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황 소리를 얹은 그림 - <주유청강(舟遊淸江)>

2016. 1. 1. 07:38美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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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황 소리를 얹은 그림 -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 강 위에서 뱃놀이를 하다

 

 


혜원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혜원전신첩》,

28.2 × 35.6cm,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윤복(1758~1813이후)의 풍속화첩인 《혜원전신첩》 중에는 선비와 기녀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그림이 많지요. 그 중에서 물놀이 그림인 <주유청강>을 감상해 봅니다. 수염도 나지 않은 양반 자제분 두 분이 형님 한 사람과 함께 한강에 작은 배를 띄웠습니다. 한 청년이 묵묵히 노를 젓고, 두 어린 선비는 기생을 희롱하는 와중에 소년과 기생 한 명이 듀엣이 되어 악기 연주를 합니다. 노 젓는 물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형님은 먼 데 물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소년이 부는 악기는 대금, 기생이 부는 악기는  ‘생황’입니다. 원래는 조롱박에 대나무관을 꽂아 부는 악기로 국악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관악기라고합니다. 박이 잘 깨져 옛날부터 나무나 금속으로도 만들었다고 하네요. 중국에서도 연주되지만  『수서』와 『당서』에 생황이 고구려와 백제의 음악 연주에 사용되었다고 되어 있어 옛날부터 우리 땅에서 연주되어오던 악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기 725년에 만들어진 상원사의 종에도 이 악기의 모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상원사 종 중 비천상.

공후와 생황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취구에 입김을 불어 넣거나 들이마시면서 소리를 내는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열면 소리가 나지 않아 열거나 막으면서 연주를 하게 됩니다. 이 생황은 음빛깔이 밝고 아름다우며 고운 화음을 내어 병주(2중주)나 소규모 합주에 쓰입니다. 특히 단소와의 2중주는 '생소병주'라 하며 지금도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대나무관의 숫자에 따라 36황, 23황, 19황, 17황, 12황 등 그 종류가 많다고 하는데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것은 12율(律) 4청성(淸聲)을 갖춘 17황이 주가 된다고 하네요. 

부드럽고 환상적인 생황의 소리는 배에 부딪히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마음을 울렸을 것입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선비들에게 이 소리가 제대로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생황을 연주하는 기생의 모습은 또다른 풍속도첩에도 등장합니다. 이 여인은 뒷뜰을 바라보며 생황 한 자락, 담배 한 모금에 시름을 달래는 모습입니다. 이 여인의 인생의 시름을 생황 소리에 날려보낼 수 있을까요.

 

 


혜원 신윤복 <연당의 여인> 《여속도첩》,

 31.4 × 29.6cm,  비단에 수묵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의 그림에도 생황이 종종 등장합니다. 비파 등의 연주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하니 생황 소리를 그림에 얹어서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각적 이미지를 얻도록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김홍도 <선인송하취생(仙人松下吹笙)> 

종이에 담채 109 x 54.5 cm 고려대학교 박물관


 

   화면 중앙을 커다란 소나무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잎이나 잔가지는 많이 보이지 않지만 소나무 큰 줄기의 수피가 기운찬 필치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의 시각적 이미지를 소나무 줄기가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무 아래의 신선이 입으로 한 악기를 불고 있는 장면이기에 그림의 맛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림에 적혀있는 시는 한 생황연주자의 전설에 대한 시입니다.
(8세기 경 당나라의 시인 나업의 「제생」 중 한 구절인데, 자세한 내용은 "시의도-시와 그림" 칼럼을 참조하세요.  
http://www.koreanart21.com/column/poem/view?id=4625&page=1)

 

 


김홍도. 월하취생(月下吹笙).

지본담채, 23.2 x 27.8cm, 간송미술관 소장


여기에도 「제생」의 한 구절이 화제로 적혀 있다.


 

   개량된 생황으로 연주하는 창작곡 "가을"을 들어보았습니다. 물놀이 하는 여름을 지나 가을도 훌쩍 가버리고 추운 겨울이 와 버렸고, 뱃놀이를 하며 세월을 흘려 보내듯 무상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저 여인의 연주는 어떤 것이었을지 조용히 상상해 봅니다.  

 

 

 


                                                             

 

 

 

 

SmartK C.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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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1 05:45