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가 니까야』 제 2권 대품 Maha vagga
「대전기경」(大傳記經, Mahāpadāna Sutta, D14)
부처님은 깨달으신 분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 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만 계시는 것일까? 아니면 이전에 이미 많은 부처님이 계셨던 것일까? 당연히 부처님 시대부터 불자들이 가져왔던 의문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부처님의 답이 바로 본경이다. 본경을 통해서 세존께서는 당신 이전에 여섯 분의 부처님이 이미 출현하셨음을 설하고 계시며,「전륜성왕 사자후경」(D26)에서는 미래에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본경에서는 91겁 전에 출현하셨다는 위빳시(Vipassi) 부처님의 출생에서부터 출가와 성도와 전법에 이르기까지 그분의 일대기를 통해서 모든 부처님께 보편적 법칙으로 통용되는 부처님들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한편 본경이 가지는 신화적인 표현과 부처님들의 일대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본경을 후대에 결집된 것으로 보려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닛데사』(Niddesa, 義釋)에 의하면 본경은 초기 자따까의 형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Nd2.80) 이미『쿳다까 니까야』(소부)에 속하는『닛데사』에 본경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본경의 결집을 후대로 보는 견해는 인정할 수가 없다.
본경이 신화적인 기법을 동원해서 부처님의 일대기를 서술하고 있다고 해서 현대적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등한시 하면 안 될 것이다. 본경을 통해서 우리는 위빳시불의 깨닫는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본경에서 위빳시불은 일반적으로 경에서 정리하고 있는 12지 연기 대신에 10지 연기를 통찰하고 계신다.
위빳시불은 노사우비고뇌 → 생 → 유 … → 명색 → 식으로 연기법을 고찰하고, 다시 식과 명색의 상호 관계로부터 식 ↔ 명색 → 육입 … → 생 →노사우비고뇌로 이들의 법들이 일어남[起]을 통찰하셔서, ‘일어남, 일어남’이라고 전에 들어 보지 못한 법들에 대한 눈[眼]이 생기고, 지혜[智]가 생기고, 통찰지[慧]가 생기고, 영지[明]가 생기고, 광명[光]이 생겼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 뒤에 같은 방법으로 이러한 법들이 소멸함[滅]을 통찰하셔서, ‘소멸, 소멸’이라고 전에 들어 보지 못한 법들에 대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고, 통찰지가 생기고, 영지가 생기고, 광명이 생겼다고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기의 이치를 순관하고 역관한 이것으로 해탈이 성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경에는 위빳시 부처님이 이렇게 연기법을 순관하고 역관한 뒤에 다시 “‘이것이 물질이다. 이것이 물질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물질의 사라짐이다. … 이것이 알음알이다. 이것이 알음알이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알음알이의 사라짐이다’라고 취착하는 다섯 가지 무더기들[五取蘊]에 대해서 일어나고 사라짐에 대한 관찰을 하면서 머물렀다. 그가 이렇게 관찰하면서 머물자 오래지 않아 취착이 없어져서 번뇌들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2.22)라고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연기법의 순관(順觀)과 역관(逆觀) 혹은 유전문(流轉門)과 환멸문(還滅門)의 관찰을 통해서는 안․지․혜․명․광(眼․智․慧․明․光)은 생기지만 해탈은 성취하지 못하였으며, 다시 이것을 토대로 해서 오취온과 그 일어남과 사라짐을 철견함으로 해서 해탈하셨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오온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해서 오온에 대해서 염오․이욕․소멸을 실현하고 그래서 해탈하고 열반을 실현한다는『중부』나『상응부』의 여러 경들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