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8. 01:17ㆍ차 이야기
2009. 12. 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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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맺는 말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의 전통 발효차를 복원하고 현 시대 상황에 맞게끔 계승 발전시킨다는 동기에서 출발한 자혜차는 여순 반란 사건과 한국 동란 등 역사의 격변기에 아군의 작전상 이유로 소실(燒失)된 칠불사를 폐허에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게 하신 제월 통광 (霽月 通光) 큰 스님께서 모든 이에게 자비(慈悲)와 지혜(智慧)가 구족(具足)하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자혜차(慈慧茶)라 명명(命名)하시고 칠불사의 전통 발효차 복원과 계승 발전에 지대한 관심과 격려를 해 주시고 좋은 환경의 차밭을 조성하고 가꾸어 온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칠불사의 전통 발효차 제다법을 기록하게 된 동기는 서기 2008년 7월 14일 쯤 이현기 화개면 면장과 산업계장이 직접 제가 기거하는 처소로 찾아와서 현재 하동 녹차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시고 지리산 전통 발효차의 맥을 계승하여 차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차 농가의 영농교육의 일환으로 필자에게 발효차에 대한 강의를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족한 제가 나선다는 게 부담이 되어 사양하다가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발효차에 관심이 있는 차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용감하게(?) 나가기로 하였습니다만 더운 여름 날씨에 몇 사람 오지 않을 것 같아 차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별 준비 없이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전하는 마음에서 가볍게 생각하고 강의 당일인 7월 17일 오후 산업계장의 안내로 강의 장소인 면사무소 이층에 가보니 빈자리가 없어 서서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서 이런 종류의 강의 경험이 전무(全無)한 저로선 좀 당황스럽기도 했고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내내 열띤 관심을 보여주신 주민 여러분께 두서없이 강의하여 미안한 마음이 많았던 중 한밭제다 이창영 님께서 발효차의 제다법에 관한 기록의 필요성을 제안하여 면장님이 제게 요청하여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발효차의 제다법은 일정하기 보다는 다양하여 만드는 분들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발효차가 공존하는 것이 현실인데, 각자의 개성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차가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발효(醱酵)와 부패(腐敗)를 구분 못하고 제다환경이 부실해서 잘못 만들어진 차는 반드시 개선을 해서 화개골, 더 나아가 지리산 자락 전체의 발효차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부응해야 우리나라 차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녹차를 주로 만드시는 분들께서는 혹시 우리의 전통 발효차가 새로이 조명되고 각광을 받게 되면 녹차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까 우려하실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기우에 그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녹차와 발효차는 차의 성질이 달라서 경쟁적이라기보다 상호 보완관계에 있고 차를 사랑하는 차 애호가들에게 훨씬 풍요로운 차 생활을 선물할 것이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차의 수요층을 확대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녹차는 애인 같고 발효차는 마누라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취향이 사람에 따라 다르고 또 분위기에 따라 같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녹차는 별식(別食)에 해당하는 것 같고 발효차는 늘상 먹는 밥과 같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먹는 밥도 필요하고 또한 별식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재 수입되는 차의 현실을 보면 대개 발효차 계통인 오룡차나 후발효차인 보이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차가 아주 귀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엉터리 제품을 비싼 값에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도 하루 빨리 우리의 전통 발효차를 제대로 만들어 수입 발효차를 대체해야 하고 그렇게 하자면 우전(雨前), 세작(細雀)을 녹차로 만들고, 녹차로서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작(中雀)이하 대엽으로만 발효차를 만든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국 복건성 무이산의 유명한 발효차인 대홍포(大紅包)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낙찰되는 것이 매스컴에 알려진 사실이고 고급 보이차가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화개골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자락은 기후나 토질, 지형상 우수한 품질의 차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입니다. 차나무를 정직하고 정성스럽게 가꾸고 바람직한 제다법으로 양(量)보다 질(質)로서 고급 발효차를 만들면 많은 차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지난 여름 하동녹차연구소에서 지리산 전통 발효차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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