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스포츠를 그린 옛 그림 - <영대빙희>

2015. 12. 18. 05:21美學 이야기

 

 

 

 

 

      

타이틀
    

 

 

 

동계스포츠를 그린 옛 그림 - <영대빙희>

         

 

 

표암 강세황, 〈영대빙희瀛臺氷戱〉,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

 1784, 종이에 먹, 23.3×54.8cm ,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유명 화가 표암 강세황의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이라는 시화첩 중 한 면 <영대빙희瀛臺氷戱〉.
《영대기관첩》이란 그 이름 그대로 북경 ‘영대瀛臺’라는 곳의 기이한 광경(奇觀)을 기록한 글과 그림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강세황은 동지사행이라고 불렸던 중국으로의 사행으로, 즉 외교관으로서 그곳에 갔습니다.
평생 중국 보기를 소망했다는 그는 61세라는 늦은 나이에 관직을 얻고 나서 72세가 되어서야 그 소망을 이룹니다.

1784년 12월 21일 청나라 건륭제는 조선에서 온 사신 강세황 일행을 초대하여 영대에서 빙희연을 베풀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그 빙희연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빙희(氷戱)’란 군인들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활을 쏘는 무예를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조선에서 파견된 사행단에게 빙희는 매우 낯설고 진기한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조선에 스케이트가 들어온 것은 19세기 이후라고 합니다.)
 


그림 속에서 황제가 타고 온 가마와 용주,
부관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활을 쏘는 묘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홍살문에  홍심을 매달아 놓은 모습 등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그림은 화첩을 열어보면 오른쪽으로 더 펼쳐지는 장대한 풍광이 압권입니다.

 

 

 

 

오른쪽 끝 북경 북해에 있는 백탑을 배경으로 호수 한가운데 정자가 있는 오른쪽 반의 그림을
예전에는 <영주누각도>라고 하여 왼쪽 부분 <영대빙희도>와 별개의 그림으로 파악해왔었습니다.
그러나 실은 북경 중해에 있는 정자 수운사남해 영대 풍경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 그린 것이지요.
북해, 중해, 남해 등은 바다가 아니라 북경성 내에 만든 물길의 이름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찍혀 있는 인장은 흰 바탕에 글자가 붉게 나오게 만든 주문인(朱文印)으로
三世耆英(삼세기영)”이라고 적혀 있는 것인데, “삼대에 걸쳐 기로소에 들어간 집안”을 의미합니다.

 

 

 

 

 

 

   기로소는 조선시대 나이든 신하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명예 기관으로, 표암의 경우 청백리(淸白吏)에 뽑히고 영의정에 추증된 할아버지, 한성부 판윤을 지낸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3대 내리 명망을 쌓고 장수하여 기로소에 들어갔으니 그 기쁨과 영광이 대단했을 것입니다.


표암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삼세기영’ 인장을 새겨 여러 작품에 찍은 것이죠. 말하자면 집안 자랑.

참고로 왼쪽 끝 인장은 ‘광지(光之)’라 적혀 있습니다. 표암 강세황의 자(字)입니다.

<영대빙희>가 흥미로운 그림이기는 하지만, 자체의 완성도라고 할까, 여튼 미적으로 감동을 가져오는 그림은 아닙니다. 기록을 위해 간략히 그려진 것이어서 좀 더 멋지고 정교하게 그려졌다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개인적으로 가져봅니다.
표암은 당대 최고의 화가로서 아름다운 그림, 새로운 시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 위트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림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으니까요.

 

이 책 외의 다른 기록에도 빙희연에 대한 얘기가 나와 있을까요?
정조실록을 확인해 보면 세 명의 외교관이 사행을 다녀와 정조에게 보고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팔기(八旗)의 병정들로 하여금 각 방위에 해당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신발 밑바닥에는 목편(木片)과 철인(鐵刃)을 부착하고, 화살을 잡고 얼음에 꿇어앉아서 홍심을 쏘게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말 타고 달리면서 꼴로 만든 표적을 쏘는 것과 같았습니다.”(정조실록, 정조9(1785)년 2월14일.)

그로부터 약 40년 후인 1823년 12월 23일의 사행 기록에도 여전히 영대에서 행해진 빙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니, 강한 인상의 구경거리였음에는 틀림없었나 봅니다.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 전체는 총 아홉폭이 엮인 책으로


첫 장을 넘기면, ‘영대기관’(영대의 기이한 모습) 네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다음은 위의 빙희장면 그림,
그 다음은 같이 간 삼사 이휘지, 강세황, 이태영이 빙희에 대한 인상을 읊은 시,
마지막은 이휘지노송도강세황국화도가 각각 실려 있습니다.

 

 

 

 


-참고할 책
  국립중앙박물관 <중국 사행을 다녀온 화가들> 2011년 전시도록
  SmartK 칼럼 <글씨와 그림 속의 인장이야기> 중 「강세황, 삼대에 걸쳐 기로소에 든 집안 <三世耆英(삼세기영)>」
   http://www.koreanart21.com/common/sub01_03_view.php?idx=70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15.12.15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