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6. 06:00ㆍ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우리 나무의 세계 1
삼지닥나무
다른 표기 언어 Paper Bush , 三椏木 , ミツマタ三椏
분류 | 팥꽃나무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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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Edgeworthia papyrifera |
멀리 남녘땅에서부터 봄을 알리는 꽃들이 겨울을 털고 기지개를 켠다. 근래 외국에서 들어온 풍년화와 영춘화가 2월 초나 중순이면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고, 정원의 매화도 이에 뒤질세라 곧바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삼지닥나무는 이들보다 조금 늦게, 대체로 3월 초에 진한 노란색 꽃으로 봄 향기를 전하는 선두주자다.
삼지닥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 회갈색빛이 강한 껍질을 가진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받침 통은 가늘고 작디작은 긴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으며, 겉은 연한 잿빛 털로 덮인 꽃이 수십 개씩 둥글게 모여서 아래로 처진다. 거의 손가락 마디 길이만 한 꽃은 끝이 넷으로 갈라져 꽃잎처럼 되며, 포동포동 살이 찐 느낌이 들고 안쪽이 샛노랗다. 노랑꽃과 연한 잿빛의 털북숭이 꽃받침 통은 다른 어떤 꽃보다 어울림이 좋다. 이런 꽃들은 아기의 고사리 같은 손 주먹만 한 묶음을 만들어 가지 끝마다 나무 크기에 따라 수십 수백 개씩 매달린다. 꽃 모양을 실제로 접하지 못한 독자일지라도 앙증맞고 예쁠 것이라는 짐작에 어려움이 없을 터다.
키가 1~2미터 남짓할 정도로 자그마한 삼지닥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으로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에서 직접 들여왔다는 자료는 없으며, 근세에 일본에서 가져와 남해안에 심은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현재 삼지닥나무를 가끔 만날 수 있는 곳은 양산 통도사, 경남 하동의 쌍계사, 전남 고흥의 금탑사를 비롯한 주로 남부지방의 사찰에서다.
나무 이름은 가지가 셋으로 갈라지는 삼지(三枝) 모양에 닥나무처럼 쓰인다고 하여 삼지닥나무다. 실제로 가지는 셋씩 거의 같은 간격으로 갈라지며, 가지 뻗음은 수직축에 대하여 40~50도로 벌어진다. 이 벌림 각은 가지가 자라면서 차츰차츰 커져 나중에는 거의 수평상태가 되거나 수평보다 아래로 더 처지기도 한다. 따라서 전체 모양은 나뭇가지가 땅에 거의 닿으면서 자연적으로 밑변이 넓고 둥그스름한 형태가 된다. 잎은 진한 초록빛이며 약간 두껍고, 뒷면은 짧은 흰 털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잎 모양은 피뢰침처럼 생겼는데, 손가락 하나 길이에서 두 배 길이쯤 된다. 열매는 팥알 크기만 한 타원형으로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익는다.
오늘날 삼지닥나무는 독특한 가지 뻗음과 봄을 알리는 샛노란 꽃을 감상하는 정원수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원래 쓰임은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지탱할 막중한 업무가 부과된 자원식물이다. 종이를 만드는 원자재로서 널리 알려진 닥나무보다 더 고급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귀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옛 문헌에서 딱히 삼지닥나무를 이용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종이 만들기 기록은 없지만, 일본에서는 에도시대(1603~1867)부터 삼지닥나무로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기네들의 옛 고급 일본종이[和紙]를 만들 때 닥나무와 함께 쓰이다가, 현대식 지폐를 만들 때 삼지닥나무의 껍질로 만든 펄프를 반드시 섞어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이야 지폐를 만들 수 있는 질 좋은 다른 펄프들이 많으므로 그 쓰임이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한때는 일본조폐공사에서 계약재배를 할 만큼 귀중한 원료였다. 삼지닥나무 껍질 속에는 단단하고 질긴 인피섬유가 사관(篩管)이라는 양분 이동 통로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 인피섬유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질김은 닥나무를 능가하므로 고급 종이의 원료가 되었다.
종명 ‘papyrifera’에는 종이란 뜻이 들어 있어서 종이 만들기에 쓰이는 나무임을 나타내고 있다. 꽃봉오리는 몽화(夢花)라고 하여 눈병에 쓰이고, 뿌리는 몽화근(夢花根)이라고 하여 조루 등의 치료에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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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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