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전 : 파한집
1.「정지상의 고민」감상 및 이해
이 글은 시 창작에 대한 두 가지 일화를 엮은 글로, 첫 번째 일화는 정지상의 시 창작의 고통과 이를 극복한 즐거움을 표현한 글이고, 두 번째 일화는 강일용 선생이 남긴 시에 작자인 이인로가 내용을 보충한 것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은 이러한 맥락에서 시화(詩話)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시화'는 시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글로, 문학 비평적 특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글이다.
이 글에서 정지상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시를 통해 노래하고자 하였지만, 자연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적절히 전해 줄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어려워하고 있다. 정지상의 고통은 창작의 열매를 맺기 위한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2.「정지상의 고민」구성
일화(逸話) ① → 정지상의 시 창작의 고통과 이를 극복한 즐거움
일화(逸話) ② → 강일용 선생의 창작의 고통과 시 작법에 대한 나의 보충
3.「정지상의 고민」줄거리
영양(榮陽) 보궐(補闕) 정지상이 천마산에 있는 중이 거처하는 팔척방(八尺房, 매우 좁은 방)에서 쉬게 되어 밤새도록 시를 지으려고 고민하였으나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쓸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떠날 때 천천히 말고삐를 잡고 걸으며 웅얼거리다가 문득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야 연구(聯句)가 떠올랐으니,
“바위 위에 있는 늙은 소나무에는
한조각 달이 걸치었는데,
하늘의 낮은 구름엔 천점(千點)의
산봉우리가 솟아 있구나.”라고 읊었다.
이 시를 쓸 때 노마(老馬)를 몰아 돌아와서 원중(院中)으로 직행하여 급히 붓을 놀려 벽에 써놓고 갔다.
강일용(고려 때의 시인) 선생은 백로(白鷺)에 대한 시를 지어 보려고 비를 무릅쓰고 매일 천수사(天壽寺) 남쪽 개천에 와서 두루 사방을 살펴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푸른 산허리를 끊고 날아갔도다.[비할벽산요(飛割碧山腰)]” 해 놓고 어떤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를,
“비로소 오늘 옛 사람이 도달하지 못한 곳에 닿았으니 다음에 기재(奇才)가 나타나서 이 시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소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이 시를 전배(前輩, 선배)들보다 탁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고생하여 지었을 뿐으로써 내가 그 시를 다음과 같이 보충하였다.
“교목(喬木) 꼭대기에 앉아 집을 짓고, 푸른 산허리를 끊고 날아갔도다.
[점소교목정 비할벽산요 (占巢喬木頂 飛割碧山腰)].”
이와 같이 시 한 구절을 전편 중간에 넣은 이유는 그 다음은 대강 채워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꼭 주초(珠草, 아름다운 풀, 잘 만들어진 시를 뜻함)가 마르지 않고, 옥천(玉川, 맑은 강, 잘 만들어진 시)은 스스로 아름다운 것과 같은 이치(理致)이다.
파한집 -「정지상의 고민」 -
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作
雨歇長堤草色多 비 개인 긴 강뚝엔 풀빛이 푸르른데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소리 진동하네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를건가,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이별 눈물 해마다 강물에 더하는 것을.
별루년년첨록파
7言絶句로 起(1行), 承(2行), 結(4行)에서
'다, 가, 파'란 漢字가 쓰여 모두
'ㅏ'로 끝나는 각운(脚韻)이 있습니다.
2行의 동비가(動悲歌)는 비가동(悲歌動)인 것을
韻에 따른 도치(倒置)입니다.
변산소래사 -(邊山蘇來寺 ) 鄭知常 作
古徑寂寞縈松根 (고경적막영송근) 오래된 길 적막한데 솔뿌리가 얼기설기
天近斗牛聊可捫 (천근두우료가문) 하늘이 가까워 두우성은 손에 잡힐 듯하네.
浮雲流水客到寺 (부운류수객도사) 뜬구름 흐르는 물같이 나그네 절에 당도하니
紅葉蒼苔僧閉門 (홍엽창태승폐문) 단풍잎 푸른 이끼 속에 스님은 문을 닫는구나.
秋風微涼吹落日 (추풍미량취락일) 해 떨어지니 쌀쌀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山月漸白啼淸猿 (산월점백제청원) 산달이 차츰 밝아지자 원숭이 슬피우네.
奇哉厖眉一老衲 (기재방미일로납) 기이하도다, 긴 눈썹 저 늙은 중은
長年不夢人間喧 (장년불몽인간훤) 늙도록 인간의 소란함을 꿈에서도 보지 않았겠지
*斗牛星-北斗七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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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변산소래사」감상
이 시는 정지상이 왕명에 의해 충청도와 경상도 등지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귀로에 변산반도에 있는 소래사를 찾아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솔뿌리가 얽혀 있을 정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나그네가 절에 이렀는데, 푸른 이끼로 뒤덮인 산에 문을 닫은 채
살아가는 늙은 스님은 인간세상의 고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듯...
.절의 승경(勝景)과 늙은 스님의 삶을 기리는 이 시는,『
소화시평』에서는 "맑고 굳세어서 읊을 만하다(淸健可誦(청건가송))."라고 평했다.
-정지상의 시 '송인'. '변산소래사'
[출처] 정지상의 고민(鄭知常 苦悶)|작성자 반가워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