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차

2015. 5. 30. 15:06茶詩

 

 

 

       춘설차 / 정민의 한시 산책| 한시와 시조

 

운영자 | 조회 2 |추천 0 | 2015.04.07. 19:43

 

 

 

춘설차


松風檜雨到來初 솔바람 노송 빗소리 처음 막 들릴 적에
急引銅鑵移竹爐 구리 다관 급히 당겨 죽로(竹爐)에서 옮기네.
待得聲聞俱寂後 끓는 소리 모두 다 가라앉길 기다려서
一甌春雪勝醍醐 한 사발 춘설차가 제호(醍醐)보다 낫구려.

   송풍회우(松風檜雨)는 숯불로 찻물 끓일 때 나는 소리다. 숯불이 발갛게 타더니 다관에서 흡사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바람이 일고, 노송나무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물이 쇠기 전에 얼른 구리 다관을 죽로(竹爐)에서 떼어낸다. 한번 달궈진 다관은 그 서슬로 또 한참을 끓는다. 이윽고 소리가 자차분하게 잦아든다. 그제야 차를 넣어 우려낸다. 이윽고 찻사발에 춘설차 한 잔을 따라 가만히 머금어 내리니 제호탕(醍醐湯)이래도 이 보다 맛있을 수는 없다.


   예용해 선생의 『차를 찾아서』(대원사, 1997)에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선생의 글씨로 이 시가 적혀 있다. 왠지 익숙해서 뒤져보니, 금명(錦溟) 보정(寶鼎) 스님이 『백열록(柏悅錄)』에 『동다송』을 옮겨 적은 끝에도 역시 이 시를 적어 놓았다.
처음엔 보정 스님의 시겠거니 했다. 막상 찾아보니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실린 남송 때 사람 나대경(羅大經)의 시다. 글자도 ‘관(鑵=罐)’이 ‘병(甁)’으로, ‘이(移)’가 ‘리(離)’로 차이난다. 송나라 때는 목이 가는 구리 병에 차를 끓였고, 나중에는 다관에다 차를 끓였기에 이렇게 한 자를 바꾸었다. 당시는 떡차를 맷돌에 갈아 가루내어 다관에 넣고 함께 끓였다.


   나대경은 “차를 끓이는 방법은 탕수를 여리게 해야지 쇠게 하면 안 된다. 탕수가 여리면 차맛이 달고, 쇠면 너무 쓰다. 소리가 솔바람이나 시냇물 소리 같을 때 서둘러 끓이면 탕이 쇠고 맛이 쓰게 될 뿐이다. 다만 병을 옮겨 불에서 떼어, 끓는 것이 그치기를 조금 기다린 뒤에 차를 넣으면 탕이 알맞아서 차 맛이 달다.”고 적고 있다.
의재는 무등산 차밭에서 나는 차를 춘설차(春雪茶)라 하고, 자신의 거처를 춘설헌(春雪軒)이라 했다. 그 춘설의 이름이 바로 이 시에서 나왔다.    




  ㅡ 다음 카페 < 청주문학 > 운영자 님의 글 중에서 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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