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 - 한(恨)은 힘이 쎄다. /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2013. 12. 6. 19:30

 

 

 

<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 한(恨)은 힘이 쎄다.      /    머니 투데이 기사 중에서

 

      

편집자주|"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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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여삼추 같은 한해를 기어이 또 살아냈네요. 새 달력을 다는 감회가 어떠신가요?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요? 하긴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장내고 말았어야 할 시간의 연장, 혹은 반복선상에 서있으니 달력을 바꿔 단들 무슨 뾰족한 희망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다시 주어진 삼백 예순다섯 날의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실정과 폭정에 대한 반작용도 점점 거세지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지요? 그만큼 ‘한은 힘이 세다’는 얘기일 텐데요. 쌓인 한은 노래로 푸는 것이니, 다시 시의 시대를 예감한다고 진즉에 말씀드렸던 거고요.

“모시야 적삼에 반쯤 나온 / 연적 같은 젖 좀 보소// 많이야 보면 병난단다 / 담배씨만큼만 보고 가소” (상주모심기 노래 3절 앞부분)

참 기가 막히지요? 노래와 시가 결별하기 전에는 이처럼 노래가 바로 시였던 건데요. 시의 시대에 시인의 자리가 어디인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지요.

모시송편 드셔보셨나요? 남해엔 무슨 영문인지 야생 모시가 지천으로 깔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