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 한국화] 게 - 심사정

2015. 12. 31. 16:21美學 이야기

 

 

 

 

 

       한국화 이야기.. 심사정의 게..| 오손도손 이야기

이동균 | 조회 4 |추천 0 | 2004.12.03. 14:09

 

[우리 그림 한국화] 게 - 심사정


옆으로 걷는 모습, 여유 있고 겸손한 선비 닮아

 

심사정, 게, 종이에 수묵,

23 cm ×14.6 cm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게 한 마리가 식물의 줄기 위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이 게는 생김새로 보아 주로 민물에서 사는 참게입니다.

집게발 아래쪽에 털이 붙어 있고, 등딱지는 둥근 사각형을 이루고 있지요.

바다 가까운 강에서 주로 사는데, 지금처럼 농약을 많이 치지 않았던 옛날에는 논에서도 많이 살았답니다.

참게는 가을에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데, 조상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통통하게 알밴 게를 잡았습니다.

이 그림은 붓놀림을 빨리 하여 순식간에 그렸지만, 대상의 특징을 잘 잡아냈습니다.

부드러운 털이 있는 억센 집게와 가늘고 날렵하며 끝이 날카로운 다리들을 특히 자연스럽게 나타내었습니다.

옛사람들은 단단하고 야무지게 생겼으며, 위험이 닥쳤을 때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집게발을 들고 덤비는 게를 좋아하였습니다. 게다가 옆으로 걷는 모습에서 여유 있고 겸손한 선비의 모습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게를 ‘창자 없는 귀공자’라거나 ‘옆으로 걷는 선비’라고 불렀습니다.

게가 매달려 있는 식물은 갈대입니다.

쓱쓱 대강 그렸는데도 어떻게 갈대인지 알았을까요?

억새나 수수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화가들이 게 그림을 즐겨 그린 내력을 알게 되면 금방 수긍할 수 있을 겁니다.

   게의 등딱지는 한자로 ‘갑(甲)’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갑은 십간(十干)의 첫 번째로, 시험 성적으로 치면 가장 우수한 경우를 말하지요.

시험 보러 가는 사람에게 게 그림을 선물하면, 가장 좋은 성적을 받으라는 뜻입니다.

갈대는 한자로 ‘로(蘆)’라고 하는데, 이 글자는 과거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내리는 음식과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의미는 다르다 하더라도 소리가 같으면 연상 작용을 통해서 다른 뜻을 떠올리게 되지요.

그러니 게가 갈대에 매달리는 그림은, 과거에 급제해서 임금이 내리는 음식을 받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그림에는 두 마리의 게가 그려진 경우도 있는데, 두 번의 시험에 모두 장원 급제하라는 뜻이지요.

 

 

   이제 게의 등딱지는 왜 납작해졌는지, 집게발의 털은 왜 생겼는지 옛 이야기를 통해 알아 보겠습니다.

게와 원숭이는 친구 사이였습니다.

둘은 사이좋게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게는 살금살금 옆으로 걷고, 원숭이는 어기적어기적 네 발로 기었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게가 길 한가운데서 갑자기 떡을 하나 주우며 소리쳤습니다.

원숭이도 혹시 또 떡이 있나 여기저기 둘러보았습니다.

겨우 조그만 감씨 하나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원숭이는 감씨를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꾀를 냈습니다.

“친구야, 이 감씨를 땅에 묻으면 커다란 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거 알아?”

게는 원숭이의 말을 듣자 그만 감이 먹고 싶었습니다.

홍시가 잔뜩 매달린 감나무를 떠올리자 그만 입에서 군침이 돌았습니다.

“내가 이 떡을 줄 테니 감씨와 바꾸지 않으련?”

게는 그만 원숭이 꾀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원숭이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떡을 낚아채서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 바보야! 감씨를 심고 얼마를 기다려야 감이 열리는지 알기나 해?

어디 몇 년이나 걸리는지 기다려 보라지.”

게는 그제야 자신이 속은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떡을 쉽사리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는 화를 감추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감이야 기다리면 언제든 열리지 않겠어?

그나저나 그 떡은 삭은 가지에 걸어 놓고 먹어야 맛있는데…….”

게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원숭이는 곧장 떡을 삭은 가지에 걸었습니다.

그 순간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며 떡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하필 등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게의 등짝이 납작해졌습니다.

게는 아픔을 참으면서도 떡을 짊어진 채 게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원숭이가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보았으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원숭이는 심술이 나서 게 구멍에 대고 방귀를 뀌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와 지독한 냄새에 화가 난 게는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었습니다.

원숭이는 깜짝 놀라 도망갔습니다.

이때부터 게 등은 납작하고, 집게발에는 털이 붙어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원숭이 엉덩이는 털이 없이 빨갛게 되었답니다.

 

박영대 (광주교육대학교 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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