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공조의 시험대는 평화체제 / 김성한 전차관 - 조선칼럼

2013. 7. 18. 12:02병법 이야기

 

 

 

[朝鮮칼럼 The Column] 한·미·중 共調(공조)의 시험대는 평화체제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외교통상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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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7.18 03:04

    북핵 20년 첫 한·미·중 共調… 北 태도 바뀌어 대화 국면 조성
    평화체제 협상 再開 가능성 커져… 3국간 이견 생기면 악순환 반복
    韓·美,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 중국과 전략적으로 공유해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외교통상부 차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외교통상부 차관
    한·미,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상황이 다소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로부터 2002년 제2차 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20년 위기' 동안 우리 정부는 흔히 한·미·일 공조체제를 얘기했지 한·미·중 공조체제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한·미·일 '공조'체제를 토대로 중국 및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낸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세 차례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중 공조체제'라는 말이 무척 자연스럽게 들린다. 우리 정부가 대미 관계 못지않게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많은 공을 들인 결과이리라.

    금방이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하고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처럼 큰소리치던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오고 6자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을 보면 뭔가 새로운 게임이 전개될 조짐이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대화를 하는 시늉을 하면서 한·미·중 공조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으로선 중국이 한·미에 설득당해 대북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자신을 계속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와 대화를 하면서도 마음은 워싱턴에 가 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북 대화를 위한 사전 조치가 무엇인지 미국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미북 대화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상황은 6자회담 재개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6자회담 재개와 더불어 북한이 평화체제 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주장할 경우다.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명기하였다. 국내 일각에선 북한이 이러한 제안을 해올 경우 상당히 긍정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크다. 6·25 전쟁이 낳은 정전체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낳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되었으니,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변경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논리다.

    북한과 한·미·중이 평화체제 협상에 참여하게 될 경우 국내정치적으로 '남남갈등'이 초래되는 것 못지않게 한·미·중 공조체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간 한·미 양국은 평화체제 문제에 관해 '선(先)비핵화, 후(後)평화협정'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평화체제 구축의 장애 요인으로 주한미군 문제, 북·미 양국의 상호불신 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과거 중국은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북핵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하여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핵 해결을 시사한 바 있다. 물론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시기의 입장이므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과거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이 과거와 같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한·미·일에 버금가는 관계로 평가를 받는 한·미·중 공조체제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미·중 사이에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놓고 간극이 생기면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게 되고, 우리 모두 과거 6자회담 출범 후 반복된 악순환을 또다시 재현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6·25 전쟁의 유산으로 형성된 불안정한 정전상태와 군사적 대립 구도를 청산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므로, 북한의 비핵화,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과 국제적 보장, 미·북 및 일·북 관계 정상화 등이 종합적으로 완성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평화포럼을 구성하여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실제 평화협정은 북핵 폐기에 대한 검증(verification)이 상당 부분 완료된 시점에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문제 해결의 요체는 철저한 국제공조체제 확립과 평화체제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으니 과거에 했던 회담들을 좀 더 '열심히' 해본다는 정도의 발상을 가지고서는 모든 게 힘들어진다. 한·미·중 관계를 명실공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한·미의 전략적 인식을 중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래서 '한·미·중 전략대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북핵 20년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