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께서 사무엘을 처음 부르셨을 때
그는 엘리 사제의 목소리로 생각하였다.
엘리는 나중에 그 목소리가 주님의 부르심인 줄
알아차리고 사무엘에게 그분의 말씀을 기다리라고 이른다.
이윽고 사무엘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열병으로 몸져누운 시몬의 장모를
낫게 하신 뒤 많은 사람을 치유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신다(복음).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 사무엘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3,1-10.19-20
그 무렵 소년 사무엘은 엘리 앞에서 주님을 섬기고 있었다.
그때에는 주님의 말씀이 드물게 내렸고 환시도 자주 있지 않았다.
어느 날 엘리는 잠자리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는 이미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여 잘 볼 수가 없었다.
하느님의 등불이 아직 꺼지기 전에, 사무엘이 하느님의 궤가 있는
주님의 성전에서 자고 있었는데, 주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셨다.
그가 “예.” 하고 대답하고는, 엘리에게 달려가서
“저를 부르셨지요?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엘리는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돌아가 자라.” 하였다.
그래서 사무엘은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주님께서 다시 사무엘을 부르시자, 그가 일어나 엘리에게 가서,
“저를 부르셨지요?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엘리는 “내 아들아,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돌아가 자라.” 하였다. 사무엘은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고,
주님의 말씀이 사무엘에게 드러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주님께서 세 번째로 다시 사무엘을 부르시자, 그는 일어나 엘리에게 가서,
“저를 부르셨지요?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제야 엘리는 주님께서 그 아이를 부르고 계시는 줄 알아차리고,
사무엘에게 일렀다. “가서 자라. 누군가 다시 너를 부르거든,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여라.”
사무엘은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
주님께서 찾아와 서시어, 아까처럼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다.
사무엘은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다.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온 이스라엘은 사무엘이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9-39
그 무렵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나오시어,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어서,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제1독서에 나오는, 소년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가 세 번이나 주님의 목소리를
엘리 사제의 소리라고 착각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각자가 주님께서 부여하신 고유의 소명을 알아듣는 데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가끔 이 시대를 사는 나에게는 성경의 인물들과는 달리 주님께서
개인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을 것이라며 답답해하거나 야속해하곤 합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대예언자 사무엘 역시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는
응답의 순간까지 착오와 노력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됩니다.
구약 시대와 우리 시대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문화적 차이는 당연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주님께서 내리시는 고유한 소명을 찾으려는 갈망을 가지고 살되,
그 갈망이 분명한 길을 발견할 때까지 때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사제인 호세 토렌티노 멘도사는
사무엘 예언자의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등불이 아직 꺼지기 전에”(1사무 3,3)라는
부분에 특히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는 우리가 분주한 세상과
내면의 혼동 속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시기를
지낸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고유한 소명을 밝히는 하느님의 등불은
결코 꺼지지 않은 채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용기와 인내를 잃지 않고 그분을 향한다면
반드시 그분의 등불을 우리 마음에 점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매일 미사-
♬ 부르심(The Call)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