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본풀이

2015. 7. 13. 22:01잡주머니

 

 

 

 

 

      

이공본풀이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신화

집필자김창일(金昌一)

갱신일 2010년 11월 11일

정의
   제주도의 큰굿에서 초공맞이 다음 제차인 이공맞이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 불도맞이에서도 불린다. 같은 계열의 서사무가로 평안도의 <신선세텬님청배>와 경남 김해의 <악양국왕자노래>가 있다. 또한 『월인석보(月印釋譜)』<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 고전소설 <안락국태자전(安樂國太子傳)>, 기림사사찰연기설화인 <기림사사적(祇林寺事蹟)>과도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불화(佛畵)로는 <안락국태자경>의 내용을 서사 전개에 따라 그린 <사라수탱(沙羅(幀)>이 있다.

 

 

내용
   <이공본풀이>의 서사 전개는 사라도령이 천상의 부름을 받고 길을 떠나는 제1노정기, 원강암이 천년장자로부터 고통을 받는 수난기, 할락궁이가 아버지를 찾아 탈출하여 길을 떠나는 제2노정기, 사라도령ㆍ원강암ㆍ할락궁이가 신(神)이 되는 좌정기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이공본풀이>의 서사 전개 다음과 같다.
(1) 김정나라 김정국은 윗녘에서 가난하게 살고, 임정나라 임정국은 아랫녘에서 천하거부로 살았다.
(2) 김정국과 임정국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수륙불공을 드린 후 김정국은 아들 사라도령, 임정국은 딸 원강암을 각각 낳는다.
(3) 사라도령과 원강암은 혼인을 한다. 사라도령은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오라는 연락을 세 번이나 받고도 가질 않는다.
(4) 서천꽃밭에서 삼차사가 왔으나 점심 대접을 못하여 혼이 나고, 차사님은 먼저 간다.
(5) 길을 떠나는 도중에 병을 얻은 원강암이 천년장자의 집에 종으로 팔리기를 원한다. 천년장자의 첫째와 둘째 딸은 이를 거부했으나 셋째 딸이 찬성하여 원강암은 종으로 팔린다.
(6) 작별할 때 사라도령은 사내를 낳거든 ‘할락궁이’, 계집을 낳거든 ‘할락댁이’로 각각 지으라고 한 후 신표(信標)를 맡긴다
(7) 천년장자가 여러 차례 동침을 요구했으나 원강암은 거절한다.
(8) 이에 천년장자가 화가 나서 원강암을 죽이려 하지만 셋째 딸이 만류한다.
(9) 천년장자는 원강암 모자(母子)에게 혹독한 노동을 시키지만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10) 할락궁이는 서천꽃밭의 꽃감관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탈출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를 눈치 챈 천년장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11) 천년장자가 할락궁이를 잡기 위해 천리통과 만리통을 보내지만 할락궁이는 이를 따돌리고 서천서역국에 도착한다.
(12) 할락궁이는 신표로써 아들임을 인정받고 어머니를 살릴 꽃과 천년장자 일가를 죽일 꽃을 가지고 되돌아간다.
(13) 천년장자가 할락궁이를 죽이려 하자 할락궁이는 꾀를 내 천년장자 일가를 한 곳에 모이게 한 뒤 멸망꽃으로 천년장자를 죽이고 큰딸에게는 가난꽃, 둘째 딸에게는 멸망꽃을 준다.
(14) 할락궁이는 뼈를 모아 놓고 꽃으로 어머니를 재생시킨 후 천년장자의 셋째 딸을 데리고 원강암 모자는 서천꽃밭으로 간다.
(15) 원강암은 저승어미가 되고, 사라도령은 저승아비가 되며, 할락궁이는 꽃감관이 되었다.

 

의의


   <이공본풀이>에서 주목되는 것은 ‘서천꽃밭’ ‘생명의 꽃’ 이다. 서천꽃밭과 생명의 꽃은 <바리공주>,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 <생불할망본풀이>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한국 무속신화에서 중요한 화소이다.


   꽃을 생명의 기원으로 여기는 의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 공통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화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재현ㆍ반복되고 있다. 고대인들이 매장의식으로 꽃을 뿌렸다는 고고학적 증거물로는 네안데르탈인과 한국의 흥수아이가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이미 10만 년 전에 주검에 황토 칠을 하고 그 위에 꽃을 덮는 의식이 행하였고, 청원 두루봉 2호 동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 역시 꽃을 뿌려 매장의식을 행하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꽃을 생명과 연결시키는 의식은 고대시대부터 인류 보편적으로 있어 왔기에 신화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재현ㆍ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무속신화에서는 꽃의 생명성에 그치지 않고 꽃밭이라는 특수공간으로서의 이계(異界)가 설정되어 있다.


   <이공본풀이>에 있어서 서천꽃밭의 의미는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는 꽃이 피어 있는 생명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리데기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고난에도 서천꽃밭으로 향하고, <세경본풀이>에서 자청비가 서천꽃밭의 생명의 꽃으로 정수남이와 문도령을 살려내며, <문전본풀이>에서 칠형제가 계모에게 죽은 어머니를 생명꽃으로 살려내며, <생불할망본풀이>에서 생불할망이 아이들을 사산(死産)시키고 질병을 일으키는 구삼승할망과 마마를 심하게 앓게 하는 대별상신을 굴복시키고 생불꽃으로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도와 현세를 바로잡는 이야기 등은 모두 서천꽃밭이 지닌 생명력으로 파괴된 현상계를 원상회복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꽃밭은 죽은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 생명의 꽃이 피어 있는 공간인 동시에 악인(惡人)을 징치할 수 있는 죽음의 꽃도 피어 있는 공간이다. <이공본풀이>의 할락궁이는 멸망꽃으로 천년장자네 가족을 벌한다. <세경본풀이>의 자청비는 서천꽃밭에 피어 있는 수레멸망악심꽃으로 적을 죽이고 난을 진압하며,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에서는 생불할망이 생불을 준 자손들에게 대별상신이 마마를 심하게 앓게 하자 생불할망은 대별상신의 부인에게 생불꽃으로 잉태시킨 후 해복을 시켜 주지 않는다. 즉 생불꽃으로 아이를 점지시켜 대별상신을 굴복시킴에 있어 생불꽃을 징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생명의 근원지이면서, 선을 누르고 이승을 차지하려는 악을 징치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청구학총 22 (손진태, 경인문화사, 1982)
제주도 무속과 신화 연구 (이수자,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진성기, 민속원, 1991)
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본풀이 (조흥윤,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이공본풀이계 서사체 연구 (김창일, 동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사라수탱 연구 (김창일, 생활문물연구 8, 국립민속박물관, 2003)
이공본풀이계 서사체의 전개와 공간 의미 고찰 (김창일, 한국무속학 6, 한국무속학회, 2003)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의미 연구 (김창일, 한국무속학 11, 한국무속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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