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평화적 활용 / 연합뉴스 기사

2013. 7. 10. 11:08잡주머니

 

 

'생태 寶庫' 풍광 속 군사력 대치 '팽팽한 긴장' 여전

박 대통령 평화생태공원 제안에 '주목'…지뢰 또 하나의 과제

(연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아군과 북측 GP(최전방 경계초소) 시설물은 절대 촬영하시면 안됩니다."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태풍전망대에 오른 기자에게 들려온 첫 소리는 촬영 주의사항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망대로 가는 길녘은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곳곳에 보이는 '지뢰' 표지판이 전방지역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비무장지대(DMZ)를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이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왔다.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248㎞ 가운데 유일하게 임진강을 군사분계선(MDL)으로 끼고 있다. 북한 지역까지 1㎞가 안돼 보였다. "우리 측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좌우로 사람 한 길을 훨씬 넘는 철책이 이중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곳곳에 우리 측 GOP(General Out Post, 일반전초)가 눈에 들어왔다. 철책 안으로는 남북의 GP(Guard Post, 최전방 경계초소)도 보였다.

순간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영롱한 울음소리를 내며 철책 위에 앉았다가 바로 DMZ 안으로 사라졌다. 비가 내리는 DMZ는 운해와 신록으로 가득해 임진강과 더불어 너무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연합뉴스는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육군 28사단의 협조를 받아 5월 하순부터 이날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DMZ를 돌아봤다.

◇ 정전, 그리고 60년…긴장의 DMZ

태풍전망대는 원래 GP였다. 1991년 안보교육관으로 탈바꿈했다.

1968년 북한이 남쪽으로 추진 철책을 설치하고 DMZ 안으로 북방한계선을 내려 설정했다. 우리 군도 1979년 남방한계선을 태풍전망대까지 끌어 올렸다. 비무장지대 무장된 것이다.

정전협정 제1조 10항에 따르면 민사행정업무를 위해 허가받은 군인과 민간인은 DMZ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단, 군사정전위원회가 휴대 무기를 규정하고 한쪽이 1천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10항은 완충지대를 설정하려는 1항과 모순되지만 군사전략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남북은 DMZ 안에 GP를 두고 경계병력을 운영하고 있다.

남측 GP에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함께 펄럭였다. 아무런 깃발 없는 북측 GP가 멀리 마주보였다.

양측 GP는 몸통인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에서 뻗어 나온 촉수처럼 DMZ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6월 한 달 간 몇 차례 기자가 찾은 태풍전망대 앞 DMZ는 임진강 운해가 피어오르며 아군 GP가 'DMZ의 섬'이 된 듯 장관을 펼쳐보였다.

기자의 눈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었지만 초병의 말은 달랐다.

철책 순찰을 강화하고 평소보다 더 분주히 움직인다고 했다. 운해로 전방 관측이 쉽지 않아 풍광이 수려할수록 긴장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란다.

특히 북한군이 임진강에 접근하면 아군 GOP와 GP는 서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한다.

육안으로 북측 GP 인기척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군은 열영상장비(TOD)로 북측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병사가 쌍안경으로 남측을 바라보는 모습까지 식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갈수기 임진강의 수위는 1.5m가량으로 사람이 뛰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군은 상황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

무장한 DMZ에서는 그동안 실제 교전이 벌어졌다. 주로 남방한계선을 목책에서 철책으로 바꾸던 1960년대 잦았다.

휴전 이후 창설된 28사단 역시 DMZ에서 1973년 4월까지 북측과 17차례 교전했다.

DMZ 수색 중 7회, DMZ 매복 중 7회, GP에서 3회 교전했다. 북한군 23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최근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DMZ에는 여전히 전운이 감돌았다.

◇ 북측 DMZ…영농·어로 '활발'

북측 DMZ는 남측과 확연히 달랐다. 군사분계선 임진강 이남은 숲이 무성하지만 반대 편 북쪽은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연기도 수시로 목격된다. 군은 화전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측 DMZ의 베티고지와 노리고지 사이 넓은 개활지에는 집단 농장인 오장동 농장이 들어서 있다. 총면적이 1.2㎢에 이른다.

북한군과 주민들은 4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이곳에서 옥수수, 벼, 채소 등을 재배한다. 많을 때는 100명을 훌쩍 넘는다.

임진강까지 내려와 어로 활동도 한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6월 5일 오후 북한군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임진강까지 내려온 모습이 목격됐다.

DMZ를 출입하려면 남측은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북측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기능을 인정하지 않아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용환 연구위원은 "북한은 DMZ를 보존할 곳이 아니라 통일을 위해 걷어내야 할 곳이라고 인식한다"며 "DMZ 보존에는 남북교류와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그러나 DMZ는…세계 유일 생태공원 '평화 메신저'의 희망

6월 18일, 운해가 잦아들 무렵 뻐꾸기과 새 한마리가 남방한계선 위에 앉았다.

