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신이 세상을 감싸고 있지만 , 두려워 마라 - 교황 프란치스코 성탄 메세지 / 경향신문 기사

2013. 12. 26. 06:03경전 이야기

 

 

 

 

 

      

"어둠의 정신이 세상을 감싸고 있지만, 두려워 말라"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 첫 성탄절 맞아 축복 메시지 경향신문 | 정유진 기자 | 입력 2013.12.25 21:24

 

    교황 프란치스코가 25일 취임 후 첫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르비 엣 오르비(세계만방)' 축복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성베드로 성당 광장에는 발코니에서 연설하는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교황은 전날에도 성베드로 성당에서 첫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소탈한 평소 성격 그대로 남을 시키지 않고 스스로 아기 예수상을 안은 채 성베드로 성당으로 들어섰다. '겸손과 나눔'을 강조한 이날 미사에서 그는 "어둠의 정신이 세상을 감싸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그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 빛이 되게 하셨다"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차례 말씀하신 '두려워 말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자매를 사랑하면 빛 속을 걷게 되지만, 우리의 마음이 닫히고 자만과 기만, 이기주의에 사로잡히면 어둠 속에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주님은 거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으며, 스스로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던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도 예수의 탄생을 제일 먼저 목격한 양치기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들은 소외되고 어려운 자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예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첫 성탄 전야 미사에는 사제 300명을 포함해 신자 수천명이 참석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를 만나 성탄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또 교황청 라디오 등을 통해 파티와 쇼핑만 난무하는 크리스마스 문화를 비판하며 진정한 성탄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는 "당신의 마음속에 예수를 위한 빈자리가 있는지 들여다보라"면서 "지금 크리스마스는 너무나 떠들썩하다. 예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좀 더 침묵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베들레헴의 웨스트 뱅크에 위치한 예수탄생교회와 구유광장(Manger Square)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인파로 붐볐다. 푸아드 트왈 가톨릭 대주교는 이날 예수탄생교회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야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