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생존법 /한국경제 기사

2013. 7. 25. 07:07잡주머니

 

 

   전국 철새도래지에 겨울 철새들이 한창 날아들고 있다. 주로 시베리아 등 북쪽 지방에서 오는 철새들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가는 철새들인데 수천km를 비행하는 게 예사다. 조그만 체구의 철새들이 수만마리씩 떼를 지어 그토록 먼 거리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현대과학도 아직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다.

   다만 몇가지 사실은 밝혀졌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떠나기 전에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먹어 하루 10%씩 체중을 불리는가 하면,심한 경우 자신의 몸무게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늘린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이동하는 요령은 V자 편대다.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새들은 홀로 나는 새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10% 이상 덜 든다고 하는데,앞에 날아가는 새들이 일으키는 상승기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새들의 생존조건은 체력과 방향성만이 아니다. 강인한 정신이 있어야 하고,공중에 높이 떠서 먹을 것을 찾아야 하고,매일 밤을 낯선 곳에서 지내야 한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기민한 대처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철새들은 모두 인내력과 생명력이 강하다.

 

    요즘 "철새처럼 살아라"하는 '철새식 생존법'이 화두다. 쉬지 않고 이동하면 훨씬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어 그만큼 성공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둥지만 지키는 텃새처럼 산다면 자신의 잠재능력을 알지 못할 뿐더러 더 큰 비전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최근 한 대기업그룹의 총수가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는 필요없다"고 일갈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철새에게서 변화와 혁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려면 기존의 환경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일이 선결과제다. 이것이야말로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에서 배우는 시사점이 아닐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