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먹 쓰는 법(用筆法과 用墨法) 정리

2016. 1. 16. 17:58美學 이야기

 

 

       붓과 먹 쓰는 법(用筆法과 用墨法) 정리

 

 

 

    용필법과 용묵법 

 

   당나라 이후 수묵은 채색에 이어 동양화의 주요 재료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먹 한 가지로 평면상에 입체감을 나타내는 데에는 처음부터 많은 제약이 있었죠.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수묵화 기법이 개발되고 발전됩니다.

   수묵화 기법은 먹을 이용해서 다양한 표현을 하는 용묵법, 붓을 사용해서 다양한 효과를 내는 용필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용묵법에는 선염, 파묵, 발묵 등의 기법 먹색에 따른 초묵, 농묵, 담묵 등의 구분이 있습니다.

용필법 갈필, 백묘, 준찰 등 전반적인 수묵화에 사용되는 기법 이외에 부벽준, 피마준, 하엽준 등 주로 산의 입체적 표현을 위해 고안된 기법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용묵법 (用墨法)

 

[1]  초묵, 농묵, 담묵 

 

   사용하는 먹의 되기, 농도에 따라 구분하는 용어로 초묵(焦墨)은 아주 짙은 먹색을 가리킵니다

 

   적묵(積墨)과 비슷한 기법이지만 적묵은 마른 붓으로 여러 번 칠해 (쌓아) 짙은 먹색을 내는 것으로 초묵과는 조금 다르다.
먹을 갈아 반나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여 진해지는데 이 때의 먹색을 초묵이라고 말합니다.

 

   농묵
초묵 다음으로 진한 먹색 뜻하며 담묵먹물에 물을 많이 섞을 것 가리킵니다.

 

 



어몽룡 묵매도 20.3x13.5cm 간송미술관
농묵과 담묵을 사용하여 매화를 표현하였다.

 

 


김홍도 산사귀승도 28x32.7cm 개인
깊은 계곡 절벽의 표현에서 초묵에 가까운 짙은 먹을 사용했다.


 

 

[2] 선염(渲染)

 

 

   선염(渲染)은 수묵 표현의 한 방법으로 담묵이나 옅은 색채를 점차 엷게 칠하거나 점차 짙게 칠하는 등 점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법가리킵니다.
영어의 그라데이션(gradation)과 의미가 같습니다.

 

   선염에서  먹의 농도에 따른 짙고 옅어지는 효과를 통해 원근과 입체감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말로 '바림'이라고 하는데, 선묘 이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묵 기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윤복 그린 <월하정인> 중 두 남녀의 머리 위에 표현된 밤하늘 등에서 이 기법을 볼 수 있지요. 

 


 


 

 

[3] 홍운탁월

 

   홍운탁월(烘雲托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동양화의 기법 중 수묵에서 흑과 백 두 세계만 존재하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 표현법입니다.
그을리다 라는 뜻의 홍(烘), 밀어낸다는 뜻의 탁(托), 즉 달 주변의 구름을 어둡게 표현함으로써 달이 드러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이경윤 <고사관월도> 비단에 수묵, 31.1×24.8㎝, 고려대박물관

 

 


    이는 담묵이나 담채로 주위를 칠함으로써 중심에 있는 형태를 돋보이게 하는 기법입니다.
꼭 구름이 아니더라도 달무리를 그리고 가운데를 비워둠으로서 밝은 달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을 한국화에서 쉽게 볼 수 있지요.
다른 말로 흰 부분을 남겨 놓았다는 뜻에서 유백법(留白法)이라고도 부릅니다.   

   홍운탁월은 마치 문학에서의 은유처럼 직접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수묵화의 멋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홍운탁월'이라는 용어 자체도 생활이나 문학에서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4] 파묵(破墨), 발묵(潑墨)

 

   파묵(破墨)

 

   선으로 어느 단계까지 그린 다음 마르기 전에 더 짙거나 묽은 먹으로 덧칠해 윤곽선을 없앰으로써 보다 고도의 입체감과 깊이감을 나타내는 기법'파묵'이라고 말합니다. 

