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니엘은 두 원로의 흉계로 말미암아 죽을 위험에 놓여 있던
수산나를 구해 낸다. 두 원로는 자신들이 이웃을
해치려 한 방식대로 죗값을 치렀고, 회중은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였다(제1독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예수님
앞에 끌고 온다. 그녀를 돌로 쳐 죽여도 되는지 묻는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물러가자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용서하시며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이르신다(복음).
| |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13,41ㄹ-62 짧은 독서
그 무렵 회중은 수산나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그때에 수산나가 크게 소리 지르며 말하였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이자들이 저에 관하여 거짓된 증언을 하였음도 알고 계십니다.
이자들이 저를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수산나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고 하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셨다.
그러자 다니엘이 '나는 이 여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온 백성이 그에게 돌아서서,
'그대가 한 말은 무슨 소리요?' 하고 물었다.
다니엘은 그들 한가운데에 서서 말하였다.
'이스라엘 자손 여러분, 여러분은 어찌 그토록 어리석습니까?
신문을 해 보지도 않고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어찌 이스라엘의 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가 있습니까?
법정으로 돌아가십시오. 이자들은 수산나에 관하여 거짓 증언을 하였습니다.'
온 백성은 서둘러 돌아갔다. 그러자 다른 원로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자,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원로 지위를 주셨으니 우리 가운데에
앉아서 설명해 보게.' 다니엘이 '저들을 서로 멀리 떼어 놓으십시오.
제가 신문을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그들을 따로 떼어 놓자,
다니엘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악한 세월 속에 나이만 먹은 당신,
이제 지난날에 저지른 당신의 죄들이 드러났소.
주님께서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당신은 죄 없는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죄 있는 자들을 놓아주어 불의한 재판을 하였소.
자, 당신이 참으로 이 여인을 보았다면,
그 둘이 어느 나무 아래에서 관계하는 것을 보았는지 말해 보시오.'
그자가 '유향나무 아래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다니엘이 말하였다. '진정 당신은 자기 머리를 내놓고 거짓말을 하였소.
하느님의 천사가 이미 하느님에게서 판결을 받아 왔소.
그리고 이제 당신을 둘로 베어 버릴 것이오.'
다니엘은 그 사람을 물러가게 하고 나서 다른 사람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였다.
그리고 그자에게 말하였다. '유다가 아니라 가나안의 후손인 당신,
아름다움이 당신을 호리고 음욕이 당신 마음을 비뚤어지게 하였소.
당신들은 이스라엘의 딸들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 왔소.
그 여자들은 겁에 질려 당신들과 관계한 것이오.
그러나 이 유다의 딸은 당신들의 죄악을 허용하지 않았소.
자 그러면, 관계하는 그들을 어느 나무 아래에서 붙잡았는지
나에게 말해 보시오.' 그자가 '떡갈나무 아래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다니엘이 말하였다. '진정 당신도 자기 머리를 내놓고 거짓말을 하였소.
하느님의 천사가 이미 당신을 둘로 잘라 버리려고 칼을 든 채 기다리고 있소.
그렇게 해서 당신들을 파멸시키려는 것이오.'
그러자 온 회중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다니엘이 그 두 원로에게, 자기들이 거짓 증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저희 입으로 입증하게 하였으므로, 온 회중은 그들에게 들고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이웃을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그 방식대로 그들을 처리하였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 그들을 사형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날에 무죄한 이가 피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 |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1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셨다.
이른 아침에 예수님께서 다시 성전에 가시니 온 백성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앉으셔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때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줄곧 물어 대자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마침내 예수님만 남으시고 여자는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그 여자에게,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 여자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
우리는 악의 신비를 진지하게 대하면서 비로소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통한 구원의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악의 신비가 지닌 무게와 공포를 그대로 받아 안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를 절망과 불신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한 길입니다.
그러기에 악의 신비를 직면하는 것은 그 악이 결국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때 감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악의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죄지은 여인을 연민과 용서로 살리시는 오늘 복음의 대목은
악의 신비가 사랑의 신비 앞에서 어떻게 힘을 잃는지 보여 줍니다.
공지영 소설가는 공산 치하의 베네딕도회 수사들의 실화에 바탕을
둔 장편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냈습니다.
작가는 악의 신비를 무기력하게 하는 사랑의 신비를, 임종을 준비하는
늙은 독일인 토마스를 통하여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산의 베네딕도 수도원의 수사였던 그는 공산군에게 체포되어
악명 높은 옥사덕 수용소로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하고,
가장 절친한 수도원 동료인 요한마저 잃습니다.
요한은 '악의 신비'의 손아귀 속에서도 토마스에게 고백했습니다.
'토마스, 아까 말했지 않나? 나는 '예.' 하고 대답했네.
이제 나는 저들이 나에게 강제로 시키는 모든 고통은 기꺼이
내 것으로 받아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물이 되었네.
이로써 무의미는 의미로 변하고, 악의는 사랑의 열매로 변할 수 있다네.'
토마스 수사는 가까스로 독일로 돌아간 뒤에도,
또다시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동료의 이러한 고백과 그에게 상흔으로
남은 악의 무게 사이에서 고뇌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침내 그는 악이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굳게 믿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이제 이 주간이 지나면 성주간입니다.
악의 신비가 사라지게 하는 사랑의 신비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그 준비는 바로 '내 삶'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
-출처 매일 미사-
♬ 너의 죄를 씻으니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