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38] 태양광 현황과 과제 (상) 外

2018. 12. 3. 02:07과학 이야기



  •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 기자말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용신로의 상록수체육관은 가을, 겨울에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고 평소에는 안산 주민들의 생활체육센터로 쓰이는 공간이다. 파란 유리벽이 깔끔한 이 체육관은 동시에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3호 발전소'이기도 하다. 약 370평(1225m²) 넓이 옥상에 태양광 패널 60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 설비용량 200kW가량인 이 햇빛발전소는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공공건물 옥상과 유휴부지 등에 협동조합 발전소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안산시와 손잡고 2013년 5월 안산중앙도서관 옥상에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이후 청소년수련관, 체육관, 생활폐기물중계처리시설 등 안산 시내 공공건물 옥상과 배수지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지금까지 모두 13개 햇빛발전소를 만들었고, 6개 신설을 추진 중이다.

    ad
       지난 2013년 1월 출범한 안산햇빛조합은 안산환경재단, 안산환경운동연합, 금속노동조합 에스제이엠(SJM) 지회 등 14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설립 당시 조합원은 20명에 불과했지만 4년여 만에 780여 명으로 늘었다. 가동 중인 13기 햇빛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707kW에 이른다.

    햇빛발전소 건립 비용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충당했다. 창립 당시 출자금은 51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약 10억 원으로 늘었다. 조합원들은 1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출자금을 내고 발전수익을 공유한다. 연 4퍼센트(%)의 이자를 지급하는 시민펀드에 가입해 이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 시민펀드는 16억 원 정도 조성됐다. 지난해 안산햇빛조합이 태양광발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올린 수익은 약 2억8천만 원이다.

    깨끗하고 경제적인 발전원, 에너지 자립에도 최적

       이창수(57) 안산햇빛조합 이사장은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협동조합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국 30여개 햇빛발전조합이 모인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협동조합이 발전사업 외에 발전소 건설과 유지·관리 사업까지 한다면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땅에 공짜로 내리쬐는 햇빛이 가장 유망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은 이산화탄소(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여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생산단가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원전이나 화력발전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또 (각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에 송배전을 대폭 줄이고, 지역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만약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에너지자립을 한다면 에너지 수입금액도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기술발전으로) 아파트 베란다 유리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고층빌딩 외벽에도 태양광 모듈을 붙일 수 있으니 앞으로 대도시도 충분히 에너지 자급을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안산햇빛조합과 같은 태양광에너지협동조합이 92개 있다. 한재각(47)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민간 협동조합 중 가장 큰데, 앞으로 협동조합에 기반한 중규모의 발전사업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발전사업은 대기업만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협동조합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원전 하나 줄이기' 앞장선 성대골 사람들

       경기도안산햇빛조합이 있다면 서울 성대골 에너지마을이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3·4동을 아우르는 성대골마을은 기후변화를 걱정하던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09년 발족한 에너지공동체다.

       성대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듬해인 2012년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에너지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처음엔 각 가정이 절전 성과를 겨루는 작은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동체 차원의 에너지전환 캠페인, 지역학교와 연계한 에너지교육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했다.

       성대골마을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지붕 혹은 옥상이 눈에 많이 띈다. 주민 강필순(72·여)씨는 12평 넓이 옥상에 250W 태양광 패널 3개를 설치했다. 2015년 4월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 한 달에 1만 원 정도 전기요금이 줄었다는 강씨는 "태양이 떠 있을 때 그 전기로 반찬도 하고 보릿물도 끓인다"며 "관리하는 데도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성대골마을

    ( 1 / 2 )

    ⓒ 박지영
     
    각종 절전 상품 등을 팔며 에너지마을의 본부 역할을 하는 '에너지 슈퍼마켙'도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에너지의 영문 첫 글자 'E'와 비슷하게 생긴 티읕(ㅌ)을 넣어 '켓' 대신 '켙'을 쓴다는 이 가게 앞에는 태양광 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솔라트리'가 있다.
     
     태양광 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서울 성대골마을의 솔라트리.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서울 성대골마을의 솔라트리.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이자영

    관련사진보기

     
    생활 속에 스며드는 에너지 교육

       성대골마을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 에너지카 '해로'는 1톤(t) 트럭을 개조해 만든 카페인데, 태양광 전기로 음료와 솜사탕 등을 만들어 팔고 자전거로 전기 생산하기 등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해로의 양쪽 날개에 달린 태양광 패널은 냉장고 5대 정도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든다. 견학 온 학생들은 태양광 전기로 가동하는 선풍기, 라디오, 보온병 등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돌려 솜사탕을 만드는 등 전기 생산 체험도 해본다.