 

   애초에는 ‘처음에 칠한 먹색을 깨뜨린다’  뜻으로 만들어진 용어인데, 이후 점차 담묵을 사용해 농묵에 변화를 주거나 농묵으로 담묵을 깨뜨리는 효과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 됐습니다. 

 

 

 

 


파묵법- 타와라야 소타츠(俵屋宗達, ?-?) <연지수금도>

 

 

 


   이 파묵법은 당나라 때 왕유가 시작했다고 전합니다. 이후 청말의 화가 황빈홍(1864-1955) '파묵법이란 옅은 것은 짙은 것으로 깨뜨리고 젖은 것은 마른 것으로 깨뜨리는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지요.


발묵(潑墨) 

 

   파묵과는 조금 다르게 붓으로 인한 준법을 거의 쓰지 않고 먹물이 번져 퍼지게 나타내는 기법'발묵'라고 말합니다.
뿌린 먹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형상을 이용하면서 필선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묵무필(有筆無墨)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먹물을 번지게 하는 데에는 붓 대신 다양한 수단이 동원됩니다. 입으로 부는 것은 물론 손과 발 그리고 머리카락까지 사용해 퍼포먼스적 성격이 포함됩니다. 당나라 때 왕묵(王墨)이 술에 취한 채 그림을 그리면서 먹물을 비단 위에 뿌리고 이를 가지고 산과 집 등의 형태를 그린 것에서부터 발묵 기법 시작되었고도 합니다. 왕묵은 술에 취하면 머리카락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먹물이 풍부하고 기세가 가득한 모든 것을 통틀어 발묵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옥간(玉澗) <산사청만도> 33.0x83.1cm 일본 개인 소장


 

   먹을 쏟아 부은 뒤에 먹을 퍼지게 한 기법에는 화면 위에 선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선묘 위주의 화풍에서는 이단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송원 교체기에 활동한 선승(禪僧)화가인 옥간(玉澗)의 발묵 작품이 유명하며 또한 일격(逸格)을 중시하는 문인화가들도 애용했습니다.

 

   일본화가 셋슈(雪舟)발묵 기법을 사용한 산수화에 파묵이란 말을 사용해 후대에 혼동을 가져온 적도 있습니다.   

 


 


발묵법 - 셋슈(雪舟) <파묵산수도>

 

 

 

 

    용필법(用筆法)

 

  [5] 백묘(白描)

 

   백묘 (白描)

 

   고대의 선으로만 그린 그림인 "백화(白畵)"의 기법을 수묵화에 끌어들인 표현법이 "백묘"입니다.
색채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먹선으로만 윤곽을 그려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이공린(李公麟), <산장도(山莊圖)> 부분,

북송, 두루마리에 수묵, 28.9 x 364.6 cm, 타이페이 고궁박물원

 


   문인화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북송 시대에 이공린(李公麟)에 의해 재발견되었습니다. 문인화가로서 직업화가의 묘사형식이었던 백화를 부흥시켜 새로운 면을 개척한 것입니다.

조선시대 말기에 장승업백묘법을 사용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843 ~ 1897). <군마도(群馬圖)>, 종이에 수묵, 15x21.7cm


 

 

[6] 갈필(渴筆)

 

 

   갈필(渴筆)

   수묵화에서 개발된 기법의 하나로 이때의 갈은 목마를 갈(渴)자입니다. 물기가 거의 없는 붓을 사용해 마르고 거친 느낌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먹물이 흥건한 데서 오는 윤택한 느낌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 갈필은 원 말기의 문인화가들이 탈속적이며 초월적인 느낌을 화폭에 표현하기 위해 애용했습니다. 그 이후 문인화풍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면서 '금욕적 성향의 고매한 정신 상태'를 표출한 기법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전기 <계산포무도>

 

 

   다른 말로 말랐다는 고(枯)자를 써 고필(枯筆)이라고도 하고, 또는 물기 없는 붓을 종이 위에 문지른다는 뜻의 찰(擦)자를 써서 찰필(擦筆)이라고도 합니다. 

 

 

 

[7] 비백(飛白)

 

 

          비백(飛白)
   비백은 원래 한자 서예에서 쓰는 용어입니다. 예서 등을 쓸 때 필획 속에 스치듯이 비치는 기교의 수법을 말하는 것으로, 후한(後漢)의 채옹(蔡邕)이라는 사람이 다른 이가 솔로 글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고안했다고 합니다.


