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랭이질 / 경향신문 기사

2014. 3. 13. 20:05집짓기

 

 

 

 

 

      

[여적]그랭이질                                          입력 : 2007-11-12 18:23:36
     1990년대 초 일본 오사카성을 찾았을 때였다. 석축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대형 크레인이 현대 기술로 말끔하게 다듬어진 돌을 들어올려 손상된 돌이 뽑혀진 자리에 매웠다. 세월의 떼가 잔뜩 낀 높다란 석축은 군데군데 박힌 새 돌들로 얼룩진 것처럼 보였다. 새 돌이 옛 돌 속에서 얼룩이 되는 묘한 부조화였다. 새 돌들이 생긴대로 자연스럽게 맞물린 옛 돌들의 안정감을 해쳤다. 요즘 만들어진 석불에서 옛 불상의 미소를 찾아볼 수 없고, 보수된 산성에서 견고함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대가 내려올수록 돌다루는 솜씨만큼은 퇴화한 게 분명하다.

 

 

 


    큰 목수 신영훈선생은 선사시대 고인돌에도 현대건축에서 쉽게 구사할 수 없는 고급의 공술(工術)이 응용되었다고 말한다. 받침돌과 지붕돌은 그져 되는데로 세우고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맞추는 놀라운 구축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울퉁불퉁한 돌들을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석축의 그랭이질’이 이미 선사시대 고인돌에서부터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공력과 시공 기술이 필요한 이 그랭이질은 장군총과 분황사탑 기단을 거쳐 불국사의 석축 하단부에도 응용됐다.

   그랭이질은 본디 한옥을 지을 때 나무기둥과 주춧돌을 맞물리게 하는 고난도 공법으로 ‘그레질’이라고도 한다. 기둥은 생긴대로 펑퍼짐한 자연석 주춧돌 위에 세워지는데도 흔들리거나 밀리는 법이 없다. 주춧돌의 생긴 모양에 따라 나무 기둥의 밑동을 정밀하게 파내서 밀착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랭이질만큼은 최고 건축 책임자인 도목수가 맡는다. 그랭이질이 제대로 된 두 개의 기둥 위에 널판을 얹으면 그 위를 걸어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황상일 경북대 교수(지리학)은 불국사가 1200년 동안 지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가 그랭이질이라고 주장했다. 불국사는 반경 600미터 안에 활성단층이 3~4개가 지나가는 불안정한 터 위에서 779년의 큰 지진도 이겨냈다. 석축 아래의 그랭이질 기법이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하는 놀라운 내진기술이었다는 것이다. 불국사를 떠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돌들이야말로 현대 건축공학이 흉내내기 힘든 공술의 결정체인 셈이다. 돌 다루는 솜씨를 잃은 현대 건축은 그저 크고 높아지기만 하고 있다.

                                                   〈유병선논설위원〉

 

 

                                                  - 경향신문 기사 중에서 

 

 

 

그랭이질

주춧돌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그랭이 칼로 그대로 그린다. 그런 다음 기둥 밑동을 깎으면 기둥이 주춧돌에 딱 들어맞게 세워진다.

2005-05-16 13:35 | 출처 : http://contents.edu-i.org/gong...
 

 

 

                                                      -   < 다음지식 >  이루렬 님의 답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