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입추(入秋) |
입력시간 : 2011. 10.31. 00:00 |
입추(立秋) 입추(入秋)
나 천 수
더위 먹은 여름이 폭양 볕에 쓸어졌다.
겨우 원두막 그늘로 실려 간 여름은 수박 화채 링거 맞으면서 매미 부인 간병 잔소리 들으면서 태극선 부채 바람으로 겨우 죽음만은 면했다.
건강할 때에 건강 지키라고 했는데 땀나는 운동은 하지 않고 오직 먹는 것이 보약이라면서 삼복마다 영양식 먹고 수시로 얼음 물 수혈 하더니만 오히려 약골이 되었던 것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여름이 비몽사몽 비칠거린다.
저 상태로 여름 문턱 못 빠져 나가면 곧 죽음이라고 돌팔이 계절 의사가 하는 말 듣고서 할딱거리는 숨 몰아쉬면서 여름의 문턱 넘어가려고 발버둥 쳤다.
다행히 일어서서 여름 문턱을 빠져 나가면 立秋가 될 것인데 더위에 얻어터질 때 허리를 삐끗 했는지 서지도 못하고 누운 자세로 기어서 겨우 여름 문턱 지났으니 入秋가 되어 버린 것이다.
허약체질 入秋로 기어 다니다가는 立冬때에도 入冬이 되지 않으려나 걱정이 태산이로구나.
<사색의 창> 나천수 시인은 나주 출신으로 무진주문학 대상을 수상한 원로작가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전원생활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가을이 서고 가을이 들어선 지금, 나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곁눈질해본다. 있을 때 없을 때를 생각하고 높을 때 낮음을 생각하는 지혜로운 삶이 우리에게 습관화돼 간다면 준비된 생활의 여정들이 우리네 삶들은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나일환
전남매일 기자 webmaster@jndn.com 전남매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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