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 |
구본준의 거리 가구 이야기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 받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
서울에도 동대문운동장터에 ‘DDP’ 설계해 화제
# 뜻밖의 연상작용-이 디자인의 모티브는?
지난해 연말, 묘한 기사 하나가 해외 토픽란을 장식했습니다.
2022년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이 민망하게도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닮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건축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여성 성기 모양으로 디자인을 했을리는 겠죠. 더군다나 건축가는 여성이었습니다.
건축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리고 <타임>과 한 인터뷰에서 성차별을 주장했습니다.
"남성 건축가가 이번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이런 비교는 없었을 것이다. (중략) 구멍만 있다면 여성 생식기를 연장하자는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럼 저 경기장의 디자인 모티브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랍 지역 어부들과 진주 조개잡이들이 쓰는 `다우'라는 배의 돛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 디자인에서 뜻밖의 것을 떠올렸던 것이죠.
이 황당한 논란에 빠졌던 이 건축가가 자하 하디드(64)입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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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는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아마도 사담 후세인을 빼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라크 사람일 겁니다.
언제나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입니다.
# 남성들만 독점하던 스타 건축가의 세계에 입성에 정상에 올라선 여성 건축가
건축은,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건축가들의 세계는 완벽하게 남성들만의 리그입니다.
일급 건축은 엄청난 돈이 들고 건축가를 결정하는데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작용하기에 여성 건축가들이 이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가기란 실로 어렵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이 어려운 고지를 뚫고 올라선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스타 건축가들의 세계에서도 요즘 가장 잘나갑니다. 건축가들이 평생 한 번 설계하기도 어려운 국가대표급 건물들을 줄줄이 설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도 자하의 작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가상도를 보시겠습니다.
자하 하디드의 다른 작품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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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경기장이 여성 성기를 연상시킨다면, 이 경기장은 가오리를 연상시킬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월드컵과 올림픽 경기장을 모두 설계하는 건축가, 실로 대단한 성공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 세계 주요 도시들은 `건축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스페인의 빌바오 시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지은 것이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도시들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스타 건축물'을 지어 도시를 재생하는 열풍에 빠져듭니다. 곧 `문화가 돈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발상은 일견 맞기도 하지만, 건축을 디자인 오브제처럼 활용하는 마인드라는 많은 비판도 불렀습니다. 실제 건물 하나로 도시가 살아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많은 도시들은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듯 건축 스타일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낸 스타 건축가들을 불렀습니다. 이른바 `스타키텍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살판이 납니다. 몰려드는 일감에, 엄청난 설계비에, 굽신굽신 떠받드는 도시들의 환대까지 스타 건축가들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 정점에 자하 하디드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 주요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자하 하디드의 건축을 수집중입니다.
위의 두 스타디움 그림을 보셔서 알 수 있듯, 자하의 건축은 각이 진 직선은 찾아보기 어렵고, 물이 흐르듯 유선형인 디자인, 그리고 대칭과 비례 등 건축의 기존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형 디자인입니다.
보기만해도 눈길을 끄는 이런 디자인으로 자하 하디드는 랜드마크를 추구하는 도시들에게 `일급 해결사'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 형태와 용도를 짐작조차 어려운 이 건물은 지난해 완공된 자하 하디드의 최신작입니다.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 들어선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입니다.
옆에서 보면 이 건물의 특징이 더욱 강력하게 드러납니다. 땅과 건물은 하나로 연결되고, 건물은 벽과 지붕의 구분이 없고, 게다가 주름이 잡힌 양탄자처럼 휘어있습니다.
조금 더 위에서 내려다 본 각도입니다.
마치 상어를 닮은 묘한 건물입니다. 유선형 비정형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자하 하다드의 특성이 극명합니다.
그리고, 하디드의 건축은 그 내부가 외부 이상으로 파격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건물도 그렇습니다.
또다른 반전은 바로 이곳. 건물 외관처럼 유선형 곡선들이 지배하는 내부의 모습입니다.
이 작품에 앞서 화제가 되었던 건축은 중국 광저우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역시 비정형의 건물이 수면에 반영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자하의 다른 건물보다 곡선처리는 덜합니다만, 내부는 특유의 백색 공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역시 공연장 모습이 압도적입니다.
이번에도 가오리의 내장 속으로 들어온 듯한, 곡선이 물결치는 공간입니다.
