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6. 16:23ㆍ별 이야기
여름철엔 펼쳐라! 여름에 만나는 북현무 7수
이번 편에서는 여름밤에 만날 수 있는 별자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좀더 익숙한 서양별자리로 먼저 출발해볼까요? (자세한 설명은 『별자리 서당』 150~160쪽을 참고하셔요.) 서양별자리로는 직녀성 '베가'가 가장 빛이 나서 발견하기 쉽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은 바로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 스파르타의 왕비를 헤라의 눈을 피해 만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하죠.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 서양별자리 vs 동양별자리를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별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입니다. 이 세 개의 별이 우리의 나침반인 여름철 대삼각형입니다.
노란색 동그라미가 대표 별 세 개입니다.
그렇다면, 여름에 만나는 동양별자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양별자리에서 등장한 알타이르는 견우성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견우성이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아직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별자리 서당』의 해석에 따라 이 글에서는 알타이르를 견우성이라 보겠습니다.
여름철 삼각형은 그대로 인채, 동양별자리의 선만 바꿔보았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스텔라리움으로 직접 살펴보세요. ^^
이렇게 구분해보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 그렇다면, 동양별자리의 각 별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죠.
첫번째 별 두. 곡식을 계량하는 도구를 칭하는 한자입니다. "두수란 곡식의 양을 재는 바가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지요. 처음에 "어? 이거 북두칠성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요, 두수는 잘 살펴보면 별이 여섯 개 입니다. 그래서 북두칠성과 구분하기 위해 남두육성(南斗六星)이라고도 하지요. 이 별은 은하수의 강물을 퍼 올리는 바가지! 이 별이 보이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들었다고 합니다. 두성은 하지의 도래를 알리는 징표라고 하니, 올 하지에는 밤하늘에서 두성을 한번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갑오년 하지는 6월 21일입니다.)
두번째 별 우. 소의 별이라는 의미죠. 동양에서는 이 별을 목동 견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그 견우 맞습니다. 요즘은 애절한 사랑을 하는 비련의 주인공들로 그려지지만, 예전에는 칠월칠석을 부정적인 날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이 두사람이 칠월칠석에 잠깐 만났다가 또 헤어지면서 눈물을 쏟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의 주인 견우가 눈물 짓는 때이니 소가 병에 걸리거나 혹은 흉작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날"이라고 여겼다는 점~ 서양에서는 이 자리를 염소 머리에 물고기의 모습을 한 목축의 신 '판'(Pan)이라고 생각했대요. 목축에 관련된 별이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조금 다르네요. ^^
세번째 별 여. 동양에서는 하지가 지나면서 양기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음기가 자라나기 때문에 이 별에는 "음을 주관하는 여자의 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겨울을 대비해 길쌈에 돌입하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길삼을 시작하라는 신호탄이었던 셈이죠. 여수가 밝게 빛나면 길쌈이 잘 되어서 그해 겨울을 따뜻하게 날 것이라는 징조로 보았고, 좀더 확장해서 생각하면 풍년이 들어 먹고 살기 좋아지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죠. 반대로 별이 흐리거나 이동하면 부녀자들에게 재앙이 온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서양별자리로는 물병자리인데요, "농사철의 시작과 홍수의 위험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던 별입니다.
네번째 별 허.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별은 입추 무렵에 뜬다고 하는데요, 양기는 차츰 줄고, 음기가 점차 세지는 시기이죠. 그런데 이 양(陽)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시 허공에 흩어지는듯 감추어졌다가, 때가 되면 다시 되살아나죠. "허수는 이런 양의 무덤, 혹은 허공의 집"이 됩니다. 그래서 허수의 별들은 마치 뼈다귀들이 이어진듯한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별자리 서당』 172쪽) 허수는 사당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 별들은 변하지 않는 게 길한 것이었습니다. 흔들려도 안 되고, 작아져도 안 되고,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도 안 되고… 만약 이 별에 이상이 생기면 병란이나 천재지변을 의미하는 조짐으로 해석되었다고 합니다.
다섯번째 별 위. '위태롭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허수와 비슷한 역할, 즉 죽음과 상례를 주관하는 별입니다. 이 별이 흔들리거나 오성(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에게 침범당하면 "울 일이 많아지는 형국이므로 세상에 죽음이 창궐"한다고 보았다고 하네요. 또 한편으로는 음기를 써서 유형의 것들을 만들어 내는 일을 주관했습니다. 토목공사나 건축물의 축조를 점치는 별이기도 했는데, "이 별이 뜨는 초가을에는 궁실과 성곽을 보수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여섯번째 별 실. 이름 그대로 집이나 방을 의미합니다. 이 방은 특히 선대 임금의 사당인 태묘를 의미했는데, "제사와 각종 의례를 주관하는 신성한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국운을 점칠 때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 별이 밝으면 천자가 쾌적한 곳에 있으며, 선대 임금의 넋도 편히 쉴 수 있다고 보았고 반대로 이 별이 흔들리면 종묘사직이 흔들린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 별자리는 진시황이 아방궁을 지을 때 모델이 되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실수의 별들은 다른 북현무 별들에 비해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 (실수의 별들을 보시려면 『별자리 서당』 178쪽을 참고하세요.)
일곱번째 별 벽. 벽과 담장을 뜻하는 글자인데, 건물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어 쓰인다고 합니다. 벽수는 "천하의 장서를 보관하는 비밀의 도서관"이지요. 이 별이 밝으면 천하의 책이 모이고 학문의 도가 이루어지며, 현명한 군자가 벼슬자리에 오르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벽수를 이루는 두 개의 별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균형이 깨지면 흉조로 여겨 "천하의 선비를 천하게 여기고, 서적이 은폐되며, 무인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가 온다"고 여겼습니다. 이 별은 문운(文運)을 의미하는데, 인간의 '오만함'을 막기 위한 담장의 역할을 했지요. "고대에서 학문은 올바른 정치를 이끄는 가교"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천상열차분야도에서 살펴본 두, 우, 여, 허, 위, 실,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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