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가 니까야』 제1권 계온품 Silakkhandha vagga
「잘리야 경」(Jāliya Sutta, D7)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가진다. 그중의 하나가 소위 말하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이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천착해 보고 있는 경이 바로「잘리야 경」이다. 세존께서 꼬삼비의 고시따 원림(園林)에 머물고 계실 때 만딧사와 잘리야라는 두 유행승이 세존을 뵈러왔다. 그들은 세존께 “참으로 생명이 바로 몸입니까, 아니면 생명과 몸은 다릅니까?”라고 질문을 드린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부처님께서는「사문과경」(D2)에서 정리하신 계․정․혜 삼학의 정형구를 설하시는 것이 경의 전체 내용이다.
그들은 4선의 정형구와 7가지 통찰지의 정형구를 말씀하실 때까지는 육체와 영혼이 같은가 다른가라는 그들의 의문 자체가 무의미한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번뇌가 완전히 소멸하는 경지 즉 누진통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자아와 몸이 같은가, 다른가 하는 질문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고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는 비구에게 ‘참으로 생명이 바로 몸이다.’라거나 ‘생명과 몸은 다르다.’라는 그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물론 ‘생명이 바로 몸입니까, 아니면 생명과 몸은 다릅니까?’라는 이러한 질문은 저 유명한「작은 말룽꺄 경」(M63, 한역『중아함』의「전유경」) 등(D9, M72)에서 부처님께서 설명하시지 않은 열 가지 문제[十事無記]에 속한다. 수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론적인 단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독화살 비유경」(箭喩經)으로 잘 알려진「작은 말룽꺄 경」(M63)과「뽓타빠다 경」(D9) 등에서는 십사무기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으시고 고․집․멸․도의 사성제를 설하셨지만 여기서는 일단 그들의 질문을 물리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그것을 바탕으로 본 품에서 23가지로 정리한 계․정․혜의 경지를 설해 들어가시면서 최종적으로 번뇌의 소멸[漏盡通]을 설하셔서 그들의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하신다는 뜻이다.
존재론적 실체에 대한 수행자들의 끈질긴 집착은 무섭다. 본경이 그렇고 특히「뽓타빠다 경」(D9)이 그러하다. 이것은 지금의 우리나라 수행자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성불을 이야기하고 돈오를 이야기하고 살불살조(殺佛殺祖)를 이야기 하지만 기실은 여래장, 불성, 주인공, 마음을 모두 존재론적 실체로 이해해서, 이러한 자아나 대아와 하나 되고 계합되는 것쯤으로 불교를 이해하고 그것을 최상승인 양 떠벌리니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