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 - 유령입자 - 암흑물질… “우주 미스터리 풀어라”

2014. 7. 6. 12:10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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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물질 - 유령입자 - 암흑물질… “우주 미스터리 풀어라”

기사입력 2014-04-04 03:00:00 기사수정 2014-04-04 09: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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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일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일본 고에너지물리연구소(KEK)에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얻은 전자-양전자 충돌 데이터를 분석해 충돌 과정에서 생긴 매혹 중간자가 그 반물질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일본 고에너지물리연구소(KEK) 제공

지난달, 아인슈타인이 제안했던 중력파의 흔적이 100년 만에 포착되면서 우주라는 큰 퍼즐에서 비어 있던 퍼즐 한 조각이 채워졌다. 2012년에는 48년간 애타게 찾아왔던 ‘신의 입자’ 힉스도 발견됐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쿼크 등 빅뱅 이후 지금의 우주 탄생에 기여한 입자들도 대부분 정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퍼즐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다. 과학자들이 최대 난제로 꼽는 ‘우주 미스터리’ 3개를 소개한다. 


○ 그 많던 반물질, 다 어디로 갔나

빅뱅 직후 엄청난 에너지가 물질과 반(反)물질을 만들었다. 하지만 빅뱅 0.0000000001초 뒤 반물질이 홀연히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물질로만 이뤄진 세상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반물질은 짝이 되는 물질과 질량, 크기 등 성질은 다 똑같고 전기적 성질만 다르다. 전자는 음(―)의 전하이지만 반(反)전자는 양(+)의 전하다. 그래서 양전자라고도 부른다. 전자만 존재하고 양전자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 

원은일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그 실마리를 찾아냈다. 일본 고에너지물리연구소(KEK)에 있는 가속기에서 양전자를 만들어 전자와 충돌시켰더니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매혹 중간자(Charm meson)’가 반물질인 ‘반-매혹 중간자’로 바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원 교수는 “매혹 중간자가 반-매혹 중간자로 스스로 바뀔 수 있다면 거꾸로 반-매혹 중간자가 매혹 중간자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 관련 실험 결과가 충분히 쌓이면 반물질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반물질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을 입증하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유령입자’ 질량은 얼마나 되나

발견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중성미자도 과학자들에겐 골칫거리다.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지나듯 통과해 버려 ‘유령입자’로도 불린다. 

그간 중성미자에 대해 밝혀진 정보는 종류가 3개(전자, 뮤온, 타우)라는 점과 이들 3종류가 서로 자유롭게 형태를 바꾼다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2년 전에야 이들이 서로 ‘변신’할 때 어떤 비율로 일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중성미자 변환상수’가 밝혀졌다. 

이제 남아 있는 수수께끼는 중성미자의 질량이다. 중성미자 3개의 평균질량은 전자의 10분의 1에서 1000분의 1로 추정하고 있지만 각각의 절대 질량은 모른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은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고감도 광센서를 통해 중성미자가 반응하면서 내는 아주 미약한 빛을 감지할 수 있다. 리노는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고호관 동아사이언스 기자 ko@donga.com
김 교수는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성미자 검출기 ‘리노(RENO)’를 설치하고 중성미자의 비밀을 찾고 있다. 그는 “리노 후속 모델인 고성능 차세대 중성미자 검출기 ‘리노-50’을 건설해 중성미자 3개의 질량을 순서대로 찾는 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가속기를 이용해, 중국은 2020년 차세대 중성미자 검출기 ‘주노(JUNO)’를 지어 중성미자의 질량을 측정할 계획이다. 


○ ‘암흑물질’의 정체는 뭘까

은하와 별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공간을 메우는 암흑물질은 우주의 최대 미스터리로 불린다. 우주 공간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 행성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68%가 암흑에너지, 27%가 암흑물질이다. 암흑에너지는 빅뱅 직후 우주를 팽창시킨 힘이기 때문에 별과 행성 등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암흑물질이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아직 관측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이 ‘윔프(WIMP)’라는 가상의 입자와 ‘초대칭 입자’를 암흑물질의 후보로 가정하고 있는 정도다. 2년 전 힉스 입자 검출에 성공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2015년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성능 향상을 마친 뒤 이들 두 입자 사냥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이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실험시설에서 지구를 통과하는 암흑물질을 찾고 있다. 지하에 연구시설을 꾸린 까닭은 암흑물질로 오인할 수 있는 우주 입자와 자연방사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연구단은 윔프 입자를 찾는 게 우선 목표다. 김 단장은 “암흑물질을 먼저 발견하기 위한 우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힉스 입자가 그랬듯 일단 암흑물질이 관측되면 관련 연구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