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임금의
종교적 박해를 받던 시기에 일곱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아들들이 단 하루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신앙을 굽히지 않는다.
그는 아들들에게 박해자를 두려워하기보다
하느님을 경외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서
‘미나의 비유’를 말씀하신다.
어떤 귀족이 열 명의 종에게 각각 한 미나씩 나누어 주며
벌이를 하라고 명하지만, 그것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르다.
귀족은 벌이의 성과에 따라
고을을 통치할 권한을 종들에게 나누어 준다(복음).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7,1.20-31
그 무렵 어떤 일곱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 끈으로 고초를 당하며,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임금에게서 받은 일이 있었다.
특별히 그 어머니는 오래 기억될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였다.
고결한 정신으로 가득 찬 그는 여자다운 생각을
남자다운 용기로 북돋우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안티오코스는 자기가 무시당하였다고 생각하며,
그 여자의 말투가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워하였다.
막내아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임금은 그에게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를 뿐만 아니라 약속하며 맹세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구하게 하라고 강권하였다.
임금이 줄기차게 강권하자 어머니는 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몸을 기울이고
그 잔인한 폭군을 비웃으며 조상들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들아, 나를 불쌍히 여겨 다오. 나는 아홉 달 동안
너를 배 속에 품고 다녔고 너에게 세 해 동안 젖을 먹였으며,
네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기르고 키우고 보살펴 왔다.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젊은이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오? 나는 임금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겠소.
모세를 통하여 우리 조상들에게 주어진 법에만 순종할 뿐이오.
히브리인들을 거슬러 온갖 불행을 꾸며 낸
당신은 결코 하느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ㄴ-28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주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머지않아 임금이 될 것이지만,
백성이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임금이 된 뒤 어떤 신하를 둘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각각의 고을을 맡겨야 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그가 자기 종들에게 각각의 고을을
다스리는 중책을 맡긴 것은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고을을 다스리기에는 종의 신분이
너무나 미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인은 종들에게 고을을 다스릴 권한을
주고자 열 미나를 각각 나누어 주며 그것으로 벌이를 하라고 합니다.
한 미나가 백 일 동안의 품삯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입니다.
이처럼 주인은 종들에게 큰돈을 맡기며 그들의 성실한 태도와
능력에 따라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까지 줄 정도로 종들을 신뢰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주인을 믿지 못하는 종이 있었습니다.
그가 주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사실 주인은 냉혹한 사람이 아니라 종들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종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백성이 그 주인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을 신뢰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믿은 것입니다.
신약 성경의 요한 1서에는 이러한 말씀이 있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4,18). 하느님을 무서운 분으로,
두려운 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신뢰하시어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고,
그 선물을 통하여 더 큰 것을 주고자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를 신뢰하시는 하느님을 우리 또한 굳게 믿고 의지해야 하겠습니다.
-출처 매일 미사-
♬ Nada te turbe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