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8. 01:09ㆍ차 이야기
2009. 12.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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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다 과정
(1) 채다( 採茶: 찻잎 따기 )
찻잎은 따는 시기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첫물차가 가장 좋고 두물차가 그 다음이며 세물차는 품질이 좀 떨어진다. 찻잎을 따는 시기는 절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차나무가 자라는 위치나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남쪽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곡우 전에 일찍 채취할 수 있고, 차 생산의 북방한계에 가까운 곳이나 남쪽이라 하더라도 고지대의 산이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 등에서 찻싹이 늦게 올라오므로 그 때를 맞추어 따야 한다. 발효차는 녹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찻잎이 좀 더 자랐을 때 따는 것이 일반적이다.
찻잎은 아침에 이슬이 있을 때 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하고 오전에 딴 찻잎과 오후에 딴 찻잎을 구분해서 법제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찻잎 따기를 그쳐야 한다. 찻잎을 딸 때에는 잎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찻잎 따는 앞치마에 너무 많이 찻잎이 담겨 찻잎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대바구니나 숨을 쉴 수 있는 도구에 찻잎을 따서 보관하는 것이 좋고, 따서 채엽한 차를 너무 많이 오래 보관하면 찻잎이 떠서 차의 신선한 기운이 사라진다. 따라서 가능하면 채다한 차를 수거해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두껍지 않게 두어야 한다.
참고로 필자가 만드는 자혜차(慈慧茶)의 경우 하루에 네 번 차밭에서 채엽한 찻잎을 받아 오는데 오전 아홉 시 쯤 간식시간, 정오 무렵 점심시간, 오후 세시 반 쯤 간식시간, 그리고 마지막 채다를 마칠 때이다. 자혜차는 차밭과 차 만드는 공간이 연접해 있어서 채엽하는 차밭이 멀리 떨어진 곳 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다.
(2) 위조(萎凋: 시들리기 )
찻잎을 따오면 발효차는 녹차와 달리 차솥에 덖거나 찌지를 않고 시들리기를 해야 하는데 보통 일쇄위조와 실내위조의 방법이 있다. 일쇄위조(日曬萎凋)는 햇볕이 좋을 때 깨끗한 마당이나 햇볕이 잘 드는 정갈한 곳에 대나무 채반이나 돗자리 혹은 멍석을 깔고, 찻잎을 얇게 널고 적당히 시들려지면 뒤집으면서 골고루 시들린다. 이 때 자칫하면 뜨거운 햇볕에 찻잎이 화상을 입기 쉬운데 물기가 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잘 뒤집어야 한다.
한편 실내위조(室內萎凋)는 통풍이 잘 되는 실내에서 해야 하는데 일쇄위조에 비해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딘 단점이 있으나 위조시간을 조절하기 용이하고 따라서 일쇄위조에 비해 마음이 덜 바쁘다. 찻잎을 시들리기 위해서는 우선 적당한 크기의 광목천을 멍석이나 돗자리 모양으로 재단해서 찻잎 시들리기용 보자기를 세탁소 옷 수선하는 곳 등에 부탁하여 여러 개를 만들어 준비한다. 새로 만든 보자기는 새 천의 냄새가 나지 않게 깨끗하게 세탁을 해서 건조시킨다. 실내공간도 바닥에 난방이 되는 곳과 통풍이 잘 되는 마루와 같은 공간이 함께 있으면 날씨 변화에 따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온 찻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천을 깔고 골고루 넌다. 처음에는 얇게, 뒤에는 두껍게 널게 되는데 마치 멍석에 곡식 말리듯이 하는데 처음에 널어 놓았다가 적당히 시들면 찻잎을 걷어서 다시 골고루 펴서 널어 주는데 횟수를 반복할 때마다 두께를 약간씩 두껍게 한다. 찻잎 시들리기를 잘 해야 발효가 이상적으로 되고 차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시들려진 찻잎을 손으로 한 웅큼 쥐어보아 찻잎의 수분이 줄어들어 뻣뻣한 느낌이 없이 말랑하게 느껴져야 이상적이다. 너무 시들려서 잎이 말라도 안 되고 덜 시들려서 찻잎이 뻣뻣히 살아 있어도 안 된다. 찻잎이 시들리는 과정에서 발효차 특유의 향기가 발생하는데 적당히 위조를 한 후에 교반기를 이용하여 적절히 마찰을 주면 차향이 이상적으로 만들어 진다. 이 때 살청기(殺靑機)에 열을 가하지 않고 찻잎을 넣어 회전시켜도 좋을 듯하다. 소량으로 차를 만들 때에는 대나무 채반에서 손으로 적당히 요청(搖靑)하면 좋다.