얼핏 맹금류인 매처럼 보였다. 그러나 덩치가 작고 부리가 매부리처럼 굽지 않았다.

카메라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휘파람 비슷한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DMZ 숲으로 날아 사라졌다.

조류전문가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천연기념물 두견(447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울음소리를 들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뻐꾸기과 새들의 울음소리도 다양해 확답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두견은 이제 남한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여름새다.

유 교수는 "두견을 비롯한 다양한 뻐꾸기과 새들이 DMZ 일원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장마 전 DMZ의 임진강은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7월 초 남방한계선 필승교 위에서 내려다본 DMZ 임진강은 알려진대로 생태보고였다.

다리 위에서 바라봐도 바닥의 손톱만한 자갈이 훤히 보였다. 천연기념물 어름치(259호)가 자유로이 오갔다. 어름치 또한 국내 웬만한 강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이다.

방탄 헬멧과 비슷한 크기의 자라가 돌을 들춰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1시간이 채 안된 취재였지만 누치, 참갈겨니 같은 민물고기와 중대백로와 왜가리, 검은댕기해오라기 등 먹이 사냥에 바쁜 물새들이 부지기수로 눈에 들어왔다.

숲에서는 꾀꼬리, 큰오색딱따구리, 큰부리까마귀 등 각종 새와 고라니, 다람쥐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천연기념물 독수리와 두루미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중서부전선 DMZ의 산림은 산악 중심의 동부전선과 달리 구릉 중심이다. 거대한 원시림이 아닌 키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DMZ 내 잦은 산불로 울창한 나무 대신 초목이 자리잡은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DMZ 일대에서 고등식물과 척추동물 약 2천930여종이 발견됐다. 한반도에 서식·분포하는 동식물종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 가운데 한 곳으로 DMZ는 철새서식지로도 중요하다.

경기개발연구원 박은진 연구위원은 "휴전 이후 산불과 제초제의 피해를 입었지만 낮은 땅을 중심으로 습지가 생기고 자연이 살아난 전후 생태계(Post-war Ecosystem)"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방미 기간에 'DMZ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긴장의 DMZ가 역설적으로 세계 평화의 메신저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끌었다.

이성근 경기도북부청 DMZ정책과장은 "DMZ 세계평화공원이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측 동의 없이는 어렵지만 평화공원 제안 자체가 남북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DMZ를 생태와 평화의 공간으로 재조명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도시의 근린공원이 아닌 생태보전형 공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평화를 꿈꾸는 DMZ…또 하나의 문제 '지뢰밭'

6월 17일 저녁, 이곳을 찾은 기자와 안내장교 눈에 고라니 한 마리가 눈에 띠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DMZ 수색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작전도로에서였다.

고라니는 인기척에도 도망가지 않은 채 배수로 쪽만 바라봤다. 배수로에는 새끼 고라니가 빠져 밖으로 나오기 위해 낑낑대고 있었다.

새끼 고라니를 돕기 위해 다가간 순간 일행은 깜짝 놀랐다. 어미 고라니의 다리가 3개뿐이었다.

안내장교는 "아무래도 오래 전에 묻힌 지뢰 때문에 다리를 잃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낡은 지뢰는 사람의 무게보다 가벼운 동물이 밟아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곳 경계병과 수색대원들은 "DMZ에서 폭음이 종종 들린다"고 전했다. 동물들이 지뢰를 밟은 것으로 추정했다. 건조기 때는 지뢰 폭발로 생긴 불씨가 산불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화 생태를 꿈꾸는 DMZ가 풀어야 할 과제 중에 과제는 남북관계 회복이다.

그러나 또 남는 커다란 숙제가 있다. 바로 지뢰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DMZ 지뢰매설 수는 무려 100만발이다.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400년 걸린다는 게 통설이다.

특히 현무암 협곡지대가 많은 중서부전선은 지뢰 탐지가 더 어렵다.

현무암 성분 가운데 15%가 철 산화물인 탓에 탐지기로 정확히 지뢰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장비로 땅을 파헤쳐 지뢰를 터뜨려 없애야 하지만 환경 파괴가 뒤따르는 어려움이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지뢰제거에는 무엇보다도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 역시 1990년 통일 이후 동·서독 사이 미확인 지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독일 사회는 환경파괴 대신 '인간지도'를 선택했다.

퇴역장병 가운데 지뢰 설치자를 일일이 수소문, 지도에 없는 지뢰 위치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규석 활동가는 "사회적으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뢰를 완전히 제거하자'는 의지가 합의되어야 한다"며 "군과 민간이 힘을 모으면 지뢰 제거에 걸리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ndphoto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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