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차(終電車)를 타고 / 박 기 원 ( 1908 ~ )
2013. 5. 18. 00:27ㆍ詩
終 電 車 를 타 고 / 박 기 원
전차에서 만난 사람은
약속이 없어도 좋다.
친밀히 어깨를 부비며
정답듯 동자(瞳子)를 주고 받아도
비밀은 보석인 양 보자기에 싸 들고
서로들 가는 데를 몰라 서운치 않다.
침묵이 파랗게 바퀴에 깔리는데
정지된 시간이 담벽을 돌아간다.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들이
어쩌다 이런 값진 눈물로 모인 것.
모래알 같이 부서진 회오(懷悟)의 조각들이
바위만큼 커지는 종점(終點)에 서면
그 누가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가
하루에 지친 내일이 저만치서 손을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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