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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는 자신이 세운 신상에 대한
숭배를 거부하는 다니엘의 세 동료를 불가마에 던지게 한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불 속을 무사히 거닐 수 있었다.
이 기적을 본 임금은 그들을 석방하고 하느님을 찬미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당신의 말씀 안에 머무르면
당신의 제자가 되며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진리가 그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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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보내시어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14-20.91-92.95
그 무렵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물었다.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 너희가 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또 내가 세운 금 상에 절하지도 않는다니, 그것이 사실이냐?
이제라도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날 때에 너희가 엎드려,
내가 만든 상에 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러면 어느 신이 너희를 내 손에서 구해 낼 수 있겠느냐?'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이 일을 두고 저희는 임금님께 응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금님, 저희가 섬기는 하느님께서 저희를 구해 내실 수 있다면,
그분께서는 타오르는 불가마와 임금님의 손에서 저희를 구해 내실 것입니다.
임금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저희는 임금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하지도 않을 터이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는 노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보며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가마를 여느 때에 달구는 것보다 일곱 배나 더 달구라고 분부하였다.
또 군사들 가운데에서 힘센 장정 몇 사람에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묶어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지라고 분부하였다.
그때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깜짝 놀라 급히 일어서서 자문관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묶어서 불 속으로 던진 사람은 세 명이 아니더냐?'
그들이 '그렇습니다, 임금님.' 하고 대답하자, 92 임금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네 사람이 결박이 풀렸을 뿐만 아니라,
다친 곳 하나 없이 불 속을 거닐고 있다.
그리고 넷째 사람의 모습은 신의 아들 같구나.'
네부카드네자르가 말하였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자기들의 하느님을 신뢰하여
몸을 바치면서까지 임금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들의 하느님 말고는
다른 어떠한 신도 섬기거나 절하지 않은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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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31-42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아무에게도 종노릇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너희가 자유롭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른다.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나는 너희가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버지에게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너희는 너희 아비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한다.'
그들이 '우리 조상은 아브라함이오.' 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아브라함이 한 일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지금, 하느님에게서 들은 진리를
너희에게 이야기해 준 사람인 나를 죽이려고 한다.
아브라함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너희는 너희 아비가 한 일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사생아가 아니오.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하느님께서 너희 아버지시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할 것이다.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와 여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나를 보내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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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 안에 머물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러면 당신의 제자가 되어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말씀 안에 머문다는 것이 그저 머리로 성경 말씀을
이해하고 깨쳐 보람을 느끼는 데 그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말씀에 따른 삶을 말하며,
삶의 방향을 결연하게 바로잡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묵상하였던 회개가
자신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가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
사실은 이러한 말씀 안에 머무는 삶으로 초대하시는 주님께
조건 없이 응답하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는 과정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이미 고인이 된, 교육자이자 우리말 운동가인
이오덕 선생의 『이오덕 일기』를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그분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초등학교 교사 시절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스무 해 동안 나는 세속에 질질 끌려서 내 속마음대로
살아 보지 못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내가 갈 길의
키를 단단히 잡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1964년 5월 8일 금요일).
우리는 곧 사순 시기의 성찰과 노력의 열매에 대한 추수기를 맞이합니다.
그 열매는 세상의 생각이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진리에
따라 '내 갈 길의 키'를 단단히 잡고 살겠다는 분명한 결심입니다.
이러한 삶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그
리고 이 진리 안의 자유는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불가마 속에서도 무사한 세 명의 의로운 이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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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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