

 

    원측 스님은 수많은 경전과 논서에 정통했으며,

그러한 폭넓은 이해와 사유를 바탕으로 유식학 주요 경론에 대해

주석서를 찬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원측 스님은 올해로 꼭 탄생 140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스님을 추모하는 법회나

학술행사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원측 스님의 사상이 중국, 한국, 일본, 티베트 등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참으로 쓸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불교학술원 백진순(50·사진) 교수가

‘해심밀경소’(동국대출판부) 총 8품 중 4품을 품별로 교감하고

원문과 번역, 주석과 해제를 붙여 3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해심밀경소’는 유가행파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의 주석서로

원측 스님 저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작으로 꼽힌다.

 

    신구(新舊) 유식학을 두루 섭렵했던 원측 스님 사상의 전모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철학적 성과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원측 스님 탄생 1400주년과 맞물려 출간된

이번 ‘해심밀경소’는 신라 출신의 위대한 유식학자를 ‘기억’하고

‘추모’하기에 충분한 역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측 스님의 ‘해심밀경소’ 8품 가운데 4품을 번역해 3권으로 엮어냈다.

    특히 이번 역주 작업에서는

모든 원문에 대한 철저한 교감과 상세한

역주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더욱이 모든 인용문들의 출전을 찾아

일일이 대조하고 전후 문맥 등을 살펴

비판적 교감을 거쳤다.

 

    품별 해제를 통해 각 품마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철학적 주제들과 의미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사 연구자인 최연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해심밀경소’는 원측 스님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텍스트”

라며

    “유식학을 전공한 백 교수의 깊은 안목과 열정으로 엮어낸 이번 책은

향후 원측 스님의 사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기폭제 역할을 할 것”

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백진순 교수와의 일문일답.


▶‘해심밀경소’ 전체 8품 중 4품을 번역해 펴냈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2003년에 처음 번역하겠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해심밀경소’는 대승 경론을 비롯해 아비달마의 논서들까지 두루 인용되는

방대한 백과사전적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기에 역주 작업에 의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해심밀경소’의 나머지 품들에 대한 역주 작업은 상당부분 진행됐기에

2~3년이면 마무리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심밀경소’의 학술적 의미는?


    “이 책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겨있다.

인식론, 논리학, 존재론, 언어학 등

다양한 철학적 주제는 물론 수행론, 학문방법론 등이 망라돼 있다.

 

    ‘해심밀경소’를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인류사에 남을 탁월한 학문적 성과’

라는 견해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번 역주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지금까지 원측 스님에 대한 논의는 주로 오종성(五種性)에 관한 해석과

원측 스님이 현장법사가 규기 스님을 위해 했던 강의를 몰래 엿들었냐하는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이 또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원측 스님의 전체 사상에서 볼 때는

다분히 지엽적이다.

    이젠 원측 스님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그 분의 사상에는 현대철학으로도 의미가 있는 수많은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

그것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이 책을 번역하고 주석을 다는 내내 각각의 품에서

원측 스님이 정말 고민했던 철학적 문제들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원측 스님 사상의 백미 중 하나로 ‘교체론(敎體論)’을 언급했다. 이유는?


    “불교는 인도의 바라문 전통과 달리 언어를 절대화하지 않는다.

    ‘교체론’이란 바로 ‘성전의 언어’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담은 것이다.

    원측 스님은 무상한 말소리에서부터 하나의 우주적 일음(一音)에 이르는

다양한 교체론의 역사를 자세히 추적하고

그것들을 특유의 회통 논리로 종합해 하나의 총체적 교체론으로 재구성했다.

 

    ‘해심밀경소’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성과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원측 스님은 언어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진 사상가였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제 중에 원측 스님이 본래 신라인이 아닐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최치원은 원측 스님의 생애에 대해

‘중국에서 망명해왔던 어진 후예가 다시 중국을 돕는 자비로운 영혼이 되어

돌아간 것’

이라고 했다.

그 ‘휘일문’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원측 스님을 ‘신라인’으로만 보려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원측 스님에게서 중국불교와는 다른 신라불교의 고유성을 찾다보니

논의 주제가 극히 협조해지고 결국 궁색해진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양상이다.

원측 스님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동아시아라는 넓은 지평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사상가였다.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


▶올해는 원측 스님 탄생 1400주년이다.

그러나 관련 행사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미술계에서 강세황 탄생 3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타깝다.

원측 스님은 15살의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사상의 금자탑을 세웠던 입지적인 인물이다.

측천무후의 극진한 존경을 받았으며,

신라 신문왕이 스님을 사모해 여러번 표문을 올려 환국을 요청했으나

측천무후의 정중한 거절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원측 스님은 6개 국어를 통달했으며,

그 방대한 지식과 사유의 깊이는 원효 스님 등 그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후학들이 ‘기억’하지 않고 ‘추모’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먼 훗날에도 그럴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원측 스님에 대한 역주 작업은 미력하나마 언젠가는 꼭 있었으면 하는

‘기억’과 ‘추모’

그리고 새로운 평가에 대한 준비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