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책] 백건우와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

2018. 2. 11. 06:45율려 이야기



       

[음악산책] 백건우와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

2016-07-25기사 편집 2016-07-25 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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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17일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와 함께 서울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스페인 하면 투우와 축구, 알함브라 궁전, 가우디 건축물, 플라멩고 춤 등 이국적이면서도 뜨거운 열정이 떠오른다. 이미지는 스페인음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걸작인 스페인 음악은 스페인의 민족주의적인 음악가, 스페인과 특별한 경험을 지닌 다른 나라 음악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페드렐, 알베니즈, 투리나, 파야는 대표적인 스페인 작곡가들로 그들에 의해 스페인음악 특유의 매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반면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을 비롯해 글린카의 스페인 서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카프리치오는 스페인을 향한 관심의 소산이다. 프랑스 작곡가들의 스페인에 대한 애정은 더 각별하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이국적인 스페인을 배경으로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로 등극했으며, 샤브리에의 랩소디 스페인과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이 지닌 화려한 색채는 압도적이다. 라벨의 스페인풍 춤곡 볼레로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지휘자 멘데스가 선택한 투리나, 파야, 라벨과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연결해주는 공통 분모는 바로 프랑스였다. 투리나, 파야는 모두 파리 유학생활을 통해 프랑스적 감성을 익혔으며, 가장 프랑스적인 작곡가 라벨은 독창적인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통해 고전적이면서도 재즈와 스페인적 악상이 번뜩이는 걸작을 만들었다. 백건우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라벨 음악의 최고 권위자다.

멘데스는 스페인음악의 속살을 급하게 보여주지 않고 결코 서두르거나 과장되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갔다. 투리나의 환상적 무곡을 시작으로 파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을 거쳐 마지막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1번과 2번을 끝으로 스페인음악 특유의 역동성은 점점 강도 높게 뿜어져 나왔다.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피날레에서 비로소 스페인적인 화려한 울림과 저력을 온전히 보여주었다.

한편 낯선 스페인 정원의 느낌을 생생하게 그린 것도 독특한 라벨 곡을 스페인적 색채로 다가오게 한 것도 바로 백건우였다. 백건우의 탁월한 해석이 있었기에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협연자와 오케스트라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공연은 음악적 환희를 넘어선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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