 

 

 


심사정 <매월만정>

 

 


   갈필로 붓을 끌면서 그림으로써 필획 가운데 군데군데 먹이 묻지 않은 빈 공간이 생기도록 그리는 것입니다. 붓을 넓적하게 사용할 경우에 이와 같은 흔적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비백이란 이름은 붓의 기운이 날아 움직이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입니다

 


[8] 준법, 부벽준

 

 

   준법(皴法)이란 산수화에서 산이나 바위 또는 언덕을 표현하기 위한 붓 사용을 말합니다.

 


   준(皴)은 '주름'이라는 뜻입니다. 붓을 일정한 형식에 따라 사용함으로써 산이나 바위의 주름진 모습을 나타내고 이를 통해 각기 특색 있는 입체감, 양감, 질감, 명암 등을 표현하는 데서 붙은 이름일 것입니다. 서양화처럼 색을 두껍게 칠하거나 명암처리를 하여 양감을 나타내지 않고 붓으로 주름을 나타냄으로써 깊이있는 표현이 가능해지도록 고안된 것이지요.

수묵산수의 시초부터 고안돼 현재까지 약 20가지의 준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자주 쓰이는 용법은 5-6종류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준법 중 하나가 부벽준(斧劈皴)입니다.

   (斧)는 큰 도끼를 뜻하고 벽(劈)은 쪼갠다는 뜻, 그러니까 큰 도끼로 내리쳐서 드러난 단면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 붓 사용법을 이르는 말입니다.

마른 먹을 묻힌 붓을 옆으로 뉘어 빠르게 내려 그으면 도끼로 내리친 것과 같은 단면을 보이는 거친 바위가 표현됩니다.
주로 험준한 산을 표현하는데 많이 쓰이며 매우 박력있는 효과가 연출되지요.

 


   중국에서는 남송 시대의 마원, 하규부터 시작돼 명나라 절파화가들이 애용했습니다.

 

 


하규 <산수도>

 

 



심사정 <만폭동>에서의 부벽준


 

 


정선 <임천고암> 중의 부벽준

 

 

 

 

[9] 피마준

 

      피마준(披麻皴) 

   

   붓의 표현이 피마, 즉 꼬인 마의 올을 풀어놓은 것 같이 보여 이름 붙여진 준법입니다

 

   옅은 먹으로 얇고 가는 선을 평행하게 여러 번 그어 중복된 선 전체가 입체적인 산의 모습으로 나타내 보이도록 한 것으로,
흙이 많은 토산을 표현하는 데 주로 쓰였습니다.  

 



피마준

 


 


황공망(黃公望, 296~1354)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 부분.  33 6cm×39.9cm 원(元)


 

   이 피마준은 오대의 문인화가 동원(董源)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명대 동기창 남종화론을 주장하며 동원을 대표화가로 꼽은 이후부터 문인화가들이 애용하는 기법이 되었습니다.  

 

 

 

[10] 절대준(折帶皴)

 

 

      절대준(折帶皴)

 

   절대(折帶)는 띠를 꺾었다는 뜻입니다. 절대준은 붓을 옆으로 뉘어 그은 뒤 끝에 가서 직각으로 짧게 그어 마무리함으로서 붓자국이 ㄱ자처럼 보이도록 한 필법을 가리킵니다.

 



 

   원나라 때 문인화가 예찬(倪瓚 1301-1374)이 자주 사용하던 기법으로,  옆으로 갈라지기 쉬운 편암으로 이뤄진 산을 그릴 때 적합합니다.
조선시대에서는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이 많이 사용했습니다. 

 

 
예찬 <고목석죽도>

 

 

 

[11] 하엽준(荷葉皴)

 

      하엽준 荷葉皴  

 

   하엽은 연잎이라는 말입니다. 이 준법은 마치 연잎에 보이는 잎맥을 그린 듯하다고 해 이름붙여졌습니다.