이런 하디드의 건축은 강력한 대신 반감도 부릅니다. 지나치게 디자인만을 위한 디자인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디드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건축가가 된 것은 현대적인 어떤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일 겁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이처럼 파격적인 건물은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를 통해 3차원 입체 시뮬레이션이 뛰어나졌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들이 속속 건축에 도입되면서 하디드는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집념-화려한 데뷔로 스타가 되다
그러나 하디드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하디드는 실제 지어지지는 않는, 도면만으로 존재하는 건축인 `페이퍼 아키텍트'로 이름을 알려나갔습니다. 새로운 개념, 파격적인 시도와 구상을 가상으로 선보이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아쉽게도 그에게 건축을 맡기는 건축주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꼭 20년쯤 전 드디어 하디드에게 기회가 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가구업체 비트라에서 자기네 공장에 소방서 건물 설계를 맡깁니다. 그 소방서는 실로 독특했습니다.
자기에게 찾아온 데뷔의 기회를 하디드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걸어 완성한 출세작은 놀라웠습니다.
소방서가 아니라 조각 작품 같은 이 건물 하나로 하디드는 단숨에 세계 건축계에서 유명해집니다. 지금의 유선형 건축 이전 날카롭고 역동적인, 그래서 긴장감과 묘한 흥미를 자아냈던 하디드의 스타일이 이 건물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후 하디드는 점점 더 독특한 건물들을 선보입니다. 예각의 뾰족함과 부드러운 완만함이 섞이고, 새로운 기술들을 앞서 선보이면서 가장 화끈한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로 자리잡았습니다.
2005년작인 독일 볼프스부르크 파에노 과학센터입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점점 거대해져갑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 이런 독특한 다리 파빌리온을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장르와 제품 디자인까지 넘나들게 됩니다.
이런 전방위적인 인기와 활동은 그의 작품이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기 때문입니다.
첨단의 재료와 기법, 새로운 형태가 어우러지는 그의 스타일이 유동적으로 연결되면서도 거침없이 변화해가는 현대의 느낌을 담아내는 것으로 보이기에 그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하는 건축보다 제품 디자인에 더욱 뛰어나다 생각됩니다. 테이블부터 신발까지 여러 작업들을 선보였는데,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디자인이 자하 하디드 건물의 축소판처럼 보이면서 더욱 명쾌하게 드러납니다.
자하가 서울을 모티브로 설계한 ‘서울 테이블', 그리고 영국의 유명 디자인그룹으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하는 것으로 주목받아온 이스태블리시드 앤 선즈와 함께 만든 아쿠아테이블입니다.
다른 테이블로는 이런 것도.
다른 디자인으로는 요즘 빙하가 흘러내리는 형상의 테이블과 의자 등 시리즈를 주로 만드는데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놀라운 형태만큼 가격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구 이상으로 자하 하디드의 특성이 나타나는 품목은 `신발'입니다.
이런 신발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네, 신발 맞습니다. 킬힐입니다.
# 드디어 완성된 이 건물, 과연 한국의 반응은?
이런 최신작에 이어 올해 3월21일 자하 하디드의 최신작이 또 하나 등장합니다.
하디드의 작품 중 역대 최대, 아니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물'이라는 건물,
바로 서울 동대문운동장터에 완공되어 내부 공사중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앤 파크'입니다.
줄여서 DDP로 부르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앤 파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습니다. 디자인에 관한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이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문제는 오세훈 시장이 지나치게 이 프로젝트를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건물이 한국에 필요한지, 지으면 어떤 내용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모으고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임기의 치적으로 강행한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건립 비용은 자그마치 5000억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거대 건축물이었습니다.
한국 건축계에선 서울의 역사와 환경,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명품 가방 쇼핑하듯 외국 유명 건축가의 엇비슷한 작품을 들여온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서울시청 신청사와 함께 디디피처럼 욕을 많이 먹은 건물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강행했고, 건물은 이런 모습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땅 속에서 솟아오른 거대 영지버섯 같기도 하고, 외계 우주선 같은 모습입니다. 과연 이런 건축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기존 건물들과는 다른 저 디자인이 2007년 당선작으로 뽑혔고, 동대문운동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7년6개월 뒤, 지금 저 자리에는 이렇게 건물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이 건물을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처음으로 건물 내부를 공개하면서 디디피에 다녀왔는데, 저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건물 가상도와 실제 모습이 놀랍도록 일치하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건축물을 짓기 전 보여주는 가상도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치장을 많이 해 실제 모습과 느낌이 너무나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 건물은 싱크로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자하의 사무실이 세계적 사무실이 된 것은 구상한 가상의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을 지닌 수많은 협력 업체와의 네트워크 능력을 갖춘 덕분일텐데, 그런 능력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낮과 밤이 또한 크게 달라집니다. 밤이 되면 저 은박을 씌운 표면에 불이 들어와 이렇게 빛납니다.
