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걸어온 발길, 나무로 치면
키 낮은 늙은 벚나무.
비바람에 잘 부러지고
우듬지와 가지 보기 좋게 자를라치면 곧잘 썩어서
벌레들의 침실이 되는 벚나무.
마음에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
거칠고 시꺼멓고 오돌토돌 못 생긴 몸뚱어리
구불구불한 발가락마다
붉은 봉숭아 꽃물 같은 아픈 상처 자르고 싶었다.
겨우 피웠던 꽃
열흘이 길다 떨어지고 가슴 숭숭한 허무
그래도 꽃을 피울 수가 있어.
행복 한 줌 줄 수 있고
먼 길 달려온 매미 잠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위안을 했던가, 어쨌던가.
어둡고 아팠던 길 다시 걷는다면
이런 발쯤은 되어야 하겠지.
성깔도 좀 죽이고
비바람에도 조금은 더 견뎌 내고
벌, 나비 좀 더 포근히 안아 주어야겠지.
오죽했으면 시인묵객이
늙은 벚나무 안았다가 놓아 버렸을까 마는
이제라도 마음을 쓸듯 날마다 하늘 한구석 쓸다가
흥이 나면 구름 들고 따라가리.
꽃무덤 外 / 知然山 김 일 곤
2013. 10. 26. 11:25ㆍ詩
꽃 무덤
늙은 벚나무 / 김일곤 |
농담(農談) / 김일곤
사람만 애기 못 낳는 게 아니다.
작년 옥수수 농사를 망쳐 올해는 모종 삼천 주를 샀다.
불임종자들이 몰려오고 있는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돈과 양이 많은 것들만 찾고 있은 사이
탐욕이 장난을 치고
불임종자가 틈새를 노린 것이다.
신품종 옥수수 그 놈은
토종옥수수를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
고추 녀석이 농담(弄談)를 했다고 하던가.
사람 입맛에 꼭 맞다 해서 채소가 된 것인데
불임만 시키면 도로 꽃으로 가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그러나 저러나 옆구리 허전한 것은
그 토종 옥수수맛을 잊은 탓도 있지만
토종 맛을 지키던 풍습이
그 서늘한 씨종자를 받던 농부가
어느 새 사라졌기 때문.
처마에 씨종자 매달던 농부가 그리운 때다.
작년 옥수수 농사를 망쳐 올해는 모종 삼천 주를 샀다.
불임종자들이 몰려오고 있는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돈과 양이 많은 것들만 찾고 있은 사이
탐욕이 장난을 치고
불임종자가 틈새를 노린 것이다.
신품종 옥수수 그 놈은
토종옥수수를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
고추 녀석이 농담(弄談)를 했다고 하던가.
사람 입맛에 꼭 맞다 해서 채소가 된 것인데
불임만 시키면 도로 꽃으로 가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그러나 저러나 옆구리 허전한 것은
그 토종 옥수수맛을 잊은 탓도 있지만
토종 맛을 지키던 풍습이
그 서늘한 씨종자를 받던 농부가
어느 새 사라졌기 때문.
처마에 씨종자 매달던 농부가 그리운 때다.
시인 김일곤 : 광주 모 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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