       "석유와 같은 자원은 한정적이니 결국엔 고갈되는데, 저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윤예찬(15·강현중 2)군은 "주변에 이런 태양광 시설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동급생인 조서연(15)양은 "수업을 통해 우리가 쉽게 쓰는 에너지가 (기후변화 등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전기를 조금 더 소중하고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카 해로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카 해로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 박지영

    관련사진보기

     
       서울시에 따르면 성대골마을과 같은 에너지자립 마을이 2018년 현재 서울에 100곳이 있다. 또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엘이디(LED) 전등으로 조명을 교체하는 등 절전에 앞장서는 '착한 가게'가 200여곳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2012년 4월부터 2017년 말까지 시민 약 387만 명이 참여했고 원전 2.35기 생산량에 해당하는 470만 석유환산톤(TOE)의 에너지가 절감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 사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용량이 약 24메가와트(MW)에 불과했으나 2017년 말에는 약 145MW로 약 6배가 됐다.
     
     성대골마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등, 낮에 빛을 받아 저장했다가 밤에 자동으로 켜지게 돼 있다. 이 에너지등 덕분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했던 성대골 거리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다.
     성대골마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등, 낮에 빛을 받아 저장했다가 밤에 자동으로 켜지게 돼 있다. 이 에너지등 덕분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했던 성대골 거리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다.
    ⓒ 박지영

    관련사진보기

     
    이미 원전 7기 규모 태양광 설비, 2030년엔 36기 규모로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16년 3716MW에서 올해 9월 기준 7244MW로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약 두 배가 됐다. 7244MW는 약 7.2기가와트(GW)로, 원전 7기에 해당하는 설비규모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오는 2030년까지 3만6500MW(36.5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대략 원전 36기에 해당하는 설비규모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전기 비중을 20%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6.2%에서 2030년 20%로 높아지고 이중 태양광 비중은 1.10%에서 6.70%까지 커진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른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 대비 발전원별 비중 변화.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에너지전환로드맵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른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 대비 발전원별 비중 변화.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에너지전환로드맵을 제시했다.
    ⓒ 산업통상자원부, 박지영

    관련사진보기

     
       이에 앞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 등의 친환경 구호를 내세우고 재생에너지 육성을 공언했으나 실제론 원전 증설과 4대강 사업 등에 집중하느라 태양광 풍력 등의 투자를 외면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투자가 가장 뒤처지는 나라로 꼽혔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발전차액보상제(FIT) 폐지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이 태양광 투자 기업에 타격을 입히고 기술 발전을 지체시켰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경제산업·재계

    2025년 원전 수명 끝인데…대만 유권자들이 탈원전 사형선고?

    등록 :2018-11-27 11:49수정 :2018-11-27 18:29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2025년 모든 원전 가동 중단’ 전기법
    24일 대만 국민투표서 폐지 가결되자
    자유한국당 등 “탈원전 정책 사형선고”

    대만 6개 원전 설계수명은 2025년 종료
    법 폐지해도 수명연장 가능성 거의 없어
    “대만 정쟁이 한국 정쟁에 재활용”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2025년까지 탈원전 목표는 변함 없다.”

    콜라스 요타카 대만 행정원 대변인은 26일 이렇게 강조했다. 24일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발전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95조1항 폐지를 묻는 ‘안건 16번’이 가결됐지만 대만 정부는 ‘달라질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하듯 “대만 유권자들이 탈원전 정책에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도, 정부가 요지부동하는 것일까?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만의 모든 원전은 설계에 따라, 또 법률에 따라 2025년에는 멈출 수밖에 없다.

