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보 「月夜松流堂」- 최북 <계류도> / 시와 그림

2015. 12. 15. 23:45美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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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보 「月夜松流堂」-최북 <계류도>

        

   - 서늘한 계곡 물소리 늙은 소나무가 듣고있네

 

 

    전하는 최북의 그림 가운데에는 <계류도>라는 제목의 그림이 또 하나 있다.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최북 화첩인《제가화첩》중 한 폭이다. 이 화첩의 그림은 모두 시를 전제로 그린 것으로 가히 최북의 시의도 화첩이라 부르만하다.
그 중 한 점이 물가 풍경을 <계류도(溪流圖)>이다. 이 그림 역시 소나무가 걸쳐진 계곡만을 클로즈업해 그렸다. 개울가 소나무는 늙은 비늘을 가득 달고 있으며 큼직한 옹이마저 보인다. 가지는 그림 밖으로 휘어졌다 다시 들어와 계곡 물위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무성한 모습이다. 계곡은 상당히 경사가 급한 듯 여울에는 물거품이 잔뜩 일고 있다. 계곡은 피마준에 먹 점을 찍은 뒤에 담묵을 칠해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그림 한 쪽에 그림 내용과 딱 들어맞는 시구 하나가 적혀 있다. ‘한계노수청(寒溪老樹聽)’이다. ‘서늘한 계곡 물소리 늙은 나무가 듣고 있네’라는 뜻이다. 이 시구는 당시 최북 보다 열서너 살이 많았으나 요절했던 시인 이문보(李文輔)가 남긴 시구이다. 이문보는 당시 8대 문장가로 손꼽혔던 이천보(李天輔 1698-1761)의 친척 동생뻘 된다. 그는 약관의 나이로 죽어 자세한 전기는 남겨진 게 없다. 다만 시를 잘 지은 것으로 전한다.

 

 


최북 <계류도> 지본담채 24.2x32.3cm 국립중앙박물관

 

 

 

   이규상(李圭象 1727-1799)이 당대 인물들을 품평한 『병세재언록(竝世才彦綠)』의 이천보 항목 끝에 그에 대한 약간의 언급이 보일 뿐이다. 저자 이규상은 요절시인 이문보가 남긴 시구 하나가 널리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고 하면서 ‘결월공산숙 한계노수청(缺月空山宿 寒溪老樹聽)’ 구절을 소개해놓았다. 이 구절이 최북이 테마로 삼은 것으로 내용은 ‘이지러진 달 빈 산에 머물고, 차가운 계곡 물소리 늙은 나무가 듣네’이다.

 

이 구절은 듣기만 해도 바로 어둠이 깔린 산골짜기의 계곡에 여러 풍상을 겪은 늙은 소나무 한 그루 곁에서 아무도 듣는 없건만 물소리가 낭낭히 흐르는 장면이 연상된다. 이쯤 되면 당시(唐詩)가 아니라도 저절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이다.   

금강산에 뛰어든다고 소리쳤던 호탕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는 이처럼 시인의 귀에 들리는 조선의 명시를 그림으로도 그리는 일에 조용히 도전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5.12.14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