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가 니까야』 제 2권 대품 Maha vagga
「마하수닷사나 경」(Mahāsudassana Sutta, D17)
세존께서는 꾸시나라라는 조그마하고 척박하고 볼품없는 도시에서 반열반하셨다. 인류의 대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이런 볼품없는 곳에서 입멸하신다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난다를 위시한 몇몇 비구들은 분명히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대반열반경」 §§5.18~19에서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간청을 드린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이처럼 조그마하고 척박하고 볼품없는 도시에서 반열반하지 마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짬빠, 라자가하, 사왓티, 사께따, 꼬삼비, 와라나시 같은 다른 큰 도시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세존께 청정한 믿음을 가진 많은 끄샤뜨리야 부호들과 바라문 부호들과 장자 부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래의 존체를 잘 수습할 것입니다.”
이런 아난다 존자의 간청에 세존께서는 “아난다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아난다여, 조그마하고 척박하고 볼품없는 도시라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신 다음 옛적에 이곳이 마하수닷사나라는 전륜성왕의 수도인 꾸사와띠였다고 하시며, 꾸사와띠의 번창함을 묘사하시는 것이 본경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므로 본경은 바로 앞의「대반열반경」에 대한 보유(補遺)의 성격이 강한 경이다.
본경이 주는 더 중요한 메시지는, 세존께서 §2.15에서 말씀하고 계시듯이 그처럼 굉장한 왕이 제아무리 큰 궁전에 살아도 자는 곳은 한두 평 남짓한 침상뿐이며, 제 아무리 많은 재물과 재산과 음식이 있어도 한 끼 먹는 것은 일정 분량의 밥과 반찬이었다는 등의 묘사이다. 이러한 말씀이야말로 본경을 통해서 세존께서 제자들에게 간곡하게 전하고자 하시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처럼 세속적 권위를 모두 다 갖추어 누린 전륜성왕에게도, 깨달음을 실현하시고 법을 선포하신 여래에게도, 죽음이라는 현상은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세속적인 것이든 비세속적인 것이든 그 성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것에 조금의 의미라도 부여하는 한 염오․이욕․해탈은 불가능하다. 상카라[行]들로 표현되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사무치도록 넌더리치지[厭惡] 못하는 한 해탈․열반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본경은 이러한 간곡한 말씀을 간직하고 있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