    설계수명 연장 안돼 탈원전 되돌리기 어려워

    대만에는 원전 6기가 있다. 1978∼1985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들로, 모두 설계수명이 40년짜리다. 가장 오래 된 진산 1·2호기는 2018∼2019년 설계수명이 끝나고, 궈성 1·2호기는 2021∼2023년, 마안산 1·2호기는 2024∼2025년 끝난다. 그대로 둬도 2025년에는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수명 연장은 가능할까? 진산 1호기는 2014년 핵연료봉 장전 중 연료봉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난 뒤 줄곧 멈춰 있었다. 2호기는 지난해 폭우로 송전선이 유실된 뒤 가동을 못했다. 진산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 수조는 2015년 1월 기준 97%로 가득 차 물리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진산은 지난달부터 공식적인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정상 가동 중인 나머지 4기(궈성 1·2호기, 마안산 1·2호기)는 법률상 연장할 수 없다. <대만중앙통신>(CNA) 25일 보도를 보면, 현행법에 따라 원전 폐쇄 5∼10년 전에는 수명연장 신청서가 제출돼야 한다. 정부의 신청서 심사에는 4∼5년이 걸린다. 현재까지 준비된 서류가 없어 궈성은 물론이고, 마안산도 수명연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만의 친원전 진영은 2014년 시운전 직전 건설이 중단된 룽먼 1·2호기를 되살리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4년 넘게 방치된 원전을 바로 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룽먼의 핵연료 1744다발은 이미 지난 3월 입찰을 거쳐 일본 히타치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원전 연료회사 글로벌뉴클리어퓨얼(Global Nuclear Fuel)이 인수 중이다. 룽먼의 운명은 2020년으로 예정된 총통 선거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위한 국민투표?…공은 다시 의회로

    대만의 국민투표는 이렇게 별다른 실익이 없는데도 발의되고 추진됐다. 이를 이해하려면 대만에서 오래된 원전 찬반 논란을 되짚어봐야 한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 흐름은 현재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2016년 집권 뒤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전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선언은 2008년 집권한 국민당 마잉주 정부가 2011년 11월에 먼저 했다. 2014년 4월 신규 원전 룽먼의 건설을 잠정 중단한 것도 마잉주 총통이었다.

    보수 정부의 이런 결정은 강력한 ‘원전 반대’ 여론 때문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뒤 대만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탈원전 요구가 거셌다. 후쿠시마 사고 2주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22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2014년 대만 정부가 룽먼 시운전을 결정했을 때는 타이베이에서만 5만여명이 도로 연좌 농성을 하고 일부는 총통부 건물을 점거하는 등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는 대만이 한국 등 다른 나라와 견줘 상대적으로 원전 위험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섬나라 대만은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데도 원전 4기(진산·궈성)가 인구 밀집지역인 타이베이에서 30∼4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2010년에는 ‘룽먼 부지에서 80㎞ 거리에 해저 화산 70개 이상이 있고 그 가운데 11개는 활화산’이라는 대만 국립해양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는 국민당 정부보다 조금 더 선명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원전 제로’가 곧 실현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쐐기’를 박으려 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대만 내 친원전 운동가들이 서명과 단식투쟁을 벌이며 국민투표 발의를 추진했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지난해 12월 관련법이 개정돼, 유권자 1.5%의 서명만 있어도 발의된다. 가결 조건도 찬성률 50%에서 25%로 낮춰졌다. 이번 탈원전 법안 폐기 찬성률은 29.84%다. 이제 정부는 투표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3개월 안에 제출하고, 입법원(의회)이 최종 심사를 한다. 국민투표보다 ‘국민청원’에 가까운 셈이다.

    ※ 누르면 크게 볼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만과 상황·조건 달라 비교 무의미

    대만의 에너지 정책은 맥락과 배경이 무시된 채 번번이 한국에 잘못 전달됐다. 지난해 8월 “대만 대정전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전은 대만 전력의 10∼12%를 담당하는 대만전력공사의 다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6기가 갑자기 정지된 직후 일어났다. 일부 한국 언론은 ‘탈원전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대만 언론은 일관되게 ‘공사 직원이 가스 밸브를 2분 동안 실수로 잠그는 바람에 대정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대만과 달리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어서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2023년까지 원전 5기가 추가된 뒤 2083년까지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원전을 감축한다”며 “대만의 에너지 정책을 우리 사례에 그대로 투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만 국민투표는 탈원전 조항 찬반을 물은 안건 16번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발전에 대해 물은 7·8번 안건도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국민투표 결과, ‘화력발전 비중을 매년 1%씩 줄이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은 7번은 40.27%의 찬성률로,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및 확대를 멈추는 정책 수립에 동의하느냐’는 8번 안건은 찬성률 38.46%로 가결됐다.

    세 가지 투표 결과와 현실적 상황을 종합하면, 대만에서 원전은 순차적으로 폐쇄되고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도 멈추는 등 더욱 급격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오히려 이번 국민투표가 민진당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20%로 확대)에 탄력을 주는 모양새다. 대만 경제부 자료를 보면, 2016년 대만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12%, 석탄은 45.4%, 액화천연가스(LNG)는 32.4%, 재생에너지는 4.8%였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71962.html?_fr=dable#csidxa6ce67a319e8edbb0549e39011c8c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