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그림]신비한 매력을 가진 보랏빛 그림 한 점 /레이디 경향 기사

2013. 8. 11. 22:10美學 이야기

 

[행복을 주는 그림]신비한 매력을 가진 보랏빛 그림 한 점

 레이디경향 | 입력 2013.08.09 10:41

 

 

    색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는 컬러테라피. 그중 보라색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 예술성과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도,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이에게도 효과적인 다양한 매력을 가진 보랏빛 그림을 준비했다.





「F & J's House」 함수연/캔버스에 유채/91×116.7cm


    자작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봄날의 풍경을 보라색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봄의 색이 아닌 낯선 보라색일까? 함수연 작가의 작업은 즉흥적으로 몇 개의 색을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는 것보다 색을 먼저 정하는 이유는 풍경을 바라본 그날의 감성을 캔버스에 온전히 옮기기 위해서다. 이 그림은 보라색 안에서 다양한 톤을 사용해 표현됐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암시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그림을 통해 주제를 강요하기보다는 키워드만 제시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그림 속의 보라색 봄은 낯설지만, 우리 모두에게도 남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기억이 있는 풍경'을 가지고 있고 그 풍경의 색 역시 타인에게는 낯선 색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함수연 작가의 그림은 우리에게 '보라색 봄'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색으로 채색된 기억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안개 속의 풍경」 김현정/캔버스에 유채/162.1×130.3cm


    캔버스에 보라색을 얹고 그 위에 세밀하게 흰색의 안개를 그려 완성했다. 얇게 여러 번 칠한 색들이 그림에 깊이를 부여하고 그 깊이는 안개 뒤에 무엇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김현정 작가는 풍경을 본 순간의 감정을 그림에 담았다. 어느 순간을 스치는 감정은 단정적이지 않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림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한다. 이는 마치 우리 내면의 감정과도 닮아 있다.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201240」 정직성/캔버스에 아크릴/130×193.9cm


    거친 터치감으로 채운 보라색과 그 위를 대담하게 가로지르는 회색 이미지의 작품은 파주의 안개를 보고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불확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꾸준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것은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과 긴장 역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우리의 것이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삶에 드리운 안개 한 자락이 걷히게 될 것이다.





「두 갈래길」 이만나/캔버스에 유채/162×130cm


    향나무 숲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연보라색 안개 속으로 이어진다. 길이 이어진 곳은 알 수 없고 길과 숲만 있을 뿐이다. 그림은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작품은 두 갈림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 길의 처음과 끝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안개 속으로 이어진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만나 작가의 그림은 절묘한 색감을 통해 깊이를 만들어내고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곳은 공포 혹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것은 곧 삶을 은유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아까의 보이지 않았던 곳은 사라지고 새롭게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이 계속 나타난다. 우리는 그저 길을 따라 안개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뿐이다. 마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계속 살아나가듯이.





「Meltdown-Grape-Concrete Reappearence of Delusion」 노세환/Achival Pigment Print/90×70cm

    보라색 그 자체로 표현된 포도. 포도는 보라색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미지를 보니 어떤 느낌이 드는가?
우리가 알고 있던 포도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사실 포도는 보라색이라고 하기에는 더 어둡고 묵직한 색을 지녔다. 완전한 보라색일 때 더 가짜처럼 느껴진다.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힌 약속된 사고체계가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세환 작가의 작품은 우리의 의식 속에 있는 생각보다 본질을 꿰뚫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그림을 소개해준 갤러리 버튼은…


    혜화동과 성북동의 경계, 혜화문 아래에 자리한 갤러리 버튼은 고즈넉하고 전통적인 동네 분위기와는 다르게 독특하고 현대적인 공간을 가진 작은 갤러리다. 청년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가 진행되며 중견 작가들의 전시도 함께 열린다.

<■진행 / 이채영(객원기자) ■사진 제공 / 갤러리 버튼(070-7581-6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