 


 

 

 


   연잎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뜨려 잎맥 선이 아래로 향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특징으로,
마치 산 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위나 작은 고랑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김홍도 <무의귀도(武夷歸圖)>

 종이에 담채 112.5 x 52.6 cm 간송미술관 

 

 


   중국 강남지역의 야트막한 산수를 표현하기 위해 고안해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시대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가 이 준법을 애용했지요.

 

 

 

[12] 단선점준(短線點皴)

 

   단선점준(短線點皴)조선시대 초기의 산수화에 보이는 준법을 가리킵니다. 

   가늘고 뾰족한 붓끝을 살짝 대어 끌거나 점을 찍듯이 하여 산이나 언덕의 능선 주변 또는 바위 표면에 이런 점과 선들을 반복해 산의 질감과 입체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중국의 각종 준법에서 발견되지 않는 다른 한국적인 것으로 조선 초기의 화풍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16세기 안견화풍을 계승한 그림들을 설명하기 위해 미술사학자 안휘준 교수님께서 이름 붙이신 것입니다.  



이정근 <설경산수도> 

 

 

 

[13] 수지법(樹枝法)

 

 

    수지법(樹枝法) 즉, 나뭇가지를 그리는 법은 나무를 표현할 일이 많은 산수화에서는 당연히 중요한 기법이 될 것입니다.
조선 후기가 되면 그림 감상이 일반화되면서 전문화가 뿐만 아니라 일반 양반들도 교양의 하나로서 수지법을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작품 소개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한 수지법으로는 해조묘법, 마원 수법, 황자구 수법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개자원화전 등의 화보에서 볼 수 있는 수지법입니다.

 

해조묘법(蟹爪描法) 

 


곽희수법(郭熙樹法), 「수보(樹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해조묘법은 나뭇잎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그리는 방법입니다. 해조는 게의 발톱이라는 뜻으로 마치 게의 발처럼 안쪽으로 오그라들게 그리는 것이죠. 북송의 곽희(郭熙)는 이른 봄의 경치를 그리면서 나뭇잎이 없는 앙상한 가지를 그려 계절감을 나타냈는데, 그가 그린 나무는 앙상하며 가지는 안쪽으로 오그라들게 그린 해조묘법을 썼습니다. 



해조묘법이 사용된 곽희 <조춘도>

 

   조선에서는 전기의 안견화풍에 특히 해조묘법이 많이 보입니다. 당시 안견의 후원자였던 안평대군의 컬렉션에는 곽희 그림이 다수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마원 수법(馬遠樹法)


 


마원 수법(馬遠樹法), 「수보(樹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마원의 나뭇가지 그리는 법, 즉 남송의 궁정화원 화가인 마원(馬遠)이 주로 소나무를 그릴 때 쓰던 묘사법을 말합니다. 그가 그린 소나무는 대부분 야위고 딱딱해 마치 철사를 구부린 것처럼 거칠게 꺾여 있는 게 특징이지요.  명 시기가 되면 복고주의적 화풍이 유행하면서 마원식 수지법이 소나무가 절강성 일대의 직업화가, 즉 절파(浙派)계통의 화가들에 의해 계승되면서, 뿌리가 노출되고 굴곡이 심한 묘사법이 재등장했습니다.




김시 <동자견려도> 부분

 

 



이상좌 <송하보월도>


   조선 초기의 화원화가 이상좌가 그린 <송하보월도>에 보이는 소나무 묘사 역시 대표적인 마원 수법입니다.    

 


 

황자구 수법(黃子久樹法)


황자구수법(黃子久樹法), 「수보(樹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자구'는 원나라 때의 문인화가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의 자입니다. 황공망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무는 보이는 모습이 천변만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소슬하고 황량한 가을 경치 속에 놓여진 나무는 묘사 자체를 통해 그와 같은 적막한 분위기를 나타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심사정 <계산모정>

 

 
   조선시대 현재 심사정 <계산모정(溪山茅亭)>에 황자구 수법으로 그린 나무 묘사가 있습니다.  

 

 

[14] 태점(苔點)과 대혼점(大混點)

 

   수묵화에서 산, 바위, 땅 등에 난 이끼를 나타내기 위해 찍는 작은 점을 태점(苔點)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태(苔)는 이끼를 의미하는 한자로, 나무에도 이 점을 찍어 이끼가 낀 오래된 나무인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조속 <금궤도>


 


<금궤도> 부분. 태점.