찻잎을 따와서 너무 시간이 지나서 위조를 하거나 위조시 쌓아놓은 찻잎의 두께가 너무 두껍거나 또는 찻잎 시들리는 바닥이 차고 날씨가 좋지 않아 위조시간이 많이 지체될 경우 차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차맛이 무겁고 차탕의 색깔이 어두워지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대단위 공장에서 많은 양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행하는 인위적인 기계식 열풍위조는 찻잎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을 손상시키므로 고급 발효차에는 부적당 하다.
(3) 유념(柔捻: 찻잎 비비기 )
찻잎이 잘 시들려지고 나면 찻잎 비비기를 하는데, 소량일 경우 멍석이나 돗자리에서 손으로 비비는데 적당한 양의 찻잎을 두 손으로 잡고 가볍게 비비기 시작해서 점차 비비는 강도를 놓이는데 중간에 한 번씩 비비다가 풀어서 다시 뭉쳐 비빈다. 마지막에 찻잎에서 약간의 진액이 나오면 끝이 난다. 찻잎의 양이 많으면 손으로 비비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 때 유념기(柔捻機)를 이용한다. 유념기에 잘 시들려진 찻잎을 잘 펴서 넣고 유념을 시작하는데 이 때 찻잎의 양이 유념기에 비해서 너무 적으면 유념이 잘 안된다. 유념하는 시간은 찻잎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첫물차의 경우 시간이 짧고 두물차 세물차 순으로 유념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찻잎을 유념기에 넣고 어느 정도 돌리다가 중간에 유념기 뚜껑을 조금 더 조여서 강하게 유념을 하면 차잎이 효과적으로 비벼진다. 차가 잘 발효되려면 찻잎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비벼져야 하고 또한 찻잎이 으깨어져서 가루가 나지 않아야 한다. 차탕의 색깔을 홍색에 가깝게 하려면 유념기의 뚜껑을 약하게 조이고 유념하는 시간을 늘린다.
(4) 띄우기 (발효시키기)
잘 비벼진 찻잎을 가지고 발효(醱酵)를 시켜야 하는데 발효의 방법에 있어 저온발효와 고온발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저온발효는 상온에서 대바구니나 채반에 비벼진 찻잎을 적당한 두께로 널고 그늘에 말리면서 발효를 진행시킨다. 찻잎의 양이 많을 경우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 가면서 발효시킨다. 이 때 습기가 많거나 통풍이 잘 안될 경우 차의 변질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온발효의 경우 온돌방에 불을 뜨뜻하게 넣고 발효를 하게 되는데 자혜차의 경우, 뜨뜻한 온돌방에 두툼한 솜으로 된 요(시트)를 깔고 그 위에 광목천으로 만든 발효용 보자기에다 차를 시루떡 찔 때처럼 모양을 만들어 쌓고 역시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띄우는데 이 때 차 양의 두께를 5~6센티미터 정도 되게 하고 띄우는 시간은 대략 8~10시간 정도로 한다. 찻잎 띄우는 시간이 짧으면 풋풋한 향이 좋고, 찻잎 띄우는 시간을 길게 하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잘 비벼진 찻잎을 발효시키기 위해서 차 보자기에 시루떡 모양의 판을 만들 때, 우선 찻잎을 비빌 때 생긴 멍울을 잘 풀어야 한다. 그리고 골고루 잘 털어서 공기층이 충분히 형성되도록 찻잎을 쌓고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해야 한다. 너무 얇으면 차가 빨리 말라버려 차맛이 가볍고 향이 적게 되며, 너무 두꺼우면 가운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되어 비정상적 발효가 일어나 차맛이 나빠지게 된다.
