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편봉(偏鋒)과 갈필(渴筆)](http://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4/01/22/524086_20140122171444_115_0001.jpg)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붓을 얼마 전 다시 잡았다. 마음을 다스려보자는 심산이었다. 요즘엔 당나라 최고 명필로 꼽히는 안진경의 행서 `쟁좌위고(爭座位稿)`를 임서(臨書)중이다. 워낙 호방하게 흘려 쓴 편지글이라 쉽지 않다.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중봉(中鋒)을 유지해야 함에도 운필(運筆)을 제대로 못하니 `편봉(偏鋒)`이 예사로 나온다. 필력(筆力)이 많이 딸리는 때문이다. 편봉은 붓끝이 획의 중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 끝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말한다. 초심자는 특히 금기해야 한다.
행서체에 맞게 먹물 농도를 조절하는 일도 쉽지 않다. 먹이 진하면 획이 안 나가고 묽으면 과하게 번진다. 그러다 보니 자꾸 붓에 먹물을 빼게 된다. 자연히 여백이 많은 `갈필(渴筆)`이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편봉으로 쓴 부분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먹물 농도를 맞추고 중봉을 유지하는데 보다 많은 힘을 쏟으려 하고 있다.
경기도 예산 상황을 보면 딱 이런 모양새다. 치우침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 보인다. 경제 분야 예산이 몇 년째 계속 줄어들더니 급기야 전체 예산의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극단적인 편봉처럼 균형이 심하게 무너졌다. 마른 예산을 쥐어짜 편성한 예산이다 보니 마치 갈필에 편봉이 겹친 것처럼 티가 난다.
도 고위 관계자들은 별 문제 없다고 말한다. 과학기술 개발사업과 기업지원 등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던 관행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거나, 아직 신보와 기보 자금이 충분하니 괜찮다는 입장이다. 진작 줄였어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변명으로 들린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복지예산 매칭 증가로 인해 줄어든 가용예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가장 반발이 적은 경제분야 예산부터 잘라낸 것이 팩트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경제분야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표가 나기 시작했다.
먹물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편봉의 영향이 먹물이 말라가면서 갈필이 심해지자 눈에 띄기 시작한 셈이다. 경기도에도 먹물 농도로 맞추거나 중봉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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