 



   작고 둥근 점을 여러 개 찍어 나뭇잎을 그리는 데 쓰이는 호초점(胡椒點) 역시 바위나 낮은 언덕의 이끼나 잡목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호초(胡椒)는 후추알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대혼점(大混點)이라고 해서 타원형처럼 생긴 비교적 큰 이 있는데, 대혼점은 붓을 옆으로 뉘어서 찍는 것입니다. 산을 나타내는 표현에도 사용하지만 무성한 나뭇잎을 나타낼 때도 쓰입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 숲이 무성한 산이나 소나무 숲 등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했습니다. 


 


겸재 정선 <경복궁도>. 대혼점.

 

 

 

 

[15] 미법산수(米法山水)

 

   미법산수(米法山水)란 미점(米點)이라고 일컫는 점을 사용해 산과 나무를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점이 쌀알처럼 생겨서가 아니라 북송 시대의 문인화가인 미불(米芾 1051-1107), 미우인(米友仁 1072-1151) 부자가 쓰기 시작한데서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 


 

 


미우인 <운산도(雲山圖)>

 

 


   먼저 옅은 먹이나 채색을 번지듯이 발라 산의 형태를 대강 그린 뒤 다소 짙은 먹을 묻힌 붓을 옆으로 약간 뉘어 반복해서 먹 점을 찍습니다. 미법산수의 특징은 이렇게 표현하여 산과 나무가 비가 온 뒤에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기법은 물기 가득한 여름 산 그리는 데 널리 쓰였습니다. 

 

 

 

[16] 구륵법과 몰골법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 중 윤곽선과 관련되어 대비가 되는 두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구륵법과 몰골법입니다.

 

 


구륵법                                   몰골법

 

 


구륵법(鉤勒法)

 

   구륵은 갈고리 구(鉤)와 굴레 륵(勒)이 합쳐진 말로, 선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그 속을 색으로 채워 넣는 기법을 말합니다.

 

   윤곽선이 있는 기법-구륵법.

 

   색을 채워 넣는다는 뜻을 강조해 구륵전채법(鉤勒塡彩法)이라고 하고 달리 쌍구법(雙鉤法)이라고도 합니다.  
중국 오대 말의 화조화가 황전(黃筌, ?-965))은 이 기법을 사용해 윤곽이 분명한 채색 화조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따라서 달리 황씨체(黃氏體)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화려한 채색 위주의 황씨체는 북송 화원에 계승돼 사실적인 묘사와 결합되며 궁중화풍을 뜻하는 원체화(院体畵)로 발전했습니다.  

 

 

 



몰골법(沒骨法)

 

    화조화를 그릴 때 윤곽을 별도로 그리지 않고 색채나 수묵을 사용해 선과 면적인 기교를 동시에 보이는 묘사법을 말합니다. 
  

 

  윤곽선이 없는 기법- 몰골법.

 

     형태를 잡아주는 선을 골(骨)이라고 하고, 이 같은 뼈대(骨)가 보이지 않는다(沒)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입니다. 
남당(937-975)의 화조화가 서희(徐熙, 942-998)가 수묵 위주로 이 기법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해 서씨체(徐氏體)로 불리기도 합니다.
수묵을 주로 사용하는 문인화가들이 즐겨 사용했지요.

 

                                                             낭곡 최석환 <묵포도도>

 

 

 

[17] 복채법(伏彩法) / 배채법(背彩法)

 

 

   복채법(伏彩法) 

 

  채색 기법의 하나로 화면 뒤쪽에 색을 칠한다는 뜻입니다. 


 

    
이하응 초상, 1860년대, 비단에 색, 132.0x67.9cm, 보물제 1490-2호
X선 등의 조사 결과 얼굴과 족좌대, 화문석 등에 복채기법을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 불화의 경우 얼굴 등에 채색할 때 화면 뒤쪽에서 흰색을 칠하고 앞쪽에 다시 엷게 붉은 색이나 황토색 계통의 색을 칠함으로서 중간톤에 의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살색 표현과 깊이감을 나타냈습니다. 이 기법은 조선시대 초상화에도 전해졌으며 달리 배채법(背彩法)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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