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2. 08:54ㆍ병법 이야기
미 육군 501 군사정보여단은 왜 524 대대를 재건하는가
필자는 2003년 6월19일자로 나온 주간동아 389호에 “실체 드러낸 美 ‘501 정보여단’”이란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그 시기 501 여단에는 524 대대가 있었다. 그런데 새삼 524 대대를 창설한다고 한 것은 이 부대를 없앴거나 미국으로 철수시켰었는데 다시 살려내게 되었다는 의미다. 필자는 524 대대가 언제 501 여단에서 사라졌는지까지는 취재하지 못했다. 2003년 기사에는 524 대대가 한국군 기무사처럼 보안과 방첩, 그리고 한국군 정보사처럼 인간정보도 담당한다고 밝혀놓았었는데, 이 부대 재건을 밝힌 요즘 언론은 이 부대가 인간정보(휴민트)만 한다고 보도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524대대를 재건하는 이유는 주한미 육군의 비밀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졌다고 미국 육군은 판단했다는 의미가 된다. 524 대대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첩보원을 고용해 북한으로 침투시킨 다음 필요한 첩보를 수집할 것이다. 501여단과 524대대를 이해하기 위해 2003년에 썼던 기사를 약간 수정해 다시 게재한다.
첩보 수집·분석 ‘손꼽히는 비밀부대’ … 미국의 공개 의도는 ‘북한 압박’
주간동아 389호(2003.06.19자)
지난 2003년 5월22일 미 501 군사정보여단은 ‘이례적으로’ 정보 자산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501 군사정보여단은 첩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정보를 생산하는 비밀 부대. 일반인들은 주한미군에 이런 부대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데 주한미군은 전격적으로 이 부대가 사용하는 정보장비를 공개한 것이다.
501 군사정보여단은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편제돼 있는가. 주한미군이 이 부대의 첩보 수집 자산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 부대인 501 군사정보여단에 대해 탐험해보기로 한다.
정보는 크게 인간을 통해 얻는 ‘인간정보(HUMINT·Humane Intelligence)’와 기술정보(TECHINT: Technical Intelligence)로 나뉜다. 기술정보는 다시 ‘신호정보(SIGINT·Signal Intelligence)’와 ‘영상정보(IMINT·Image Intelligence)’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정보는 공작원을 침투시키거나 적국에서 침투시킨 공작원이나 귀순해온 사람을 심문해 얻어내는 정보다. 기술정보는 장비를 이용해 수집한 정보다. 기술정보의 대표인 신호정보는 적국에서 나오는 방송·유무선통신, 기타 모든 신호를 포착해 얻어내는 정보를 말한다. 상대의 무선통신은 대개 암호로 내용을 전달하므로, 이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정보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암호 해독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영상정보란 공작원이나 첩보기·첩보위성 등이 찍어온 사진을 분석해서 얻은 정보를 말한다.
프로펠러기 통해 각종 정보 수집
한국군의 핵심 정보부대는 국군정보사(이하 정보사)와 777부대(혹은 5679부대), 그리고 국군기무사(이하 기무사)다. 정보사는 북한과 북한군을 상대로 요원이나 첩보기 등을 투사(投射)해 인간정보와 영상정보를 생산한다. 777부대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신호를 수집·분석해 신호정보를 생산한다. 기무사에서는 우리 군 내에 침투한 좌익사범과 공작원을 생포해 심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인간정보를 얻어낸다.
이렇게 한국군은 북한을 상대로 한 투사, 북한에서 나오는 신호 포착, 그리고 군내 보안과 방첩 활동이라는 임무에 따라 정보사와 777부대, 기무사를 편제해놓고 있다. 이 부대들은 육해공군이 함께 근무하는 통합부대다. 따라서 세 부대가 생산한 정보는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공유한다.
그러나 미국군은 다른 체제를 갖고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독자적인 정보부대를 갖고 있으며 각 군에 속한 정보부대는 인간정보와 신호정보, 영상정보를 모두 취급한다. 다시 말해 미국군은 한국군 정보사와 777부대, 기무사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정보부대를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별도로 갖고 있는 것이다.
미 육군의 정보부대는 ‘정보 및 보안사령부’, 줄여서 ‘정보사(情保司)’로 번역되는 INSCOM(Intelligence and Security Command)이다. 한국군 정보사는 순수하게 정보 업무만 하기 때문에 ‘情報司’로 쓰지만 미 육군의 INSCOM은 정보 업무와 기무사가 담당하는 보안 업무를 함께 수행하므로 한자로는 ‘情保司’로 써야 한다.
한국군 정보사령관과 777부대장은 소장이고 기무사령관은 중장인 데 반해 미 육군 정보(情保)사령관은 소장이다. 한국군 기무사령관이 미 육군 정보사령관보다 계급이 높은 것은 그만큼 기무사령관의 계급이 인플레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육군 정보사 예하에는 여단과 단(Group), 두 종류의 부대가 있다. 단장과 여단장의 계급은 똑같이 대령인데 단보다는 여단이 훨씬 더 많은 대대를 거느리고 있다. 한마디로 여단은 인간·신호·영상 등 모든 종류의 정보를 생산하는 부대다. 아울러 자군의 기밀이 새는 것을 막는 보안과 자군 내로 침투한 간첩을 조사하는 방첩 기능도 갖추고 있다. 반면 단은 이중 몇 개만 수행한다.
