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화론 학파

2016. 4. 11. 17:37잡주머니



      

자연신화론 학파
2016년 02월 24일 (수) 17:42:06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verehomo@hanmail.net




  
▲ 한숭홍박사

   자연신화론 학파는 19세기에 비교언어학, 인류학, 철학, 심리학 등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학파는 언어학적-종교사적 탐구방법으로 민족의 신화나 민속학적 자료들을 수집·분석하며 종교의 원형을 찾으려 했다. 슈바르츠(S. W. Schwarz)의 『신화론의 기원』(1860), 쿤(Adalbert Kuhn)의 『불 (火)과 주신(酒神)의 유래』(1860), 판드리(Pandry)의 『신화의 해석』(1865), 부르노프(E. Bournouf)의 『종교학』(1870), 브레알(M. Bréal)의 『비교 신화론 연구』 (1863)와 『신학과 언어학의 혼합』(1878), 마이어(E. H. Meyer)의 『인도게르만 신화』 (1883), 플로아(Ch. Ploix)의 『신들의 본성: 희랍-라틴의 신화론 연구』(1885) 등등 이러한 저서들은 자연신화론의 종교학적 방향과 가능성을 선구자적으로 제시한 것들이다.[Arthur Titius, Religionsphilosophie (Go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37), p. 194.]. 그 반면에 렙시우스(K. R. Lepsius)는 이집트 신화에서 종교의 역사적-신화학적 생성을 규명하려 했다.
  
   호머(Homer)는 신들을 물, 불, 공기, 흙, 태양, 달, 별 등이 의인화된 종교적 상징이라고 했고, 엠페도클레스(Empedokles)는 만물의 뿌리(rhizomata)인 물, 불, 공기, 흙 등 네 원소가 사랑(philotes)과 미움(neikos)의 혼합원리에 의해 생성한 것이 자연이라고 했다. 자연을 생성한 이 원소들을 신성(神性)의 다양한 성질로 본 것이다. 이런 자연철학적 세계관은 매우 오랫동안 계승되어 오면서 때로는 수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배척되기도 하면서 지속되어 왔다.
  
하늘을 신으로 우러러보는 천신신앙이라든지,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성을 찾을 수 있는 바닷가 원주민들의 바다신앙이라든지, 농경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지신앙 등과 같은 것은 이런 자연신화론의 방법론을 강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막스 뮐러(Max Muller), 파울 에렌라이히(Paul Ehrenreich), 랑거(Fr. Langer) 등이 자연신화론의 대표 주창자들이다.



1. 막스 뮐러의 종교론
  
   독일 태생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종교학 교수였던 막스 뮐러(Friedrich Max Muller)는 고대 인도의 브라만교 경전인 리그베다(Rig-Veda)를 서양어로 번역한 후 25년(1849~74)에 걸쳐 6권으로 편집해 출판했다. 이로써 그는 인도유럽 언어연구의 선구자적 업적을 남겼으며, 서구인에게 보다 더 넓은 종교적 세계관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여 주었다.
  
뮐러는 동양종교의 경전들을 번역하는 외에 많은 저서들과 글들에서 자연신화론을 부각해서 강조했다. 『비교 방법론』(1856),  『종교학 논고(Essay on the Science of Religion)』(1867), 『종교학 입문』(1873), 『종교의 기원과 성장에 관한 강좌』(1878), 『신화학의 공헌』(1897) 등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그는 이 저서들에서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미학적 동기를 강조했는데, 독일의 관념론과 셸링(Schelling)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상에 깊이 침잠(沈潛)해있는 심미적-자연주의 성향을 미루어 보아 낭만주의 영향도 깊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뮐러는 종교를 ‘무한자에 대한 지각’이라고 규정했고, 인간의 도덕성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역설했다. 그는 언어의 역사는 ‘종교 개념의 창조 역사’라고까지 주장하며, 괴테의 명언인 “하나의 언어만 아는 자는 아무 언어도 모른다”는 표현을 빌려 “하나의 종교만 아는 자는 아무 종교도 모른다”란 말을 했다. 이 말이 시사하듯이 뮐러는 다양한 종교들을 알기 위하여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어느 한 종교의 현상이나 본질을 이해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종교들을 비교해가며 연구함으로써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종교들의 우열을 판단하기 위한 판정수단으로 종교들을 비교연구하려는 것이 아니고, 각 종교의 본질을 대조하여 공통성을 찾아보기도 하고 독특성을 부각하여 이해하기도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확신을 갖고 그는 계속 종교연구를 위한 방법을 개발해 갔으며, 1870년 영국의 왕립연구소에서 행한 강연「종교학을 위한 변명(Plea for a Science of Religion)」에서 종교에 대한 비교연구가 어느 한 특정 종교의 전통신앙을 위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종교를 보다 정확하고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역설했다. 청중의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던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곧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연구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강연에서 그는 “종교학은 세계 종교들 중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며, 때가 찼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실로 보여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논조 때문에 그의 종교관에는 경건주의 경향이 깔려있으며, 기독교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저의가 잠재되어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가 종교의 학문화에 공헌한 점만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와 강연을 통해 ‘종교학’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이로써 종교학의 창시자로 불리게 되었다.  
  