자하는 건물의 용도보다는 폼나게 연출하는데 역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렉에 나올법한 저 모습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지 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자하의 작품이 늘 그랬듯 좋다는 의견과 싫다는 의견은 뚜렷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에서 보면 이 건물의 유기적 형태를 더 확실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물도감에 나오는 선형동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보시면 뒤쪽으로는 옛 동대문운동장의 조명탑 등의 흔적이 남아있고, 앞서 문을 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있습니다. 그 앞쪽에 패션타운을 마주보면서 디디피가 들어섰습니다.
굽이치는 외벽은 사이사이 묘한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이런 장면입니다. 쇠로 만든 종유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
자세히 보시면 알루미늄 패널의 모양이 다 다릅니다. 건물이 곡선인 탓입니다. 건물 벽을 덮은 저 패널의 숫자는 모두 4만5000장. 하나하나 다르게 설계해 순서대로 아귀가 맞게 붙이는 일은 실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금속빛이 반짝거리는 벽과 콘크리트 구조체가 교차하고,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중간 공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앞으로 장터 등이 열릴 공간이라고 합니다. 느낌이 묘하고 나름 매력적인 이 공간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활동이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앞선 사진들이 디자인재단서 제공한 것이어서 깔끔한데, 이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어서 좀...
이 건물에 대한 비판은 너무나 많이 거론된 것이고, 금요일치 <한겨레>에 제가 기사(▷ 관련기사 : 서울 한복판 우주선? 불시착일까 연착륙일까)로 다뤘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건축 디자인 측면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 건물은 건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건물입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건물은 들어섰고, 동대문 일대의 풍경은 이렇게 바뀌었고, 남은 것은 이 5000억짜리 괴물 같은 건물을 잘 쓰는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러면 미리 소개하는 것이 이번 포스트의 취지이니 내부를 본격적으로 보시겠습니다.
디디피는 서로 다른 구역으로 구획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각종 제품 발표회 등이 열릴 ‘알림터'입니다.
이런 유선형 거대 단일 공간은 이전에 없었기에 그 느낌은 무척이나 특별했습니다.
여기는 디자인 관련 비즈니스 영역인 ‘살림터’입니다. 백색 공간 안에 콘크리트 구조체가 들어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개장 이후에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공간이 될 듯합니다.
저 실내 육교 같은 계단 다리 위에 올라가서 찍은 컷입니다.
디디피의 특성이자 매력이자 약점은, 건물에 창문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이는 전시 기능을 하는 건물의 속성이기도 합니다만, 내외부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별천지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온통 하얗고 물결치는 공간의 느낌은 처음에는 강렬한데, 자꾸 보면 답답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여기는 디자인 전시관,
여기는 `디자인 둘레길'. 이런 모습은 정말 우주선 내부 같습니다. 아직 표지판 등이 붙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하얗기만 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는 `상상놀이터'라고 합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 공간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분명히 디디피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됩니다.
곡선이 많다보니 시공은 무척 힘들었을 듯합니다. 거푸집을 일일이 다 다르게 짜야 하고, 또 면과 면,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부분들의 디테일은 mm단위로 섬세하게 구현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건물입니다.
시공 완성도는 아직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 잠깐 본 것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최악의 디테일을 보여줬던 삼성물산이 이 건물에선 훨씬 나아진 것일까요?
시청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건물이니 미리 판단하긴 어렵습니다만, 잘 해냈다면 좋은 일이죠. 이런 건물을 지으면서 생기는 노하우는 엄청날테니까요.
자하 하디드는 자신의 디자인 어휘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건물을 물결치게 하고, 기둥을 옆으로 비틀면 누가 봐도 자하 하디드 것으로 인식해주는 점입니다. 본인은 기본 컨셉만 만들거나 직원들의 것에서 좋은 디자인은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디드풍으로 사무실에서 기둥을 틀고 벽을 휘게 해서 만들면 됩니다.
디디피는 앞으로 적어도 100년 이상 서울에 존재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이 욕을 먹은 이유이자, 우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은 오브제가 아니다'라는 사실, 그리고 건축은 땅에 박혀 존재하는 것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고 정성껏 짓고 잘 활용해야 하는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진리입니다.
디디피는 건물부터 짓고 채울 내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 목적과 내용인 소프트웨어는 정하지도 않고 하드웨어인 건물을 용도도 불분명하게 먼저 짓는 현실, 그리고 그것도 단 7년여만에 짓는 과정, 정말 한국적인 현실입니다.
정치인이 자기의 치적을 보여주기 위해 건축을 앞세우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이어져온 것이지만,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논쟁적 건물 디디피는 이미 지어졌고, 이 건물을 잘 쓰는 것은 오롯이 서울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과연 이 건물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지는 이제부터 풀어나가야할 어려운 미래입니다. 앞으로 시민의 혈세가 더 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이 난제들을 `문화의 힘'이 극복해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구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