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연 김창협의 '예원의 열 가지 즐거움'

2015. 12. 13. 22:38여행 이야기

 

 

책속의 역사답사기 (60)

삼연 김창협의 '예원의 열 가지 즐거움'

 

조은뿌리 2008.11.06 21:50

 

 

 

      

 

 

 [포천 영평 8경중의 하나인 '금수정']

 

 

나의 열 가지 즐거움

 

예원의 열 가지 즐거움(藝苑十趣, 예원십취)

김창흡(16531722)

 

『벼랑 위 절에서 한 해가 저무는 때 눈보라는 온 산에 섞어 치고, 밤은 찬데

스님은 잠이 들어 혼자 앉아 책을 읽을 때.

봄가을 한가한 날 높은 산에 올라 멀리 보니, 몸과 마음이 가뿐하여 시상이

솟구쳐오를 때.

꽃 지는 시절 문을 닫아거니 주렴 밖에선 새가 울고, 술동이를 새로 열자

시구조차 마음에 꼭 맞을 때.

굽이치는 물 위로 술잔을 띄어놓고 어른 젊은이 할 것 없이 한자리에 다 모여서,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어느새 책 한 권을 이뤘을 때.

좋은 밤은 맑고도 고요한데 밝은 달이 마루로 들고 부채를 치며 글을 외우니

소리 기운이 유창할 때.

산천을 두루 돌아 말도 종도 지쳤지만, 안장에 걸터앉아 길 가며 읊은 것이

작품 되어 주머니에 가득할 때.

산에 들어가 책을 읽다 목표를 채워 집에 오니, 마음이 충만하고 기운이 철철

넘쳐 붓을 내달음이 신명이 든 듯 할 때.

멀리 있던 좋은 벗을 갑작스레 맞닥뜨려, 그간의 공부를 하나 하나 물어보고

요새 지은 새 작품을 외워보라 권할 때.

기이한 글과 희한한 책이 벗의 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종을 보내 빌려오게

해서 허둥지둥 포장을 끄를 때.

숲과 시내 건너편에 살고 있는 좋은 벗이 새로 빚은 술이 익었다고 알려오며 시를

부쳐 나에게 화답하기를 청할 때.

 

책읽은 소리[마음산책/정민] 119

 

 

藝苑十趣(예원십취)

 

崖寺歲暮 風霰交山 夜寒僧眠 孤坐讀書 애사세모 풍산교산 야한승면 고좌독서

春秋暇日 登高遠眺 形神散朗 詩思湧發 춘추가일 등고원조 형신산랑 시사용발

掩門花落 卷簾鳥啼 酒瓮乍開 詩句初圓 엄문화락 권렴조제 주옹사개 시구초원

曲水流觴 冠童畢會 一飮一詠 不覺聯篇 곡수유상 관동필회 일음일영 불각연편

良夜肅淸 朗月入軒 擊扇誦文 聲氣遒暢 양야숙청 낭월입헌 격선송문 성기주창

經歷山川 馬頓僕怠 據鞍行吟 有作成囊 경력산천 마돈복태 거안행음 유작성낭

入山讀書 課滿歸家 心充氣溢 下筆如神 입산독서 과만귀가 심충기일 하필여신

良友遠阻 忽然相値 細問所業 勸誦新作 양우원조 홀연상치 세문소업 권송신작

奇文僻書 聞在交友 送奴乞來 急解包裹 기문벽서 문재교우 송노걸래 급해포과

分林隔川 佳友對居 釀酒報熟 寄詩佇和 분림격천 가우대거 양주보숙 기시저화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은 조선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안동, 자는

자익(子益), 호는 삼연(三淵)으로 좌의정 상헌의 증손이며, 영의정 김수항의

3자이다. 어머니는 안정나씨로 나성두의 딸이다. 형은 영의정을 지낸 김창집과

예조판서를 지낸 김창협이다.

 

1673(현종 14)에 진사시에 합격한 뒤 서연관, 세제시강원을 역임하고 사후에

이조판서로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부친이 1689년 기사환국 때 진도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고 죽자 영평 금수정

은거하고 유학 공부에 전념하여 성리학과 문장에 뛰어났으며 당대의 최고

시인으로서 500여수의 시를 남겼다. 삼연이 은거하였던 영평 고택은 금수정

바로 옆에 있으며 영평천이 바라 보이는 곳에 있다. 금수정에서 벗들과 함께

풍류로 세월을 달랬을 것이다. 금수정은 영평 8경중에 하나로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반가운 일은 최근에 포천시에서 고택을 복원 중에 있어 완료되면 다시

영평천을 방문해야겠다.

 

‘예원십취’는 그의 저서 ‘삼연집’에 나오는 글로서 깊은 계곡의 절에서 홀로

책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고고하다. 적막한 산골짜기에서 해가 저물어

어둑해지자 바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때에 한 보따리의 책과 함께 긴 밤을 함께

하였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소음에 정신이 찌들고 병들었으니 이차에 아예 깊은 산골로 떠나 버릴까 한다.

그리고 거기서 옛 선현들의 글과 시를 벗 삼고자 한다.

 

우리는 현대화된 문명의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면 언제 책과의 만남을 기쁘게

해줄까 생각하여 본다. 일간지나 인터넷의 독자 서평을 참고하여 책을 고를 때,

또한 책을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언제쯤 도착하나 하는 기다림, 책이 도착하여

포장을 뜯으면서 디자인이나 글에 대한 설렘, 책을 읽어 가면서 나만의 희열을

느낄 때,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충만해질 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된 주인공의 발자취를 더듬고자 답사를 준비할 때의 느낌, 답사 현장에서

주인공과의 만남을 생각 할 때의 느낌, 그리고 그 곳에서 그의 채취를 느낄

때가 나는 좋더라.

blog.daum.net/hl2aci/17407666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