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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 예언자는, 우리야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차지한 다윗 임금의 죄를 폭로한다.
나탄은 주님께서 다윗 집안에 내릴 재앙을 전하고,
다윗은 자신이 주님께 죄를 지었다고 고백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시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실 때 거센 풍랑으로 배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을 제자들이 깨우자 그분께서는
풍랑을 가라앉히신 뒤 믿음이 약한 제자들을 꾸짖으신다(복음).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 사무엘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12,1-7ㄷ.10-17
그 무렵 주님께서 나탄을 다윗에게 보내시니,
나탄이 다윗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다른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부자에게는 양과 소가 매우 많았으나, 가난한 이에게는
자기가 산 작은 암양 한 마리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난한 이는 이 암양을 길렀는데, 암양은 그의 집에서 자식들과 함께
자라면서, 그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의 잔을 나누어 마시며
그의 품 안에서 자곤 하였습니다. 그에게는 이 암양이 딸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부자에게 길손이 찾아왔습니다.
부자는 자기를 찾아온 나그네를 대접하려고 자기 양과 소 가운데에서
하나를 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암양을 잡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대접하였습니다.”
다윗은 그 부자에 대하여 몹시 화를 내며 나탄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그런 짓을 한 그자는 죽어 마땅하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 동정심도 없었으니, 그 암양을 네 곱절로 갚아야 한다.”
그러자 나탄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네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를 무시하고,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를 데려다가
네 아내로 삼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내가 너를 거슬러 너의 집안에서 재앙이 일어나게 하겠다.
네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너의 아내들을 데려다 이웃에게 넘겨주리니,
저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너의 아내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것이다.
너는 그 짓을 은밀하게 하였지만, 나는 이 일을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 앞에서, 그리고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할 것이다.’”
그때 다윗이 나탄에게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하고 고백하였다.
그러자 나탄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의 죄를 용서하셨으니
임금님께서 돌아가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임금님께서 이 일로 주님을
몹시 업신여기셨으니, 임금님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반드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나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님께서 우리야의 아내가 다윗에게 낳아 준 아이를 치시니,
아이가 큰 병이 들었다. 다윗은 그 어린아이를 위하여 하느님께 호소하였다.
다윗은 단식하며 방에 와서도 바닥에 누워 밤을 지냈다.
그의 궁 원로들이 그의 곁에 서서 그를 바닥에서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는 마다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35-41
그날 저녁이 되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군중을 남겨 둔 채, 배에 타고 계신
예수님을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그분을 뒤따랐다.
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말하였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다윗 임금은 우리에게 인간이 겪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욕망과 오만이 낳은 죄가 위대하고
고결했던 인물을 죄인의 자리라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이 증언하는 다윗의 삶은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인류의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거듭 증언하고 있는
‘인간 조건’의 생생한 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조건이나 제약성을 말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간이 필멸의 존재라는 점, 인간의 삶이 우연성에 자주 좌우된다는 점,
인간이 세상사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등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은 바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평생 쌓아 온 덕망, 겨우 누리게 된 행복을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일시에
잃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전율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망치는 원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진실의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성경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다윗은 자신의
죄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인간의 죄가 불러일으킨 비참함의 심연에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윗을 통해 알게 됩니다.
다윗은 끝없이 낮아져서 찢어지는 심정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다윗의 무거운 죄가 그를 절망과 죽음으로 이끌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도, 또 영웅적 오만으로 혼자서 죄의 결과를
짊어지려고도 하지 않는 가운데 오직 자신이 보잘것없는
죄인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여기에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시작됩니다.
-출처 매일 미사-
♬ Nada te turbe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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