발효가 잘 되려면 적절한 습도와 온도의 유지가 지속되어야 하며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관건이 되는데, 발효실의 통풍이 되게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적절히 시켜야 하며 발효할 때 사용하는 요와 이불은 반드시 천연 목화 솜으로 만든 제품이어야 한다. 만일 카시미론 이불이나 화학섬유 담요 등을 쓰게 되면 발효 중의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습도 조절이 안 되어 차맛이 변질된다. 또한 발효실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발효가 비정상적으로 일어나 차가 쉬게 되고 결국 아까운 차를 버리게 된다. 발효차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띄우는 과정을 실수하지 않고 잘 해야 좋은 차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유념한 찻잎을 대나무로 된 둥근 채반에 올려서 공간을 좀 띄우고 천을 덮어서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 시키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5) 건조
찻잎이 잘 띄워지면 건조에 들어가는데 발효실에서 나온 찻잎을 잘 풀어서 처음에는 가능한 얇게 널어 발효된 찻잎의 습기를 자연스럽고 또한 신속하게 제거하여 차의 변질을 막아야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 꺼덜하게 차가 마르면 다시 걷어서 조금 두껍게 널어 건조시킨다. 이 후에는 건조대를 이용하여 채반에 펴서 그늘에서 자연건조 하게 되는데 이 때 잘못하면 차에 곰팡이가 생겨 차를 못 쓰게 만든다. 비가 오거나 하여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방에 불을 때서 말리거나 전기식 건조기를 이용해야 한다. 발효된 차를 건조할 때 통풍이 매우 중요하며 고급차는 자연건조가 바람직하며 전기식 건조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차가 가지고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다. 또한 건조과정이 끝난 차는 찻잎이 부러질 정도로 습기를 제거해야 숙성 과정에서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자혜차의 경우 나무로 된 건조대와 알리미늄 샤시와 스텐레스 망으로 된 채반, 그리고 채반 위에 사용하는 가아제 베 또는 무명으로 만든 보자기를 풀을 먹여 다리미로 다려서 사용 하는데 차를 채반에서 건조할 때 차가 망으로 빠지지 않고 건조과정에서 찻잎의 뒷면에서 분리되는 차의 솜털 즉 차 먼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
(6) 숙성 (뜸 들이기)
차가 발효된 후 건조 과정을 거치면 뜸 들이기에 들어가는데 밥솥에 밥을 해도 뜸이 들어야 먹을 수 있듯이 발효차의 경우도 뜸이 들지 않으면 향과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차 소비자들이 봄에 녹차를 구매할 때 발효차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아 아직 뜸이 들지 않은 발효차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고, 특히 하동 야생차 차문화 축제 때 너도 나도 덜된 발효차를 선보이는 광경을 많이 목격하였는데 뜸이 들지 않은 차는 풋내가 나거나 맛이 아리며 향이 조악(粗惡)하다. 발효차는 반드시 뜸을 들여야 제 맛이 난다. 따라서 발효차의 품평을 제대로 하자면 가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혜차의 경우 100일 이상 숙성시킨다. 숙성은 공기가 통하는 항아리가 이상적이며 부득이 한 경우 김치 저장용 비닐 포대를 사용하는데 이 때 비닐 포대를 완전히 밀봉하지 말고 조금 숨구멍을 두어야 한다. 숙성 용기에 담겨진 차는 보관실로 옮겨야 하는데 보관실은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잘 되며 습기가 차지 않아야 하고 온도의 변화가 적은 곳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마철을 잘 넘겨야 되는데 비가 올 때에는 보관실의 창문을 잘 닫아 습기가 차지 않게 해야 하고 날이 개이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게 해야 한다.
(7) 저장 및 포장 (마무리 작업)
차가 뜸이 들면 보관실에서 꺼내어 차 먼지(찻잎 뒷면의 솜털, 대개 발효시 찻잎에서 분리되며 건조 과정에서 많이 제거된다. 고급 첫물차 일수록 솜털이 많다.)를 제거하여 차탕을 맑게 하며 차맛을 부드럽게 하고 또한 찻잎의 형태를 가지런하게 하여 포장을 용이하게 하며, 차의 발효 건조 숙성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한 균류를 살균하기 위해 은근한 약한 불에 30분 정도 열처리(焙乾배건)하고 나서 숨 쉬는 항아리에 밀봉하여 장기 보관하고 필요할 때 마다 포장하여 사용한다.
봄에 만들어진 발효차는 여름에 숙성 과정을 거쳐 찬바람이 나는 가을쯤이면 먹을 수 있는데 동지 무렵부터 한 달 정도가 향과 맛이 절정을 이루며 다음에 봄이 되면서 약간 씩 싱거워지는데 보관만 잘하면 가을에 다시 발효차가 나올 때까지 훌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보관이 잘 된 차는 3년 까지는 조금씩 맛과 향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4년째부터는 다시 맛과 향이 살아나서 부드럽고 그윽해진다. 이는 자연건조 과정에서 공기 중의 미생물이 활성화하여 후 발효가 진행됨으로서 새로운 발효차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지리산 자락의 전통 발효차는 제다 방법에 따른 분류로 보자면 위조 즉 시들리기 후에 살청 과정을 거치는 오룡차 류의 청차(靑茶) 계열이 아니고 위조에 이어 살청을 하지 않고 유념, 발효로 이어지기 때문에 홍차(紅茶: 완전 발효차)에 가까운 부분 발효차로 볼 수 있다. 차의 탕색은 끓이면 홍차에 가까운 주홍색이지만 차관에 우려 마시면 밝은 황색이나 갈색이 된다. 또한 이 차는 선발효차(先醱酵茶 : 찻잎의 효소가 활성화되어 만들어 지는 차 - 청차 홍차 류)이지만 장기간 숙성하면 후발효(後醱酵)가 진행되어 새로운 차원의 발효차로 변신하여 보이차와 같은 효능도 겸비한다고 볼 수 있다.
차잎이 발효된 후 건조과정의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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