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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은 무기물일까. 아니면 고도로 진화한 외계인 또는 외계의 박테리아일까. | |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유기물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우주의 어떤 곳으로부터 생명체의 씨앗이 전달돼 현재와 같은 생명체로 진화해 온 것일까. 진화론은 생명체가 탄생된 이후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지만 최초의 생명체 탄생에 대한 설명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이 때문에 일단의 음모론자들은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각종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공룡이나 각종 생명체들이 탄생했으며, 가장 완성된 형태가 바로 인간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문제는 저명한 과학자들 역시 음모론자들과 비슷한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외계에서 온 것일까.
진화론은 생명체가 탄생된 이후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지구 최초의 생명체 탄생에 대한 설명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지구최초의 생명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끓어오른 원시바다와 대기층을 가르는 번개의 영향으로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이 유기물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을까. 아니면 우주의 어떤 곳으로부터 생명체의 씨앗이 전달돼 현재의 인류 같은 생명체로 진화해 온 것일까.
현재 이 같은 주장들은 어느 쪽도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명확한 연구결과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진화론의 피할 수 없는 약점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물은 하나의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썼다. 그는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암모니아, 인산염, 빛, 열, 전기 등이 있는 따뜻한 작은 연못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무기물로부터 생겨났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사실 진화론은 지금도 많은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진화의 틀 안에 있었던 영장류 중 원숭이와 인간의 지능 차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또한 돌고래나 고래 등의 해상 포유류는 왜 다시 바다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석을 남길 만큼 번성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화론의 약점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런 생명체의 흔적이 없었던 지구 초기의 원시바다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론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생명체로부터 진화 과정을 역(逆)추적해 간다면 최초의 생명체가 존재해야 하며, 이 최초의 생명체와 현재의 각종 생명체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진화론으로는 최초의 생명체가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떻게 탄생했는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진화론은 생명체가 탄생된 이후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지구 최초의 생명체 탄생에 대한 설명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지구상의 미세한 박테리아조차도 2,000가지 이상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지만 이중 단 1개의 단백질조차 무기물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지난 1953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대학원생이던 스탠리 밀러가 원시지구의 생리학적, 화학적 환경을 모방한 실험에서 유기물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
밀러는 우선 원시 대기권의 가상 성분인 메탄, 암모니아, 물, 수소의 혼합기체를 전극을 통하게 한 유리관 속에 봉입했다. 그렇게 하자 몇 주간의 방전에 의해 여러 가지 단순한 유기분자가 기체상에서 분리돼 유리관 바닥에 쌓였고, 이 속에는 몇 종류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었다.
진화론자들은 이 같이 합성된 유기물이 원시바다에 쌓여서 가장 간단한 단세포 생물을 만들어 냈으며, 이 같은 단세포 동물이 분화를 거듭해 현재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에도 허점이 있다. 무기물에서 유기물로의 진화는 실험으로 증명됐지만 유기물에서 생명체로의 진화과정은 아직 증명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유기물이 모였다고 해서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순한 지방 덩어리, 단백질 덩어리를 생명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어도 스스로 기능을 하는 세포 정도는 돼야 생물, 또는 생명체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일부 학자는 확률 계산을 통해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재차 유기물이 생명체로 탄생할 가능성은 10의 5만8,000제곱 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는 운석 등 외계의 천체에 묻혀 들어온 박테리아에 의해 시작됐을 것이라는 범종설(汎種設)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일단의 음모론자 역시 지구 생명체 탄생의 기원을 우주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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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가장 많은 생명체는 박테리아다. 이들은 나노크기의 입자지만 어떤 컴퓨터보다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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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체가 외계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면 그 외계 생명체는 처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 | 박테리아의 지구대기권 진입실험이 성공하면 진화론이 한순간 붕괴되고 범종설이 새로운 정설이 될 수도 있다.
■ 생명체의 기반, 박테리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것은 박테리아다. 박테리아는 오로지 태양과 물, 공기에만 의존해 자라는 생명체며 환경이 허용하는 한 계속 성장하고 분열한다.
박테리아는 나노 크기의 입자이지만 어떤 컴퓨터나 로봇보다도 복잡하다. 그들은 세포막에 기다란 단백질 편모가 있어 먹이를 감지하고 그 쪽으로 헤엄쳐 갈 수 있다. 또한 물과 양분만 있으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자신의 세포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박테리아는 특히 그 자체로서 완전한 생물이며, 지구 생명체의 원조인 원생생물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테리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와 관련, 지난 2007년 9월 의미 있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바로 지구의 최초 생명체가 운석 등 외계의 천체에 묻혀 들어온 박테리아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
실험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크루코시다이옵시스’라고 불리는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두께 2cm의 암석 표본 2개를 포톤-M3라고 불리는 캡슐 외부 단열층에 밖아 넣은 후 우주로 나간다. 그런 다음 포톤-M3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을 때 박테리아가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것. 이 실험에 사용된 박테리아는 사막의 돌 밑에서 극미량의 수분으로도 살 수 있는 강인한 원시종이다.