뮐러는 자연현상을 설화적 표현으로 의인화(personification)하면서 자연신화가 탄생했고, 이렇게 신화화된 대상들과 관념들을 신격화(deification)하면서 범신론과 만신전(萬神殿)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언어가 종교적일 때, 즉 언어가 인식의 대상을 신화적으로 개념화 할 수 있을 때 종교가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자연현상을 신으로 믿게끔 하는 언어의 종교화 기능을 “언어의 병(a disease of language)”이라고 했다. 그는 히브리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만일 히브리어를 하나님의 계시로 주어진, 인류 최초의 완벽한 언어라고 주장하며 히브리어로만 히브리 문서들을 해석하려 한다면 그 문서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히브리어를 아랍어, 아람어, 시리아어, 고대 메소포타미아 언어들과 어원적, 문법적, 표기법적으로 비교해가며 히브리 문서들을 해석할 때 그 문서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뮐러는 경전들을 종교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간주했다. 그가 리그베다를 번역하며, 동료들에게도 번역에 동참하라고 권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전번역은 동양종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종교연구에 활력이 되었다. 그는 1875년에 옥스퍼드 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전적으로 동양종교의 경전번역에 착수했다. 그 과업의 결과로 『동양의 경전들』이란 제목이 붙여진 50권으로 번역·편집된 종교 총서가 출판되었다. 이 총서에는 인도의 힌두교, 불교, 자니교의 경전들뿐만 아니라 중국, 페르시아, 이슬람교의 경전들도 수록되어 있다. 이 대사업은 1880~1890년까지 계속되었다.
  
신화에서 종교의 본질을 추리해 내려는 뮐러의 발상과 방법은 종교학의 정립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그의 공헌을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양종교의 경전번역으로 보편적인 종교 감정을 찾는데 기여했다. 둘째, 경전번역에 많은 학자들을 참여시킴으로 인하여 종교학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셋째, 종교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확신으로 종교학을 학문으로 확립하는데 공헌했다.
  
2. 파울 에렌라이히와 랑거의 종교론

  
   파울 에렌라이히(Paul Ehrenreich)는 자신의 저서 『일반 신화론과 민속학적 기초』(1910)에서 매우 흥미 있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태양을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하며, 태양숭배가 모든 민족의 공통된 신앙형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현상을 궁극적 형태로 표현한 신화에 종교적 상징성을 부여했고, 은유적 해석으로 종교화했다. 
  
그 반면에 랑거(Fritz Langer)는 자신의 저서 『지성적 신화론: 신화의 본질과 신화론 방법에 관한 고찰』(1916)에서 신화에는 태고의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화의 정신적 형식들은 생소하지만, 그것들을 표현한 정신의 내용들은 매우 단순하고 자연적이라는 논리로 원시인들도 궁극적 실재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관점에는 원시인들을 지능 수준이 낮으며, 지나치게 본능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람들이었으리라는 편견으로 재단(裁斷)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원시인들도 현대인들처럼 개념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던 이성적 존재였다고 믿었다. 종교는 일원론(주물숭배)으로 시작해서 성과 속의 이원론으로 진화·발전했다는 것이 그의 종교론의 결론이다.
  
   종교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진화·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 발전의 동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학자들의 이론이 달라진다. 기독교는 유일신론(monotheism, 唯一神論) 종교며, 일원론 종교이다. 그러나 자연신화론 학파의 주장대로라면 기독교도 자연신화에서 시작된 것이며, 기독교의 모태인 유대교와 유대교의 근원인 원유대교(Ur-Judaism)도 자연신화에서 기원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독교를 계시종교라고 믿는 것 자체가 허구일 뿐이다.

과제 :
1. 종교와 신화의 관계를 여러 측면에서 논하라.
2. 자연신화론학파에 대하여 평가하라.
*최종# 제11강 자연신화론 학파160222*

ⓒ 크리스챤월드모니터(http://www.cwmonitor.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