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4. 20:49ㆍ경전 이야기
해제
선가귀감(禪家龜鑑)은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이 지은 책이다. 선(禪)의 진수와 불교를 배우고 수행하는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게 하고자 지은 것으로 대장경과 선사의 어록 가운데서 요긴한 것을 추려 모아 저자가 주해를 달고 간혹 송(頌)과 평(評)을 붙인 것이다. 저자 청허의 서문과 그 제자 사명대사의 발문이 있다. 초판은 1579년 원문인 한문본으로 판각되었으나 그 뒤 여러 곳에서 한문본과 언해본이 간행되었고 중국과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책이다.
1. 이끄는 글
예전에는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않았고, 부처님께서 행하셨던 계행(戒行)이 아니면 행동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대장경의 거룩한 글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서로 전해가면서 외우는 것이 세속 사대부(士大夫)의 글이요, 청하여 지니는 것이 벼슬아치들의 시뿐이다. 그것을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가장 큰 보배로만 생각하니, 아! 예와 지금의 불교 공부하는 이들의 보배 삼는 것이 어찌 이와 같이 다를까. 미흡한 산승이 옛 글에 뜻을 두어 대장경의 거룩한 글로써 보배를 삼기는 하지만 그 글이 너무 길고 많으며 대장경의 바다가 너무 넓고 아득하므로 뒷날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벗들이 가지를 헤쳐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하지 못할 것 같아서, 글 가운데서 가장 요긴하고 간절한 것 수백 마디를 추려서 한 장에 쓰고 보니, 글도 간단하고 뜻도 두루 갖추어졌다고 할 만하다. 만일 이 글로써 스승을 삼아 끝까지 연구하여 오묘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마디마디에 살아 있는 석가여래(釋迦如來)께서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부지런히 노력하라. 그리고 문자(文字)를 떠난 한 마디 활구(活句)와 상식적인 형식의 틀을 벗어난[格外] 선지(禪旨)의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장차 특별한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참고:
古之學佛者는 非佛之言이면 不言하고 非佛之行이면
고지학불자 비불지언 불언 비불지행
不行也라 故로 所寶者가 惟貝葉靈文而已러니 今之
불행야 고 소보자 유패엽영문이이 금지
學佛者는 傳而誦則士大夫之句요 乞而持則士大夫之
학불자 전이송즉사대부지구 걸이지즉사대부지
詩라 至於紅綠으로 色其紙하고 美錦으로 粧其
하야시 지어홍록 색기지 미금 장기축
多多不足으로 以爲至寶하니 라 何古今學佛者之不
다다부족 이위지보 하고금학불자지부
余雖不肖나 有志於古之學하야 以貝葉靈文으로 爲
여수불초 유지어고지학 이패엽영문 위
寶也나 然이나 其文이 尙繁하고 藏海汪洋하야 後之
보야 연 기문 상번 장해왕양 후지
同志者가 頗不免摘葉之勞故로 文中에 撮其要且切者
동지자 파불면적엽지노고 문중 촬기요차절자
數百語하야 書于一紙하니 可謂文簡而義周也라 如以
수백어 서우일지 가위문간이의주야 여이
此語로 以爲嚴師하야 而硏窮得妙則句句에 活釋迦存
차어 이위엄사 이연궁득묘즉구구 활석가존
焉이시니 勉乎哉인저 雖然이나 離文字一句와 格外
언 면호재 수연 이문자일구 격외
奇寶는 非不用也나 且將以待別機也하노라.
기보 비불용야 차장이대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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