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미공개 고려 회화 두 점 있다"

2015. 12. 31. 02:18美學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미공개 고려 회화 두 점 있다"

 

입력 : 2015.12.29 03:00 | 수정 : 2015.12.29 06:14

14세기 고려 그림 仙人圖 2점 '낮잠에 취한…' '꾀꼬리 소리…'
이원복 문화재위원 논문 발표 "고려 佛畵 묘사 기법과 흡사"

 

"국립중앙박물관의 미공개 소장품 중 14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려 회화가 2점 존재하고 있다."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곧 출간될 예정인 '미술자료' 제88호에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문화재위원인 그는 '고려시대 그림으로 전하는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필자 미상의 '선인도(仙人圖)' 2점은 14세기 고려 말기의 그림"이라며 "고려 그림으로 전하는 개인 소장 작품 '신선과 학(鶴)'을 포함해 세 점 모두 같은 작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려시대 회화로 추정되는 ‘선인도’ 중‘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왼쪽)와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 비단에 채색. 

 

 

고려시대 회화로 추정되는 ‘선인도’ 중‘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왼쪽)와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비단에 채색.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제공

 

 

 

   불화(佛畵)를 제외한 고려 시대 회화는 국내외에 10여점만 남아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양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공민왕(恭愍王·1330~1374)'이양도(二羊圖·간송미술관 소장)' 등이 있지만 그나마도 부분만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선인도' 2점은 이왕가박물관 시절인 1912년 어느 일본인에게 30원을 주고 구입했다. 비단에 채색한 그림으로 두 점 모두 크기는 42.5×28.4㎝다. 이 그림들은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서화유물도록' 제4집에 흑백 도판으로 실린 적이 있으나 실물은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다. 이 전 실장은 "필자는 물론 시대도 알 수 없어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두 그림에 각각 '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라는 이름을 붙였다. '낮잠에 취한 고사'는 버드나무 아래서 평상 앞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은 주인공이 두 손을 턱에 모은 채 잠에 빠져 있다. 평상 위엔 책은 없고 음식이 담긴 접시와 대접, 작은 찻주전자가 보인다. 그 앞에는 무릎을 두 팔로 감싸고 앉은 동자가 있다.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는 버드나무 아래 그늘에 편한 자세로 앉은 주인공을 그렸다. 앞그림 '낮잠…'과는 대칭 구도이며 주인공의 얼굴과 옷, 머리를 묶어 위로 올린 장식까지 같다.

이 전 실장은 "그림의 크기와 재질, 화면 구도와 공간 구성, 필치, 기법 등이 세 작품 모두 일치하고, 조선 시대 그림과는 다른 얼굴과 피부 채색 기법에서 공통점이 보인다"며 "단순히 화풍이 비슷한 것을 넘어 같은 필치, 같은 화가의 그림이며, 일정 시기까지 한곳에 전해온 그림들로 추정된다"고 했다. 세 그림 모두 가로로 같은 부분이 꺾여 있는데 이는 두루마리로 함께 말아 보관해서 생긴 특징이고, 같은 필치의 붓 글씨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세 점 모두 화면에서 차지하는 인물의 비중, 고목(古木) 아래 인물을 등장시킨 점, 나무둥치와 괴석 등 바위의 입체감, 주인공의 얼굴 표현, 윗부분의 상서로운 구름 표현으로 나무의 윗부분이 가려진 점 등이 같다"며 "고려불화인 '오백나한도' '수월관음도' 등과 인물의 자세, 화면 구성 등 세부 묘사 기법이 흡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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