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가 니까야』 제1권 계온품 Silakkhandha vagga
「꾸따단따 경」(Kūt*adanta Sutta, D5)
인류는 일찍부터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찾고 아울러 그 섭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류를 하고자 하였던 듯하다. 그러한 현상으로 여러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제사라는 문화 현상이다. 이런 제사 문화는 고대 인도문화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바라문들은 베다의 찬미가를 바탕으로 방대한 분량의 제의서를 만들어 가면서 실로 다양한 제사 의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왔다. 그러므로 제사 없는 바라문교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세존께서도 이러한 인도의 가장 중요한 문화 현상인 제사에 대해서 진정한 제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제사에 대한 불교식 대답이 바로 본경이다. 그러므로 본경은 인도 사회와 문화의 입장에서 볼 때 그만큼 중요한 경이다.
본경에서는 꾸따단따라는 유명한 바라문이 세존을 친견하고, “세 가지 제사의 성취와 열여섯 가지 제사의 필수품들”에 대해서 질문을 드린다. 꾸따단따의 질문에 먼저 세존께서는 전생 일화를 통해서 동물을 죽이고 나무를 베고 하는 대신에 16가지 덕을 갖추어 널리 보시하는 제사를 설하신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수승한 것으로 ① 계를 갖춘 출가자들을 위해서 보시하는 것 ② 사방승가를 위해서 승원을 짓는 것 ③ 깨끗한 믿음을 가진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는 것 ④ 깨끗한 믿음을 가진 마음으로 오계를 받아 지니는 것 ⑤ 그리고 본 품에서 23가지로 정리하고 있는 계․정․혜 삼학을 갖추는 것을 설하신다. 이처럼 이상적인 제사를 궁극적으로는 계․정․혜 삼학의 실천으로 설하시는 것이 본경이다.
많은 인도학자들은 불교가 인도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의례․의식의 단순명료화를 든다. 바라문 제사는 거행하기 어렵다. 제사는 큰 공장의 기계(yantra)에 비유되었다. 대기업의 공장에서 복잡한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큰 기계는 한 곳이라도 고장 나면 제품을 생산해 내지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제사의 절차 가운데 한 부분이라도 잘못 거행되면 천상이라는 과보를 생산할 수 없다고 제의서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복잡한 공정으로 이루어진 제사는 엄청난 경비가 든다. 보통사람들은 제사의 주인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꾸따단따 바라문도 덜 번거롭고 덜 어려우면서도 더 많은 과보와 이익을 주는 방법을 부처님께 여쭙고 있다.
불교는 의례․의식을 중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례․의식에 집착하는 것[戒禁取]은 해탈을 방해하는 족쇄라고 가르친다. 본경에서 설명하듯이 10선업도 등의 계행과 선정과 지혜 등 실제생활 속에서의 실천을 중시하였다. 초기부터 불교는 제사 등의 복잡한 의례 의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보시하고 계를 잘 지니면 천상에 태어난다[施․戒․生天]고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