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소리를 낸다? 몽골의 신비한 음악, 흐미
제가 몽골의 전통음악, 흐미를 처음 접하게 된건 다름아닌 2011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스페인의 연주자 디에고 게레로의 통역을 맡고 있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같은 해외 연주자였던 몽골의 흐미 연주자의 리허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 놀라워서 말이 안나올 정도였는데요, 한 사람 입에서 동시에 두가지 음을 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몽골의 마두금 연주자 신츄 도린냠(Shinetsog Dorjnyam)
몽골의 전통창법인 흐미 싱어이자 마두금 연주자로 전세계를 다니며 몽골 전통음악 공연을 하고 있다. 몽골 Hugjim Bujig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2011년 몽골 최고 예술가상을 받았다. 미국, 홍콩,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를 투어하면서, 클래식을 비롯한 타장르 음악과 협연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인 젊은 연주자이다.
흐미(khoomei : 목 노래라고 번역되며, 후미 또는 허미라고도 불립니다)는 중앙아시아 주변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이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창법입니다. 흐미는 몽골 선조들이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에서 유래하였으며, 드넓은 초원에서 동물을 부르기 위하여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와 같이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흐미의 발성법과 일반적인 발성법의 가장 큰 차이는 저음과 고음 두 개의 음을 동시에 산출한다는 것입니다. 몽골 지역의 동부와 북부, 서부에 따라 발성법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휘파람소리와 같은 맑은 고음이 특징인 스긋(Sygyt) 발성법과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듯한 저음이 특징인 카르그라(Kargyraa)가 허미의 대표적 창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카르그라는 ‘가짜 성대’라는 말로, 가성대에서 한 음을 내고, 성대에서 다른 한 음을 내는 원리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카르그라는 티벳 승려들이 불경을 낭송할 때 쓰이는 “웅얼거리는 소리”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흐미 창법은 한사람이 동시에 두 개의 소리를 내는 방법을 말하는데요, 숙련된 사람은 더 많은 성부를 동시에 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흐미는 몽골인들 조차 배우기 무척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 1,000명당 1명 정도가 아주 오랜 시간의 혹독한 연습을 해서만 낼 수 있는 발성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배우기 어려운 만큼, 흐미 에 대하여 이루어진 연구가 매우 드물며, 발성법에 대한 의견 또한 매우 다양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흐미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합니다. 너무 고된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산조 등 전통음악이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의 독특한 음악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운데요, 항상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먼 나라의 독특한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음악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전주세계소리축전 공식블로그 < 소리타래 >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