포톤-M3는 지난해 9월 14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즈-U 로켓에 실려 지구 저궤도에 올려졌다. 그리고 우주에서 12일간 머문 후 카자흐스탄의 한 들판에서 회수됐다. 직경 2.1m, 중량 2.3톤인 포톤-M3의 외부 단열층에 부착됐던 암석 표본과 박테리아는 연구소로 옮겨져 연구가 진행됐는데, 최근 하나의 실험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독일 뮌스터에서 열린 유럽행성과학회의에서의 발표를 통해 박테리아가 살아남지 못했다고 밝혔다. 2개의 암석 표본은 별다른 손상이 없었지만 박테리아는 타 버려 탄소화한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는 것.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소한 두께 2cm의 암석은 지구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유기체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주과학 전문 웹사이트인 스페이스 닷컴은 정반대의 보도를 했다. 박테리아가 방사능 광선이 가득한 우주환경에서는 물론 지구 대기권 진입에 따른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 특히 이 실험의 연구책임자인 스웨덴 크리스티안스타드 대학의 잉게마르 죈슨 박사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현재 샘플에 대한 실험이 계속 진행 중이며, 박테리아는 분명히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에 대해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실험뿐만 아니라 2013년 시행될 유사한 실험의 결과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설로 여겨지던 기존의 진화론이 한 순간에 붕괴되고 범종설이 새로운 정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프란시스 크릭 박사는 지난 1981년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발생할 수 없다는 조건들을 제시하며 외계 기원설을 주장했다.
■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범종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범종설에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것도 있다. 세계 각국의 과학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려 있는 프란시스 크릭 박사가 대표적 인물. 크릭 박사는 지난 1953년 제임스 왓슨 박사와 함께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냈으며, 1962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 유전공학의 기초를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크릭 박사는 지난 1981년 출간한 ‘라이프 잇 셀프(Life Itself)’를 통해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 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열거하며 생명의 기원이 외계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운석 같이 자연적인 방법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외계 생명체가 의도적으로 로켓에 생명체의 씨앗을 실어 우주에 퍼트렸으며, 그중의 하나가 지구로 전달돼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됐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는 외계 생명체의 의도에 의한 것이란 의미로 ‘통제된 범종설’이라고 불린다.
크릭 박사보다 먼저 범종설을 주장한 인물도 있다. 바로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과 우주생물학자 찬드라 위크라마싱이다. 호일과 위크라마싱은 1970년대 함께 저술한 과학소설을 통해 우주로부터 혜성을 통해 생명체가 이동해 왔다는 가설을 세웠다.
‘혜성 생명체’ 이론으로 불리는 이 가설은 우주환경을 견딜 수 있는 박테리아가 혜성을 타고 지구로 접근한 뒤 운석 형태로 떨어져 최초의 생명체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포톤-M3 실험 역시 호일 박사의 혜성 생명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 셈이다.
호일 박사는 1980년대 들어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생명체의 씨앗이 혜성 등의 운송수단이 아닌 지속적인 광선의 압력에 의해 우주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지구로도 전달됐다는 것.
‘광선 이동’ 이론으로 불리는 이 가설은 우주환경을 견딜 수 있는 생명체 씨앗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혜성 등의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혜성이 지구 대기권을 진입하면서 겪게 되는 고온과 고압의 극한 환경보다는 외계의 다른 별로부터 발생되는 광선의 압력으로 서서히 진입하는 것이 손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최초 생명체가 화성에서 왔다는 가설도 있다. 영국의 미소생물학자인 찰스 코켈 교수는 지난해 초 생명체 씨앗이 화성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리토판스퍼미아’ 이론을 주장했다. 리토판스퍼미아 이론은 하나의 행성에서 다른 행성으로 생명체가 전달됐다는 게 주요 골자인데, 코켈 교수는 화성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파편에 생명체가 실려 지구로 왔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 가설에는 상당한 의문이 동반된다. 실제 크릭 박사의 가설은 오직 지구의 생명체 탄생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때문에 생명체 씨앗을 퍼뜨린 외계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느냐 하는 의문은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초의 생명체 탄생이 왜 지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한다.
호일 박사의 두 가지 가설 역시 우주환경을 견디는 생명체가 존재해야 하며, 우주의 어느 곳에서는 생명체가 스스로 탄생했다는 모순을 풀어내야 한다.
리토판스퍼미아 이론은 호일 박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지만 이 가설의 경우 우주 안에서 비교적 근접 행성간의 생명체 전달이기 때문에 화성과 같은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화성 탐사를 통해서도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행성에는 전달되지 못한 생명체 씨앗이 오직 지구에만 전달됐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우연을 반복하며 지구 스스로 탄생시켰을까, 아니면 범종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주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할까.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스터리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