2003년 미 육군 정보사에는 5개의 여단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501여단이다. 지금 미국 정보사에는 66-116-300-470-500-501-513-704-780로 이어지는 9개 여단과 706-902로 이어지는 단을 거느리고 있다. 미 8군에 배속된 501 여단과 가장 가까운 것은 태평양사령부에 배속돼 있는 500 여단이다. 두 여단을 수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한반도 작전을 펼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현재 501여단에는 4개의 대대가 있었다. 정찰기를 운용하는 3 군사정보대대(이하 3대대), 우리 군의 기무사처럼 보안과 방첩 임무 그리고 우리 군의 정보사처럼 인간정보도 맡고 있는 524 군사정보대대, 신호정보를 담당하는 527 군사정보대대, 기동정보 활동을 하는 532 군사정보대대가 그럿이다.
3대대는 제트기에 비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프로펠러기를 띄워 북한을 상대로 각종 신호정보를 수집한다. 3대대가 운용하는 대표적인 첩보기인 ‘가드레일’은 프로펠러기라 높이 날지 못하므로 넓은 지역을 감시하지는 못한다.
고(高)고도를 비행하며 보다 넓은 지역을 감청하는 임무는 미 12공군 9정찰비행단이 담당한다. 9정찰비행단에는 U-2를 운용하는 3개 대대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5정찰대대가 한국 오산에 파견돼 있다. 5정찰대대는 북한 전역을 상대로 신호정보와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한국군 777부대가 신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운용하는 백두첩보기는 미 공군이 운용하는 U-2기와 미 육군이 운용하는 프로펠러 첩보기 사이의 고도를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501여단 3대대와 미 공군의 5정찰대대, 그리고 한국군 777부대와 정보사는 수집한 첩보를 공유한다. 이 4개 부대가 첩보를 분석해 생산한 정보를 서로 비교해봄으로써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고 있다. 정보 분야의 한미공조는 바로 수집한 첩보를 공유하고 생산한 정보의 비교를 통해 구축돼 왔다고 한다.
524군사정보대대(이하 524대대)는 한국군 기무사와 같은 주한미군 내로 침투하는 간첩을 막는 ‘방첩’과 주한미군의 비밀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는 ‘보안’, 그리고 한국군 정보사와 같은 인간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서울 서빙고에 본부를 둔 524대대에는 북한인을 심문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갖춘 ‘고(go)팀’이 있다. 고팀 요원을 포함한 524대대원은 대부분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3대대서 운용하는 첩보기는 24시간 운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비행해야 하므로 특정 지역을 정교하게 감시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527군사정보대대이다. 이 부대는 휴전선 부근 고지에 대형 안테나를 세워놓고 24시간 북한 전역에서 나오는 신호를 수집하고 있다.
532군사정보대대(이하 532대대)는 유사시 전투부대가 화급하게 정보 지원을 요청하면 즉각 첩보를 수집해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동 정보부대’다. 532대대에는 이러한 임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기동정보지원반(DISE)이 편성돼 있다. 532대대는 전투 현장에 달려가 종합적인 정보를 지원해야 하므로 인간정보와 신호정보, 영상정보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3년 이렇게 구성돼 있었던 501 여단은 지금은 3대대, 532 대대는 그대로 있으나 524 대대와 527 대대는 없어져 있다. 그리고 지원 임무를 하는 719 대대가 새로 들어와 있다. 2003년의 501 여단은 3-524-527-532 대대로 편성돼 있었는데, 지금은 3-532-719로 편성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는 10월 524 대대로 다시 들어오니 올해 말의 501 여단은 3-524-532-719 대대 체제가 되면서, 2003년 같은 규모가 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고 있으니 미국 육군도 정보 능력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주한미 육군과 공군이 거느리고 있는 정보부대와 한국군 정보부대는 매일 새벽 만나 정보를 교환하며 융합한다. 이 자리에서 양국군이 공유해야 할 정보가 만들어지면 이를 작전사령부에 보낸다. 작전사령부란 한국 육군의 1군, 3군, 2작사, 수방사, 항공사, 특전사, 한국 해군의 작전사, 한국 공군의 작전사, 해병대 사령부, 주한 미 8군, 주한미 미 7공군 등 군사작전을 하는 부대를 가리킨다. 작전사는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그날 작전을 짜 실행에 들어간다.
501여단은 미 육군 정보사 예하 부대 중에서 유일하게 전선을 두고 적을 상대하는 부대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미 육군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주전력을 배치해놓고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왜 이렇게 중요한 부대를 한국 언론에 공개한 것일까. 한 소식통은 “북한에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미군은 상당한 전력을 이라크에 파병해놓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상대로 정밀공격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위험한 짓을 하면 그것을 바로 추적해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국은 손금 보듯이 북한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501여단의 정보 자산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어선으로 하여금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게 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는 단계에 있다.”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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